마지막이 압권, 장항준- 김은희 조합이 준 '의외의' 선물

장혜령 2023. 4. 7.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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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리바운드>

[장혜령 기자]

 
 영화 <리바운드> 스틸컷
ⓒ (주)바른손이앤에이
 

기대하지 않은 영화를 보러 갔다가 생각지도 못한 발견으로 즐거운 기분을 느껴본 적 있을 거다. 얼마 전 그 기분을 경험했다. 필자는 날씨의 영향을 자주 받아 대체로 기분이 좋지 못한 상태였다. 그날도 선뜻 끌리지 않던 영화를 봐야 할 참이었다. 그냥 시간 때우기로 선택했었는데,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장항준, 김은희 두 사람의 조합으로만 생각했던 의외의 행운이었다. 영화 <리바운드> 이야기다. 

'리바운드'란 농구 경기에서 던진 공이 골이 되지 못하고 튕겨 나오는 일을 말한다. 포괄적으로 실패를 만회하고 성공으로 바꿀 기회를 뜻하기도 한다. 그야말로 실패에 좌절하지 말고 다시 해보라는 의미다. 리바운드. 한 단어가 주는 용기는 실화라는 것과 더해져 감동의 무게를 늘려주는 데 기여한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최약체 팀
  
 영화 <리바운드> 스틸컷
ⓒ (주)바른손이앤에이
 
2011년.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닌 부산 중앙고의 농구부가 해체 위기를 겪는다. 논의 끝에 모교에서 공익근무 중이던 양현(안재홍)을 신임 코치로 발탁하고 명맥만 유지하기로 했다. 아무것도 하지 말고 자리만 지키면 되는 일이었으나, 한때 MVP까지 올랐던 고교 유망주의 마음은 다시 뛰기 시작했다.

코치 경력 제로에 프로 2군 출신이란 꼬리표가 달렸으나 발로 뛰며 선수를 모으기 시작했다. 천재 선수로 불렸지만 키가 자라지 않자 슬럼프에 빠진 기범(이신영), 실력은 있지만 부상 때문에 꿈을 접은 규혁(정진운), 축구선수 출신의 체력 좋은 순규(김택), 길거리농구로 다져진 숨은 실력파 강호(정건주)를 영입해 훈련에 돌입한다.

하지만 무너진 팀워크와 경험 없는 전술로 보기 좋게 물먹은 첫 경기에 자포자기하고 있던 중. 양현은 농구때문에 행복했던 때를 떠올리며 리바운드를 꿈꾸게 된다. 농구 7년 차지만 경기 경험이 전무한 재윤(김민)과 자칭 마이클 조던 열정 만렙 진욱(안지호)을 신입으로 받아 단, 6명의 엔트리로 2012년 전국 고교농구 대회에 참가하게 된다.

언제나, 누구나 동등한 처음
  
 영화 <리바운드> 스틸컷
ⓒ (주)바른손이앤에이
 
영화는 농구를 택했지만 살면서 겪게 되는 다양한 상황을 빗대 마치 내 이야기처럼 공감하게 만든다. 불신과 불화로 생긴 실수에 굴복하지 않고, 좋아하는 것을 위해 뭉친 마음과 짜릿한 경험을 토대로 한다.

실화의 주인공은 실제와 똑같이 해야겠단 제작진의 의도에 맞게 그려졌다. 튀는 캐릭터 없이 각자의 서사를 적당히 분배해 관객의 이입을 유도했다.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은 신인을 기용해 스토리의 매력에 빠지도록 했다. 실제 강양현 감독과 비슷한 외모의 안재홍은 특유의 인간미로 농구팀과 관객을 리드한다.

또한 유쾌함과 따뜻한 이야기를 품고 있는 장항준 감독과 <싸인> 이후 동반 작업에 나선 김은희 작가의 각색, 탄탄한 스토리텔러로 알려진 권성희 작가의 협업은 <리바운드>를 더욱 빛나게 했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영화 <리바운드> 스틸컷
ⓒ (주)바른손이앤에이
 
최근 대중문화계에 떠오르는 '농놀 문화'(농구 놀이)의 시작은 <더 퍼스트 슬램덩크>로 거슬러 올라간다. 식지도 꺾이지도 않는 인기 요인은 무엇일까. 시들지 않는 레트로 열풍이라 꼬집어 말하기 힘든 여러 의미를 품고 있다. 잃어버린, 혹은 잊고 있던 순수함, 열정, 젊음, 전성기를 스크린 앞에 불러 세운 향수는 꽤나 진해 오래 지속되고 있다.

어른들은 어릴 때처럼 미친 듯이 열광했다. 아마 위로가 필요했던 마음을 제대로 채워 준 타이밍이었다.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고 자신만만했던 시절을 온전히 보상받는 순간이었을 거다. 어느덧, 시간이 지나고 정신 차리고 보니, 패기는 어디 가고 실패 앞에 굴복한 나이 든 자신을 마주해야 하는 잔인함만 있지 않나. <리바운드>도 대중이 원했던 것을 정확히 파고들어 감동을 선사한다.

그 기분을 오랜만에 생각지도 못했던 영화가 느끼게 도와주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마지막 5분 못지 않은 <리바운드>의 마지막은 단연 압권이다. 2012년 경기장에 관객도 함께 있었던 것 같은 기분을 들게 한다. 이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 제작진과 배우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만 싶어진다.

누구에게나 처음이 있고 실패의 경험은 자양분이 된다. 경험과 시간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포기하지 않는다면 원하는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 보조 바퀴에 의지하지 않은 채 자전거를 처음 탄 경험, 어설프고 서툴지만 첫 출근하던 날, 초보운전 딱지를 붙이고 도로 주행했던 순간이 다들 있었다.

처음부터 잘할 수 없는 거다. 몇 번을 쓰러지고 다시 일어나는 경험을 반복하다 보면 상처는 굳은살이 되고, 열정은 결과가 될 것이다. 앞이 보이지 않는 고단한 오늘을 보냈지만, 내일은 농구할 수 있다는 희망. 좋아 미치겠는 무엇에 빠졌던 마음을 오랜만에 리바운드해 봐야겠다. 이제 끝났다고, 나이가 너무 많다고, 너무 슬퍼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각자의 리바운드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시작될지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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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장혜령 기자의 개인 브런치 https://brunch.co.kr/@doona90 에도 게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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