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도 내놨다…챗GPT가 광고 만드는 시대, 광고업 미래는
광고 회사들이 신사업 발굴에 골몰하고 있다. 올해 경기 침체로 기업들이 마케팅 비용을 보수적으로 집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일각에선 오픈AI의 인공지능(AI) 챗봇 서비스 ‘챗GPT’와 AI 카피라이터가 광고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는 가운데서다.
막걸리 만들고, 해외 진출 늘리고
7일 이노션은 자체 개발한 지적 재산(IP) 캐릭터 ‘보스토끼(BOSS TTOKKI)’를 론칭했다고 밝혔다. 주류 업체 한강주조와 손잡고 ‘보스토끼 막걸리’도 선보였다. 카카오톡 선물하기, 네이버 쇼핑과 편의점 등 주요 온·오프라인 유통채널에서도 구매할 수 있다. 이노션은 이날부터 9일까지 서울 명동 영플라자 1층에 팝업스토어(임시매장)도 오픈한다.
광고 회사가 막걸리를 만드는 건 이례적이다. 보스토끼 프로젝트에 참여한 배금별 이노션 CR2제작2센터장(상무)은 “광고대행사가 ‘대행’과 기업 간 거래(B2B)뿐만 아니라 소비자와 직접 만나는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 시장으로 영역을 확장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노션은 향후 플랫폼 IP 비즈니스 시장에 새로운 형태의 크리에이티브와 마케팅을 선보이겠다는 구상이다.
제일기획은 지난달 삼성전자와 ‘갤럭시 오픈 투고(Open To Go)’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새로운 갤럭시 제품을 출시 전 사용해 볼 수 있는 ‘갤럭시 투고’ 서비스가 진화한 프로그램으로 서울 남산 N서울타워, 서울 잠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으로 소비자를 찾아갔다.
이달엔 야구장에서도 갤럭시S23 시리즈로 경기를 포착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제일기획 관계자는 “각 공간의 맥락을 활용해 소비자들이 공간이 주는 경험에 더 집중하게 하는 새로운 방식의 몰입형 경험 마케팅”이라고 설명했다.
제일기획은 여기에 더해 해외 사업 확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아프리카 북서부 지역에 마그레브 법인을 신설하고 신흥시장인 중동·아프리카 지역에서의 비즈니스 확대에 나섰다. 해외 네트워크는 46개국, 54개 거점으로 확대했다.
디지털 확장 필요한데…챗GPT 활용 광고 등장
제일기획과 이노션은 각각 지난해 디지털 사업 확장, 월드컵 효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성장했다. 그러나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에 따르면 이달 광고경기전망지수(KAI·Korea Advertising Index)는 전년 동기 대비 97.1이다. KAI는 매달 국내 560여 개 광고주에게 광고 지출 증감 여부를 물어 응답값을 지수화한 지표다. 광고 지출이 늘어날 것이라 응답한 사업체가 많을수록 100을 넘고, 반대면 100 미만이 된다.
업계에선 계열사나 비계열 광고 물량이 확대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추가적인 성장은 국내·외에서 디지털 사업을 강화해야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미 디지털 분야는 주요 광고사 실적 절반을 책임지는 주력 사업이다.
하지만 최근 일부 기업은 과거 광고대행사나 디지털 전문 대행사에 맡기던 일을 AI로 자체 해결하고 있다. SPC 계열 배스킨라빈스는 이달 챗GPT를 활용한 광고 영상을 공개했다. 챗GPT에 ‘이달의 맛’을 주제로 ‘마이멜로디’와 ‘쿠로미’가 주인공인 동화 초안을 요청하고, 이를 각색해 ‘원스 스푼 어 타임: 복숭아 원정대와 용의 눈물’ 영상을 완성했다.
이는 허영인 SPC그룹 회장의 아들인 허희수 SPC 부사장의 지시로 추진됐다고 한다. AI 기술을 기반으로 새로운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자는 취지다. 배스킨라빈스는 다음 달에도 챗GPT를 활용한 마케팅을 전개할 예정이다.
최근 현대백화점과 CJ는 AI 카피라이터를 현업에 도입했다. 현대백화점은 네이버 AI 언어모델 ‘하이퍼클로바’가 기본 엔진인 AI 카피라이팅 시스템 ‘루이스’를 사용한다. 핵심어를 제시하면 10초 안에 광고 카피를 내놓고, 타깃 연령대를 고려해 어투까지 조절한다.
CJ는 ‘성향 맞춤 AI 카피라이터’를 개발했다. CJ AI센터에서 자체 개발한 엔진으로 기본 프로모션 정보만 입력하면 카피 문구가 나온다. 이상적·감정적 고객에겐 대화체와 비유적 문구를, 현실적·이성적 고객에겐 제품 효과를 부각한 문구를 제안하는 식이다.
광고 업계 “AI 카피, 문장력 밀도 낮고 엉성”
그러나 광고 업계에선 현재로썬 AI가 주도한 광고나 카피는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한 광고 업계 종사자는 “AI가 자료 정리나 요약, 초안 작성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해줄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저작권, 정보 신뢰도에서 문제 소지가 발생할 수 있어 사람이 검토하는 작업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AI의 작품에 대해 “문장력 밀도가 낮고 문맥이 엉성한 경우가 많다는 느낌”이라며 “카피라이팅 등에 AI에 과도하게 의존할 경우 카피라이터나 크리에이터들에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깊이 있는 고민과 사고력이 퇴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백일현 기자 baek.il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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