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기아 EV9 스케일에 놀랐다면, 이제 디테일에 반할 차례
"모던한 분위기의 라운지 테마와 친환경성 조화에 많은 고민"
지난달 30일 ‘2023 서울모빌리티쇼’에서 공개된 기아의 대형 전동화 SUV ‘The Kia EV9’은 웅장하고 고급스러우면서도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으로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EV9에 대한 소비자 반응은 대형 전기 SUV라는 차급이 주는 외형적인 스케일이 주로 부각되고 있지만, 기아는 EV9에 플래그십 전기차 다운 프리미엄 감성을 불어넣기 위해 디테일한 부분까지 세심한 노력을 기울였다.
EV9 개발 과정에 참여한 기아 CMF(컬러·소재·마감)팀 김경미 책임연구원과 서면 인터뷰를 통해 EV9이 제시하는 방향성을 알아봤다.
외장 디자인이 차의 첫인상을 좌우한다면 CMF는 실사용 과정에서 사용자 경험(UX)을 판가름하는 요인이다. 디자인이 맘에 들어 차를 샀는데 막상 소재와 마감이 형편없다면 실망이 커지게 마련이다.
EV9은 기아 전동화 SUV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플래그십 모델이라는 점에서 CMF팀의 고충도 컸다고 한다. 첫 단추부터 ‘최고’를 보여줘야 하는 데다 깔끔하고 깨끗한 이미지의 외장 디자인과도 방향성이 일치해야 했다.
김 책임연구원은 “기아 전동화 SUV의 방향성을 EV9을 통해 보여줘야 했기에 차량 성격이 잘 드러나야 했다”면서 “EV9 CMF 디자인 콘셉트의 핵심은 ‘편안하면서 모던한 분위기의 라운지’라고 할 수 있다. 친환경차의 미래지향적인 구성과 조화를 이루기 위해 세련된 이미지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디자인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EV9의 주소비층인 ‘밀레니얼 패밀리’ 고객의 취향을 맞추기 위한 노력도 더해졌다고 한다. 이들이 친환경 시대와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점을 고려해 EV9에 담긴 의미를 강조하는 것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김 책임연구원은 ‘자연에서 영감을 얻은 외장컬러’와 ‘친환경 소재와 자연을 바탕으로 빚어낸 인테리어 테마’를 대표적으로 꼽았다.
“미래지향적이면서 친환경적이고, 고급스러움도 갖춰야 한다.”
기아가 EV9에 많은 욕심을 부리면서 CMF팀에도 더 많은 고민이 주어졌다. 디자인 과정에서 다양한 지향점을 조화시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김 책임연구원은 “EV9은 미래지향적인 분위기, 고급스러움, 친환경성 등 모든 요소를 담아내야 하는 고난도의 프로젝트였다. 모든 요소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CMF 디자인에 대해 고민했고, 적절한 균형점을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가장 집중한 부분으로는 친환경성을 꼽았다. 그는 “EV9을 개발하는 사이에 회사가 ‘CMF 지속가능전략’을 수립했고, EV9은 이 전략이 적용된 첫 차가 됐다”면서 “이 전략을 바탕으로 ‘MUST have 10 items’이라는 친환경 소재 10가지를 EV9에 적용했다”고 말했다.
김 책임연구원에 따르면, EV9에 적용된 친환경 소재는 크게 ‘리사이클’, ‘바이오’, ‘BTX 프리’ 등 세 가지로 구분된다.
리사이클 소재에는 PET병을 재활용해 만든 천(Recycled PET fabric), 스웨이드(Suede), 실(Yarn), 펠트(Felt), 플라스틱(Plastic), 폐어망을 재활용한 플로어(Recycled fish net floor) 등이 해당된다.
바이오 소재는 바이오PU(Bio PU), 폼(Foam), 페인트(Paint) 등이며, BTX프리는 석유화학 방향족 설비에서 나오는 벤젠, 톨루엔, 자일렌 성분이 없는 친환경 페인트다.
이같은 친환경 소재는 운전자와 탑승자의 몸과 손이 닿는 곳곳에 적용됐다. 김 책임연구원은 “인테리어에 적용된 대표적인 친환경 소재 부품은 바이오PU시트와 폐어망 재활용 플로어”라며 “헤드라이닝과 1열 시트 헤드레스트, 내장 가니시 등도 리사이클 원단을 사용해 완성했다”고 말했다.
그밖에 도어 윈도우 스위치 패널 부분에는 바이오페인트를, 나머지 도장 부품에는 모두 BTX 프리 페인트를 사용했다고 한다.
전체적으로 사용된 리사이클, 바이오 소재는 EV9 한 대당 약 7~8kg 정도고, 500mℓ PET 병을 기준으로 70개 이상의 리사이클 소재를 사용했다.
김 책임연구원은 “EV9의 10가지 친환경 소재 적용은 기아 CMF 지속가능전략에 따른 것으로, 사회와 환경에 대한 책임감이 담겨있다”고 강조했다.
완성차에 기성품이 아닌 새로운 친환경 소재를 적용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때문에 CMF팀 뿐 아니라 다른 여러 부서들과 함께 고민해야 했다고 한다.
김 책임연구원은 “인테리어 부품에 따라 규격과 공법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소재를 어떤 부분에 적용할 수 있을지 검토하는 과정에 집중했다”면서 “이 과정에서 모든 내장부품설계팀을 비롯해 개발팀, 재료팀, 원가팀 등 여러 관계부서와 수많은 회의를 통해 의견을 교환했다. 양산성, 원가, 상품성 등 다양한 부분을 고려해 최대한 많은 소재를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고안했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친환경 소재를 많이 사용했다는 것만으로 소비자에게 만족감을 주진 못한다. CMF팀은 친환경 소재를 감성 품질과 연결시키기 위한 노력도 많이 기울였다고 한다.
EV9의 크러시패드, 도어, 콘솔 등에 사용된 재활용 패브릭 소재가 대표적이다. 폐용품에서 추출한 원사를 활용해 친환경성을 보여줌은 물론, 감성 품질과 디자인적 완성도를 높이는 데도 크게 기여했다고 한다.
김 책임연구원은 “인테리어에 패브릭 소재를 적용한 것은 CMF 디자인콘셉트 중 하나인 ‘편안한 라운지’를 완성하기 위한 선택”이라며 “패브릭을 통해 터치감과 세련미, 고급스러움을 모두 연출하고 싶었다. 패브릭은 일반적인 마감 소재와 달리 부드럽고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하는데다, 다양한 컬러와 패턴이 존재해 디자인 완성도를 높이고,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특히 EV9의 시트는 친환경과 디자인적 우수성이 조화된 최적의 결과물이라고 김 책임연구원은 강조했다.
그는 “EV9은 일반적으로 쓰이는 가죽 대신 옥수수에서 추출한 소재를 사용한 바이오 PU를 시트 전체에 적용했으며, 바이오 함량은 10%에 달한다”면서 “1열 헤드레스트는 친환경 소재 비율이 30%나 되는데, PET 병에서 추출한 친환경 원사로 제작된 슬림메시 원단을 적용했다. 원단 안쪽에는 피마자오일 추출물의 바이오폼을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시트 디자인 측면에서는 “트림에 따라 다양한 펀칭과 후가공(열엠보, 퀼팅)을 적용했다”면서 “특히 퀼팅은 일반적으로 높은 가격대의 차량에 적용되는 다이아몬드 형상의 클래식한 디자인이 아닌, 절제된 스트라이프 등의 지오메트릭한 패턴을 통해 EV9 만의 고급스러움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부드러운 터치감을 위해 시트백 커버에 소프트 도장을 적용하며 고급감을 한껏 높였다는 설명이다.
EV9은 대형 SUV의 큰 차체에 전기차 전용 플랫품 E-GMP의 강점을 살린 긴 휠베이스 덕에 광활한 실내공간을 자랑한다. 이 넓은 공간을 다양한 테마로 채우는 것도 CMF팀의 몫이었다.
김 책임연구원은 “EV9의 인테리어는 자연의 일부인 ‘빛·공기·토양·물’에서 영감을 얻어 총 네 가지 테마로 완성했다”면서 “각 테마는 컬러와 소재가 한 쌍을 이루는 방식이며, 각기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영감을 얻은 요소 네 가지에 어울리는 디자인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네 가지 테마 중 ‘빛’은 빛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강렬한 이미지를 강조했고, ‘공기’는 가볍고 부드러운 느낌, ‘토양’은 아웃도어적이고 볼드한 이미지를 극대화했으며, ‘물’은 깊이감이 느껴지는 풍부한 이미지를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고성능 스타일을 지향하는 GT라인의 경우, 세련된 오프화이트 컬러로 포인트를 주고, 블랙과 극명한 대비를 통해 일반EV9 대비 강렬한 인상을 부여했다고 김 책임연구원은 설명했다.
EV9은 소비자의 다양한 취향과 용도를 고려해 다양한 외장컬러와 실내 테마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컬러와 실내 테마 개발에 직접 참여한 연구원이 꼽은 최적의 조합은 어떤 것일지 궁금했다.
구체적인 답을 얻는 데는 실패했다. 개발자에게 자신이 탄생시킨 결과물의 우열을 따지도록 하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
김 책임연구원은 “어떠한 조합을 추천하기가 어렵다. 개발 담당자로서 모든 외장 컬러와 인테리어 테마에 애착이 있기 때문”이라며 “EV9을 선택하는 고객은 취향에 따라 선호하는 컬러와 인테리어 테마가 다를 텐데, 각각의 컬러와 테마가 가진 매력이 높기 때문에 어떤 외장컬러와 인테리어 테마를 조합하더라도 분명 만족도가 높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답했다.
어려운 프로젝트를 완성한 만큼 김 책임연구원은 EV9에 대한 애착도 큰 듯 했다. 그는 “EV9은 CMF 디자이너로서 잊지 못할 추억을 많이 남겨준 모델이다. 기아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는 모델이자, 새로운 전략을 바탕으로 완성된 최초의 대형 전기 SUV이기 때문”이라며 “개발에 함께한 디자이너는 물론 여러 부서 담당자가 공을 들여 얻은 멋진 결과물인 만큼, EV9을 선택하는 고객들이 만족하는 디자인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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