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자 232명 중 199명 포기했다…잘 나가던 교대의 위기 왜

최민지 2023. 4. 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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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대학과 사범대학 학생 및 교원단체 관계자들이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거리에서 열린 전국 예비교사 분노의 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학생들은 이날 집회에서 현 정부의 교육 정책은 교육 불평등을 심화 시키는 정책이라고 규정하고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뉴스1

한때 문과 최상위권 학생이 입학했던 교육대학의 인기가 주춤하고 있다. 지원율이 떨어지며 중위권 성적으로 합격하는 사례가 나오는가 하면, 일부 학교에선 합격한 뒤 등록 포기가 속출하기도 했다. 교육계에선 저출산 여파로 교사 정원이 줄었을 뿐 아니라 교직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팽배해진 탓으로 보고 있다.


시험 보기만 해도 합격…최상위권 경쟁은 옛말


부산교대는 2023학년도 정시모집 결과를 공개하며 입학생 최저 등급이 4.25라고 밝혔다.
최근 부산교대가 공개한 2023학년도 입시 결과에 따르면 정시모집 수능위주전형 합격생의 4개 과목 평균 최저 등급은 4.25였다. 전년도(2.63등급)보다 두 등급이나 떨어진 것이다. 다른 대학도 사정은 비슷했다. 진주교대 정시 일반전형 합격생의 최저 등급은 2.88에서 3.63으로, 춘천교대 일반학생 전형은 2.63에서 3.75로 낮아졌다. 올해부터 입학생의 등급을 공개하고 있는 청주교대의 경우 합격생의 하위 80%선이 2.75등급이었다. 일부 지역 교대는 수능 평균 3등급(상위 23%) 정도면 넉넉히 합격할 수 있었다는 의미다.

합격했지만 등록을 포기한 학생도 많았다. 부산교대는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에서 232명을 뽑았지만 199명이 등록을 포기해 추가 모집을 해야 했다. 제주대 초등교육과도 수시모집에서 모집정원인 31명을 선발했지만 다수가 등록을 포기해 예비순위 66번까지 합격을 시켜줬다. 이 같은 흐름에 대해 입시 전문가들은 “예외적 상황인지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교사 인기가 떨어지며 입학생 성적이 하락하는 추세”라고 입을 모았다.


“박봉·민원에 시달려”…교사 선호도 하락


2021학년도 대구시 중등학교 교사임용후보자 선정경쟁시험 응시자들이 고사장 앞 안내문을 확인하고 있다. 뉴스1
한때 교대는 법대와 함께 문과 최상위권 학생이 지원하는 곳이었다. 지금의 하락세를 두고 교육계에서는 교사 직군에 대한 선호도가 낮아진 것을 가장 큰 이유로 꼽는다. 초등 교사 양성기관인 교대가 교직 인기 하락의 직격탄을 맞았다는 것이다.

서울 한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12년차 교사는 “학부모 민원과 박봉에 시달리는 직업인데 누가 오려고 하겠느냐”며 “아는 사람이 교대를 간다 하면 말리고 싶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지난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다시 태어난다면 교직을 선택하겠느냐’는 질문에 응답 교원의 29.9%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이재진 대학미래연구소장은 “권한보다 책임이 크고 감정 소모가 많은 직업군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초등교사에 대한 관심은 해마다 낮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교직 임용 전문 학원 박문각 관계자는 “저임금이나 연금 고갈 등을 이유로 공무원의 인기가 낮아지며 임용고사 응시생 수도 함께 줄어드는 분위기”라며 “이미 주변 군소 임용고시 학원들 다수가 문을 닫고 대형 학원만 남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교사 정원 감축…성적 하락, 통합형 수능 탓도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1월 5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교육부의 새해 업무보고를 마치고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사 정원 감축 정책도 이런 흐름에 부채질을 했다. 최근 학령 인구가 감소하면서 정부는 교사 정원을 대폭 줄이고 있다. 교육부는 2023학년도 예산안을 제출하며 올해 공립교원 정원을 지난해보다 2982명 줄이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공립 초등교사 정원은 전년 대비 1136명 줄었다. 그런데도 임용 적체 현상은 매년 이어진다. 서울에서는 초등교사 임용 시험 합격자 114명 전원이 학교를 배정받지 못했다. ‘교대 입학=교사 임용’ 공식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교육전문대학원(교전원) 도입 계획을 발표하면서 교대 구조조정도 가시화 하는 분위기다. 지난달 26일 전국 19개 교대·사범대 학생 1500명은 서울 중구 시청역에서 집회를 열고 “교전원을 도입하고 기간제 교사 채용을 확대하는 교육부 정책은 공교육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흐름이 계속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교대뿐만 아니라 통합형 수능으로 인해 인문계열의 입학 성적이 대체적으로 낮아지고 있다”며 “예전처럼 교대로 우수한 학생이 몰려갈 상황 아니기 때문에 올해처럼 ‘펑크’ 나는 교대가 계속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들쑥날쑥한 교사 수급 정책과 여태 손 놓았던 교권 보호 문제가 해결돼야 교대 입학생 질이 담보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교대 입학 성적 저하가 통합형 수능 도입으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해석도 있다. 지난 정시모집에서 13개 교대·초등교육과 중에서 이과생들이 많이 보는 수학(미적분, 기하)·과학 과목에 가산점을 주는 학교는 8곳이었다. 이과생이 유리한 상황에서 문과생이 적극 지원하기 어려웠다는 분석이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이과생은 성적이 낮아도 과감하게, 문과생은 점수가 좋아도 신중하게 지원하는 경향이 나타나며 교대 입학 성적이 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최민지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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