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인의 한국 섬 문화 탐방기 [책이 나왔습니다]
'편집자가 독자에게'는 출판편집자들이 자신이 만든 책을 소개하는 글입니다. <편집자말>
[박소연 기자]
▲ 코리안 오디세이 - 거친 바다를 건너 한국의 섬을 여행하다, 마이클 깁(지은이), 김한슬기(옮긴이) |
ⓒ Gaek(객) |
저자 마이클 깁은 영국인이다. 1990년대 초 한국에 우연히 왔다가 반드시 돌아오겠다는 결심을 하고 아예 직장을 한국으로 옮겼다. 그렇게 한국에 살게 되었고 중앙일보 영문판의 부편집장, EBS TV 프로그램의 작가와 진행자 등으로 활동하며 한국의 지역, 역사, 음식, 사람들, 전통과 대중문화를 파고들었다. 한국과 아시아를 더 잘 이해하고 싶었고, 국제관계학 석사과정을 밟는다.
▲ 1년 사계절 60여 척이 넘는 여객선을 타고 한국의 섬 30개를 여행하다 |
ⓒ 마이클 깁 |
"한국 섬이 그렇게 특별해?" 그가 설익은 계획을 말했을 때 친구의 질문이었다. 한국어판을 만들며 편집자도 왜 한국이어야만 했는지 물었는데, 그는 '케이팝, 소주, 영화 <기생충>, 삼성 핸드폰, 가수 싸이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한국을 너무나 간절하게 다시 만나고 싶었다'고 했다. 그리고 한국 섬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한다.
"한국의 섬은 나의 상상을 자극한다. 지금 당장 한국 지도를 꺼내 해안을 관찰해 보자. 먼저 섬이 몇 개나 있는지 세어 보겠다. 아니, 굳이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어차피 3000개가 넘는 섬을 다 셀 수는 없다. 안개가 자욱한 북서쪽의 섬은..."으로 시작해 서해안부터 남해안, 동해의 울릉도, 독도까지 섬들에 얽힌 이야기들을 나열한다. 또 한국의 섬이 얼마나 흥미로운지 열변을 토하다가, 많은 섬 때문에 잦은 야근을 했을 지도 제작사의 직원들을 걱정한다.
▲ 심한 발목 부상을 안고 떠난 가거도, 흥미진진한 다섯 시간의 항해 |
ⓒ 마이클 깁 |
1년 사계절 동안 60여 척이 넘는 여객선을 타고 30개 섬을 여행한 이야기는 그야말로 긴 여행, '오디세이'다. 북한과 교전이 있었던 백령도, 연평도를 시작으로 고대도, 장자도, 하의도, 가거도, 관매도를 거쳐 보길도, 청산도, 한산도, 마라도, 울릉도와 독도를 여행한다. 섬에 얽힌 신화, 역사, 환경문제, 인구의 고령화까지 다양한 주제가 여행에서 벌어지는 예상치 못한 일들과 어울려 펼쳐진다.
▲ "그날 나는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
ⓒ 마이클 깁 |
5.18에 연루되었다가 보길도에 정착한 택시 운전사 김씨의 안내로 아름다운 섬에 은둔한 시인 윤선도의 자취를 함께할 때는 외국인도 한의 정서를 이해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배낭에는 상비약처럼 초코파이와 맥심 골드 믹스를 넣고 사계절 한반도의 섬을 누빈 이야기는 우리 문화를 다시 발견하게 되고, 풍부한 문화가 새삼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저자는 처음 '코리안 오디세이'를 계획할 때 육지와 연결되지 않은 섬만 여행하기로 원칙을 세웠고 그 원칙을 엄격하게 지켰다. 그러나 30개의 섬을 여행하고도 아쉬운 마음이 들자 이제 다리로 육지와 연결된 강화도를 어떻게든 포함시키려고 안간힘을 쓴다. 아직 들려주지 못한 한국 섬 이야기가 너무 많다.
▲ 영토분쟁으로 뜨거운 독도를 가다 |
ⓒ 마이클 깁 |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는 트로이 전쟁이 끝나고 오디세우스가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여러 바다를 떠돌며 겪은 대서사시이다. 오디세이는 긴 여행을 의미하는 단어로 굳어졌고, 수메르 신화 〈길가메시 서사시〉와 함께 모험담의 원형으로 불린다.
저자 마이클 깁은 홀로 한국 섬을 여행하지만 늘 가족을 생각한다. 영화 <서편제>에 푹 빠져 언젠가 청산도에 갈 결심을 했고, 결국 중년이 되어 '코리안 오디세이'를 통해 소원을 이룬다. <서편제>의 촬영지에 도착하자 그는 아리랑을 열창해 사랑하는 아내 아진에게 보낸다.
오디세우스가 사랑하는 가족이 기다리는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기 위해 바다를 떠돌았던 것처럼, 마이클 깁의 <코리안 오디세이>는 결국 가족에게 돌아가기 위한 여행이다. 마침내 가족과 함께하는 에필로그에서 그는 벅찬 마음을 말로 표현하기 어려워한다.
▲ 청산도에서 아내에게 보내는 아리랑 ⓒ 마이클 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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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코리안 오디세이』의 편집자 박소연의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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