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보물창고’ 군산 원자재 비축기지…“원자재 위기 대응 첨병”
군산 시내를 벗어나 새만금 비응공원과 비응항을 향하는 길목. 너른 야적장에 레고 블록처럼 쌓인 광물과 주변을 에워싸듯 양옆으로 들어선 건축물이 웅장함을 드러낸다. 도심 외곽도로와 맞닿은 정문에서 바라본 ‘군산 원자재 비축기지’ 외부 전경이다.
6일 전북 군산시 무역로에 위치한 군산 원자재 비축기지를 찾았다. 원자재 비축기지는 정부가 원자재 물자를 직접 구매해 비축하고 수급이 원활하지 않을 때 비축 중인 원자재를 기업에 내보내 물가 안정을 도모하는 역할을 한다.
현재 전국에선 항구와 인접한 인천·부산·군산에 3개 대형 비축기지, 내륙에 위치한 대구·대전·경남·광주·충북·강원에 6개 소형 비축기지가 구축돼 운영 중이다.
이들 비축기지에는 지난 2월 말 기준 알루미늄·구리·납·아연·주석·니켈 등 비철금속 6종 22.5만t과 희토류 등 희소금속 2.3만t을 포함한 금속자원 총 24.8만t이 비축됐다.
이중 군산 비축기지는 대형 비축기지 중에서도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조달청 전체 비축 시설의 47%를 차지하는 이곳은 1979년 터를 잡았던 군산시 소룡동에서 2008년 군산 무역로로 이전해 현재의 외형을 갖췄다.
주요 시설은 창고 5개 동(3만8435㎡ 과 야적장(9만3795㎡)으로 시설 면적은 축구장 18개와 맞먹는다.
군산 비축기지에는 주로 비철금속이 비축되고 있으며 지난 2월 말 기준 이곳에 비축된 비철금속 6종의 규모는 총 6.6만t인 것으로 집계된다. 이는 조달청 전체 비철금속 비축재고의 27% 수준이다. 이곳을 ‘금속보물창고’로 이름 붙일 수 있는 이유다.
특히 조달청은 2025년 완공을 목표로 군산 비축기지 내 비축창고 2개 동(1만4929㎡) 신축도 추진하고 있다. 앞으로 군산 비축기지에서 비축하게 될 비철금속 규모가 추가로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비축사업의 근본적 목적은 원자재, 경제안보품목 등의 수급을 원활하게 하는 데 있다. 또 비축 원자재의 일부를 국내 수요 기업에 상시방출하고 부족한 원자재는 국내외에서 지속해서 구매·비축해 일정 재고량을 유지함으로써 재고순환을 통한 원자재 품질 유지를 도모할 수 있다.
무엇보다 조달청의 원자재 방출가격은 국제 원자재 가격을 기준으로 정해져 수급 위기 때 국내 원자재 가격 급등을 억제하고 원자재 구매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안정적으로 원자재를 확보할 수 있도록 돕는 첨병 역할을 한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마스크 공급량이 수요에 미치지 못할 때 조달청이 직접 수급 안정화 지원에 나섰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 요소수 사태 때의 대응도 다름 아니다. 평소 드러나지 않는 공급망 취약 품목 중 국내 산업, 경제에 핵심적 소재를 정부가 경제안보품목으로 집중 관리하고 이중 공급망 위기 가능성이 높거나 국민 생활에 밀접한 물자를 비축하는 역할을 조달청과 비축기지가 맡은 것이다.
연장선에서 조달청은 지난해 정수용 활성탄, 차량용 요소 등을 신규 비축 품목으로 정해 비축을 시작했고 올해는 비축 품목에 염화칼슘, 형석 등을 포함하는 것을 확정한 상태다.
이에 더해 조달청은 앞으로 비축사업을 정책적으로 활용해 수출 우수기업에 할인방출 우선 배정, 배정 한도 확대, 외상·대여 방출 우대 등을 지원함으로써 글로벌 원자재 위기에 대응하는 전략을 구사할 계획이다.
한편 이날 조달청은 군산 비축기지에서 현장 설명회를 가졌다. 현장 설명회는 최근 원자재 수급 불균형과 이에 따른 원자재 가격 폭등 등 공급망 위기에 대응한 정부의 비축사업 추진 방향을 소개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이 자리에서 이종욱 조달청장은 “상시화된 글로벌 공급망 이슈로 안정적 원자재 공급망 확보가 우리 경제에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는 요즘”이라며 “조달청은 국내 공급망의 한 축을 담당하는 정부기관으로서 군산 비축기지 등을 활용해 원자재 위기 대응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활동에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일웅 기자 jiw30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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