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 넘은 안도 타다오, 그가 여전히 청춘인 이유 [서울을 그리는 어반스케쳐]
[오창환 기자]
▲ 뮤지엄산 전경을 그렸다. 앞에 보이는 빨간 조형물은 알렉산더 리버만의 작품 <아치 웨이>. 멀리 건물입구에 안도의 작품 청사과가 있고 건물 유리에도 <아치 웨이>가 비춰져 있다. |
ⓒ 오창환 |
원주 뮤지엄 산도 그가 설계하였는데 2005년부터 시작된 프로젝트를 2012년에 마무리하고 갤러리는 2013년에 개관했다. 올해로 개관 10주년을 맞이하여 설계자 안도 타다오의 개인전을 개최하는 것이다. 전시는 4월 1일부터 7월 30일까지이며, 안도는 이 전시의 제목을 '청춘'이라 지었다.
전시를 앞두고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주최로 <안도 타다오 건축강연 ; 꿈을 걸고 달려라>가 서울대학교 문화관 대강당에서 열렸다. 이 강연은 서울대 학생들이 주요 대상이지만 일반인에게도 일부 자리를 배정해서 예약을 받았다. 치열한 예약 전쟁을 뚫고 예약에 성공해서 3월 30일 저녁 안도의 강연을 들으러 서울대로 갔다.
문화관 대강당 스크린에는 큰 청사과 사진이 보였고, 안도가 들어와서 강연을 시작했다. 그의 인터뷰 영상이나 다큐멘터리는 접해봤지만 직접 강연은 처음 듣는 거라 그가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내는지가 궁금했다. 그는 자신이 만들었던, 또는 만들고 싶었지만 못 만들었던 건축물과 그 과정을 설명했다.
그는 좋은 건축을 하기 위해서는 자유, 용기, 판단력, 지속력 등이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청춘의 마음을 잊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꺾이지 않는 도전 정신, 그것이 바로 청춘이다. 그의 강연을 듣다 보니 그의 나이는 80을 넘었지만 노인이 아니라 청춘임이 확실하다.
안도의 강연을 들어보니 달변이시고 특히 유머감각이 뛰어나서 관객을 많이 웃게 만드신다. 그리고 강연 장소가 서울대이고 건축학과 학생들이 많아서인지 후배 건축가들에 대한 당부의 느낌으로 강연을 했다.
안도 타다오의 강의를 듣고 지난 4일 원주를 향했다. 뮤지엄산에 도착해 보니 평일 낮 시간인데도 관람객들이 많아 발권하는 데만도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안도의 티켓 파워를 보여주는 것 같다.
표를 끊고 안으로 들어가면 H빔을 이용한 거대한 조각과 패랭이 꽃밭이 유명한 플라워 가든이 나오는데, 아직 패랭이 꽃이 피지 않아서 아쉬웠다. 그래도 길을 따라 내려가면서 보이는 자작나무들은 여전하다.
자작나무가 우거진 길을 통과하면 노출 콘크리트 벽을 볼 수 있고 그 벽을 따라가다 120도 예각으로 꺾어지면 알렉산더 리버만의 작품 <아치 웨이> 건너편으로 건물이 보인다. 건물 주변을 얕은 호수로 감싸고 있어서 <아치 웨이>도 건물도 주변 수목들도 모두 물에 비춰 보인다.
<아치 웨이>를 통과해서 걸어 들어가면 안도가 만들어서 설치한 청사과가 있다. 안도는 "청춘은 인생의 시기가 아닌 어떠한 마음가짐"이라는 미국 시인 사무엘 울만의 시 <청춘>에서 영감을 받아서 이 사과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는 강연에서 자신이 만든 청사과는 원래 4억 5천만 원 정도 하는데 뮤지엄 산은 자신의 개인전을 하는 곳이니만큼, 소장을 원하면 30퍼센트 정도 할인을 해줘야 할 것 같다고 한다.
안도가 설계한 건축물 안에 들어가면 벌써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노출 콘크리트로 된 단순한 벽체와 높은 천장, 위에서 은은하게 비치는 자연광 등, 갤러리에 들어왔는데도 불구하고 마치 종교적 체험을 하는 듯한 느낌이다.
▲ 왼쪽은 안도가 직접 그린 스케치. 오른쪽은 베네치아 산마르코 광장 앞에 있는 15세기 세관을 미술관으로 바꾼 푼타 델라 도가나다. 안도가 리노베이션에 참여했다. 나무 모형이 매우 정교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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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엄 산은 상설 전시실로 종이 갤러리가 있고 기획 전시실로 청조 갤러리가 있는데 이번 전시는 청조 갤러리 1, 2, 3관을 모두 활용해서 안도 타다오의 초기의 작품부터, 나오시마 프로젝트, 도시의 공공성을 살린 프로젝트와 오래된 건물의 재생 프로젝트 등 그의 작품을 골고루 보여주고 있다. 그중에서 특히 삿포로 <부처의 언덕> 설계, 시공 과정 영상은 정말 감동적이었다.
안도가 직접 그린 스케치와 도면도 있었는데, 젊은 시절의 꼼꼼한 그림은 어반스케치로도 손색이 없는 멋진 그림이다. 또 흥미로운 점은 나무로 만든 모형이 너무 정교하고 사실적으로 만들어져서 모형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일본식 섬세함을 보는 것 같다. 나무를 얇게 깎아 등고선을 따라서 언덕을 만들고 그 위에 건물을 세운 것이 마치 수채화를 그릴 때 물감을 몇 층을 겹쳐서 칠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전시에는 그가 설계해서 완공한 작품이 대부분이지만, 그가 설계했는데 실현되지 못한 작품도 같이 소개되고 있다. 오사카 시의 오래된 공회당 건물에 거대한 알을 넣는 프로젝트라든지, 영국 테이트 모던 갤러리 응모작 등은 채택되지 못했지만 여전히 흥미롭다.
▲ 벚꽃이 만발한 뮤지엄 산. 얕은 호수는 갤러리와 자연을 비추는 거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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