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역배우서 새내기로, ‘리바운드’ 안지호의 진화 [IS인터뷰]
2023. 4. 7. 06:30
주지훈, 신하균, 지진희 등 스타 배우의 어린 시절을 도맡았던 아역 배우가 있었다. 어린 나이에도 탄탄한 연기력을 보여주며 성장하더니 SBS 드라마 ‘아무도 모른다’에서 주연을 맡아 SBS 연기대상 청소년연기상까지 수상했다. 이번에는 지난 5일 개봉한 영화 ‘리바운드’에서 열정 많은 고등학생으로 ‘아역’을 벗고 진화했다. 올해 대학생이 된 2004년생 배우 안지호다.
6일 일간스포츠 사옥에서 영화 ‘리바운드’에 출연한 배우 안지호를 만났다. ‘리바운드’는 는 2012년 전국 고교농구대회,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최약체 농구부의 신임 코치와 6명의 선수가 쉼 없이 달려간 8일간의 기적 같은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제37회 대한농구협회장배 농구대회에서 단 6명의 선수로 준우승이라는 쾌거를 이뤄낸 부산중앙고 농구부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안지호는 ‘리바운드’에서 열정 가득한 고등학교 1학년 ‘진욱’ 역을 맡았다. 그동안 사연 있고 어두운 캐릭터를 주로 연기하다가, 이번에는 도무지 발이 땅으로 내려오지 않는 ‘하이텐션’ 고등학생이 됐다. 그래서인지, 안지호에게는 대책 없이 밝은 진욱이를 연기하는 것이 ‘도전’이었다고 한다.
“그동안 정적인 캐릭터들을 많이 맡았는데 처음으로 ‘극도로 밝은’ 캐릭터를 맡게 되었어요. 제게는 연기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는 기회이자 도전이었거든요. 캐릭터 잡을 때 많이 갈팡질팡했지만 장항준 감독님께서 많이 도와주셔서 열심히 만들어갔어요.”
평소 농구를 좋아하는 안지호는 ‘리바운드’를 통해 좋아하는 것들을 많이 할 수 있었다고 했다. 안지호는 “평소 농구를 좋아해서 어릴 때부터 뛰던 팀도 있었다”며 “농구 영화가 있다고 들어서 꼭 하고 싶었다. 하루 종일 멋진 폼이 나오도록 농구공을 던지고 그 영상을 제작팀에 보냈다”고 했다. 결과는 오디션 합격이었다.
마이클 조던을 좋아하며 연신 까불거리는 진욱을 표현하기 위해 안지호도 촬영장을 깡총이며 뛰어다녔다. 안지호는 “정말 진욱이가 되기 위해 촬영장에서도 텐션을 많이 올렸다”며 “촬영 중이 아니더라도 쉬지 않고 계속해서 움직이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오디션에서 처음 만난 장항준 감독은 그런 안지호에게 ‘연예인’ 같았다고 밀했다. 안지호는 “사실 나는 사투리 연기를 어색하게 했다고 생각했는데 운이 좋게 붙었다”며 “처음에 긴장했지만 장항준 감독님은 편하게 대해주시다가 일하실 때는 프로 답게 집중하셔서 배우 입장에서는 고마운 분”이라고 전했다.
동료 배우들과의 호흡도 안지호에게는 좋은 추억이었다. 안지호는 그동안 아역 배우로 선배 배우와 자주 호흡을 맞춰왔지만 ‘리바운드’에서는 비슷한 나이대 ‘형’들과 함께 연기하는 것이 마치 한 팀으로 되어가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리바운드’ 속 농구부 배우들과는 별도로 농구팀도 만들었다. ‘리바운드’를 함께 한 정진운 주도 하에 아마추어 대회도 나가보자는 결의를 했다고 한다.
“형들이 저랑 정말 많이 놀아줬거든요. 촬영지가 부산이라서 국밥도 같이 많이 먹고, 쉴 때도 같이 농구하고 그런 추억들이 너무 좋더라고요. 제게는 다 친형같이 된 거죠. 안재홍 선배님도 연기적으로 도움을 많이 주셨고요. 제가 부족하다고 생각한 리액션들을 같이 고민해주시고 아이디어도 주고 받으면서 ‘진욱’이를 만들어갔어요.”
최근에도 안지호는 ‘리바운드’ 형들과 온라인 축구 게임 ‘피파’에 빠져있다. 그는 “제가 처음에는 잘 못했는데 지금은 김택 형보다 잘한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피파 랭크는 ‘월드 클래스 1부’라고 한다. 이 정도면 상위 5%대 안에 드는 성적이다.
‘월드 클래스’ 배우가 아니냐고 물으니 안지호는 당황한 얼굴로 웃었다. 손사래 치는 모습에 풋풋한 대학생의 모습이 그대로 묻어나왔다. 안지호는 올해 한양대학교 예술체육대학에 입학한 ‘새내기’다. “학교 가방 들고 등교만 해도 매일 아침이 설렌다”며 “등교길도 재밌고 강의실에 들어가서 수업 듣는 것도 재밌다”고 말했다. 행복한 대학 생활을 시작했지만 작년까지만 해도 ‘리바운드’ 촬영과 입시 준비를 동시에 하느라 정신없는 한 해를 보냈다.
“저도 작년에 입시 준비랑 촬영이 겹치면서 힘들었거든요. 입시라는 게 대학을 가기 위한 목표가 있는 것이고, 농구도 골을 넣기 위한 목표가 있잖아요. 하지만 공이 안 들어갈 때도 있는 거죠. 그런데 ‘리바운드’는 그 행위 자체가 실패를 기회로 만드는 것이잖아요. 공이 떨어졌을 때 다시 잡고, 다시 시도할 수 있는 게 영화 ‘리바운드’가 주는 의미인 것 같아요. 실패해도 돼. 이 말이 저한테 용기가 되었듯 ‘리바운드’가 관객분들에게도 용기가 되면 좋겠어요.”
김혜선 기자 hyese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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