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자 232명 중 199명 포기했다…잘 나가던 교대의 위기 왜
한때 문과 최상위권 학생이 입학했던 교육대학의 인기가 주춤하고 있다. 지원율이 떨어지며 중위권 성적으로 합격하는 사례가 나오는가 하면, 일부 학교에선 합격한 뒤 등록 포기가 속출하기도 했다. 교육계에선 저출산 여파로 교사 정원이 줄었을 뿐 아니라 교직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팽배해진 탓으로 보고 있다.
시험 보기만 해도 합격…최상위권 경쟁은 옛말
합격했지만 등록을 포기한 학생도 많았다. 부산교대는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에서 232명을 뽑았지만 199명이 등록을 포기해 추가 모집을 해야 했다. 제주대 초등교육과도 수시모집에서 모집정원인 31명을 선발했지만 다수가 등록을 포기해 예비순위 66번까지 합격을 시켜줬다. 이 같은 흐름에 대해 입시 전문가들은 “예외적 상황인지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교사 인기가 떨어지며 입학생 성적이 하락하는 추세”라고 입을 모았다.
“박봉·민원에 시달려”…교사 선호도 하락
서울 한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12년차 교사는 “학부모 민원과 박봉에 시달리는 직업인데 누가 오려고 하겠느냐”며 “아는 사람이 교대를 간다 하면 말리고 싶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지난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다시 태어난다면 교직을 선택하겠느냐’는 질문에 응답 교원의 29.9%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이재진 대학미래연구소장은 “권한보다 책임이 크고 감정 소모가 많은 직업군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초등교사에 대한 관심은 해마다 낮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교직 임용 전문 학원 박문각 관계자는 “저임금이나 연금 고갈 등을 이유로 공무원의 인기가 낮아지며 임용고사 응시생 수도 함께 줄어드는 분위기”라며 “이미 주변 군소 임용고시 학원들 다수가 문을 닫고 대형 학원만 남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교사 정원 감축…성적 하락, 통합형 수능 탓도
교사 정원 감축 정책도 이런 흐름에 부채질을 했다. 최근 학령 인구가 감소하면서 정부는 교사 정원을 대폭 줄이고 있다. 교육부는 2023학년도 예산안을 제출하며 올해 공립교원 정원을 지난해보다 2982명 줄이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공립 초등교사 정원은 전년 대비 1136명 줄었다. 그런데도 임용 적체 현상은 매년 이어진다. 서울에서는 초등교사 임용 시험 합격자 114명 전원이 학교를 배정받지 못했다. ‘교대 입학=교사 임용’ 공식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교육전문대학원(교전원) 도입 계획을 발표하면서 교대 구조조정도 가시화 하는 분위기다. 지난달 26일 전국 19개 교대·사범대 학생 1500명은 서울 중구 시청역에서 집회를 열고 “교전원을 도입하고 기간제 교사 채용을 확대하는 교육부 정책은 공교육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흐름이 계속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교대뿐만 아니라 통합형 수능으로 인해 인문계열의 입학 성적이 대체적으로 낮아지고 있다”며 “예전처럼 교대로 우수한 학생이 몰려갈 상황 아니기 때문에 올해처럼 ‘펑크’ 나는 교대가 계속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들쑥날쑥한 교사 수급 정책과 여태 손 놓았던 교권 보호 문제가 해결돼야 교대 입학생 질이 담보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교대 입학 성적 저하가 통합형 수능 도입으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해석도 있다. 지난 정시모집에서 13개 교대·초등교육과 중에서 이과생들이 많이 보는 수학(미적분, 기하)·과학 과목에 가산점을 주는 학교는 8곳이었다. 이과생이 유리한 상황에서 문과생이 적극 지원하기 어려웠다는 분석이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이과생은 성적이 낮아도 과감하게, 문과생은 점수가 좋아도 신중하게 지원하는 경향이 나타나며 교대 입학 성적이 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최민지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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