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포탕? 용산탕" 비아냥 속…중도·수도권·청년 뼈아픈 이탈 [김기현 체제 한 달]
3·8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단숨에 과반을 넘어 집권 여당의 사령탑이 된 김기현 대표가 7일 취임 한 달째를 맞았다. 김 대표의 한 달은 ‘이준석 사태’로 리더십 공백 상태에 있던 국민의힘을 8개월 만에 정상화시켰다는 긍정적 평가와 당의 외연 축소로 지지율이 하락했다는 부정적 평가가 공존하고 있다.
김기현 대표 체제 출범 후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은 당·정·대의 유기적 소통 강화다. 당내 주류인 친윤계의 전폭적 지지를 받아 당원 투표 100% 방식으로 선출된 김 대표는 여권 핵심부와 극심한 갈등을 겪었던 이준석 전 대표 시절 붕괴된 당·정·대 신뢰 관계를 재구축하고 소통 창구를 복원하는 데 진력했다. 새 지도부 선출 닷새 만인 지난달 13일 윤석열 대통령과 만나 매달 2회 정기회동을 약속하는 등 ‘당·정 일체’를 강조했다.
동시에 민심 변화에 민감한 여당이 정책 주도권을 갖고 정책 협의를 활성화하는 데도 힘을 썼다. 지난달 19일 취임 후 처음 열린 고위 당·정 협의회에서 김 대표는 “민생 문제 해결에 당·정부·대통령실이 원팀이 돼 팀워크를 잘 살려야 한다”며 “여당이 중심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그 이후 보름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당·정 협의회 5회 ▶민·당·정 간담회 2회 ▶당·정 간담회 1회 ▶청년 당·정·대 간담회 1회 등 모두 10차례 당과 정부가 머리를 맞댔다. 당 정책국 관계자는 “수시로 만나는 비공개 모임까지 더하면 훨씬 많다”며 “이전 지도부에 비해 당·정 대화가 훨씬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김 대표에게 적극 힘을 싣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국무회의에서 “법률안과 예산안을 수반하지 않는 정책이라도 모두 긴밀한 당·정 협의로 정책 입안 단계부터 국민 여론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권 핵심 인사는 “윤 대통령은 김기현 체제 출범 후 비로소 마음 편히 국정에 전념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가시적 성과도 나타났다. 첫 고위 당·정 협의회에서 김 대표가 ‘1000원 학식’ 제도를 확대 실시하자고 정부에 제안하자 열흘 후 정부가 1000원 학식 지원 대상을 연 69만명에서 150만명으로 확 늘린 게 대표적이다. 또한 민생 안정을 위해 정부가 추진하던 전기·가스요금 인상을 연기한 것도 김 대표의 결단에 따른 결과였다. 당내에선 이러한 정책 주도에 대해 “건전한 당·정 관계가 회복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내년 4월 총선을 1년여 앞두고 당 지지율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건 무거운 과제로 꼽힌다.
김 대표는 전당대회 전후로 ‘연·포·탕(연대·포용·탕평)’을 강조했지만 지도부가 전원 친윤계로 채워진 데 이어 당직 인선조차 사실상 친윤이 싹쓸이하자 당 안팎에선 “연포탕이 아닌 용산탕”이라는 비아냥이 나왔다. 지나친 당·정 일체는 새 지도부 등장 후 지지율이 오르기는커녕 하락하는 역(逆)컨벤션 현상으로 이어졌다.
리얼미터·미디어트리뷴 3월 5주차(3월 27일~31일)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37.1%로 전당대회 직전인 3월 1주차(2월27일~3월3일)의 44.3%에 비해 7.2%포인트 낮아졌다. 반면 같은 기간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40.7%에서 47.1%로 6.4%포인트 올랐다.
지지율 추이를 세부적으로 보면 여권의 타격은 더욱 심각하다. 김 대표가 총선 필승을 위한 핵심 승부처로 꼽은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의 하락폭이 특히 컸기 때문이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은 45.7%에서 35.7%로 유일하게 두 자릿수(10.0% 포인트) 하락을 기록했다. 연령별로는 20대(41.3%→30.4%)의 하락 폭(10.9% 포인트)이 가장 컸다. 이념 성향별로는 중도층(40.9%→32.6%)의 이탈이 가장 많았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러한 당세 위축은 김 대표의 리더십에 의문을 표하는 분위기로 이어졌다. 특히 최근 김재원·조수진 최고위원이 설화 논란에 잇따라 휩싸였는데도 조기 대응에 실패하자 “김 대표가 강단 있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게다가 첫 시험대였던 4·5 재·보궐선거조차 참패를 기록하자 결국 김 대표는 6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시각 이후 당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언행에 대해 당 대표의 권한을 엄격하게 행사하겠다”고 칼을 빼들었다. 김 대표는 총체적 위기 국면을 돌파하기 위해 현행 300명인 국회의원 정수를 30명 이상 줄이는 혁신안을 조기 발표하기도 했다.
물론 당내에선 “아직 김기현 체제를 평가하긴 이르다”는 목소리도 크다. 당 고위 관계자는 “우리 당에 정상 지도부가 들어선 것 자체가 오랜만”이라며“시스템을 바로잡는 일에도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표실 관계자도 “지금은 기반을 닦아나가는 중”이라며 “앞으로 김기현 체제의 성과가 나타나면 지지율은 반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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