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삼성전자 결국 인위적 감산 선언
“의미있는 수준까지 메모리 생산량 하향 조정”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기조를 유지했던 삼성전자는 “의미있는 수준까지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중”이라면서 감산을 공식 인정했다.
7일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잠정실적(연결기준)에서 매출 63조원, 영업이익 6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대 이하로 주저앉은 것은 2009년 1분기(5900억원) 이후 14년 만에 처음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이 19% 감소한 수준이다. 부정적인 내용이 상당히 반영됐던 증권가 예상치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당초 증권가 컨센서스는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지만 그 밑으로 내려간 것이다.
부문별 실적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이 최악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관측된다. DS부문은 4조원대 중반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디바이스경험(DX)에서는 가전 등 완제품(세트) 판매 역시 순탄치 않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지난 2월 출시한 갤럭시S23의 판매 호조로 적자폭을 축소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삼성디스플레이와 전장제품을 생산하는 하만이 실적방어의 ‘효자’ 노릇을 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96% 급감한 데에는 반도체를 담당하는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올해 1분기 적자 규모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2분기 영업적자 폭 역시 1분기와 비슷한 4조원대 중반 수준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면서 삼성전자도 ‘인위적 감산’ 등 감산 시그널을 구체화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특정 메모리 제품은 향후 수요 변동에 대응 가능한 물량을 확보했다는 판단 하에 이미 진행 중인 미래를 위한 라인 운영 최적화와 엔지니어링 런 비중 확대 외에 추가로 공급성이 확보된 제품 중심으로 의미 있는 수준까지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 중”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DS부문의 기록적인 적자는 수요위축으로 재고가 누적되고, 재고와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재고 평가손익이 악화된 데 따른 것이다.
삼성전자 DS부문의 재고자산은 지난해 연말 29조576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77%가 늘어난 상태. 올해 1분기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은 지난해 연말 대비 20% 가까이 하락하는 등 최악의 시장 상황을 맞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 컨퍼런스콜에서 유지보수, 설비 재배치 등에 따른 ‘기술적 감산’을 시사했지만,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이 지속되면서 시장에 유의미한 영향은 미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의 인위적 감산 선언은 어떻게든 2분기에 저점을 찍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다. 삼성전자 안팎에서는 DS부문 적자가 올해 1분기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반기 반등의 희망섞인 관측도 있지만 2분기에 저점을 찍느냐에 따라 반등의 시점이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2분기 PC 수요는 반등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흘러나온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올해 2분기 노트북 수요가 1분기에 비해 13% 늘어날 것으로 관측했다. 전년대비 기준으로는 39% 줄었으나 분기별로는 반등의 기점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증가를 기대했던 서버 수요가 지지부진해 시장 안팎에서는 2분기에도 반도체 혹한기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삼성전자는 감산을 보다 구체화해 추가적인 가격 하락을 막는 방향으로 내부 방침을 선회했다. 이날 공식 발표에 앞서 외부 고객사와의 협의도 진행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웨이퍼 투입량을 조절하는 형태로 생산량을 조정하는 ‘인위적 감산’에 돌입한 것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반도체 수요와 공급이 균형에 이르는 시점을 3분기로 앞당기기 위해서 삼성전자가 감산을 선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욱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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