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아용인 써라, 尹도 설득해라" 김무성·황우여·이재오 쓴소리 [김기현 체제 한 달]

윤지원 2023. 4. 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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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왼쪽)·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 고문규 기자

과거 국민의힘이 여당이던 시절 당을 이끌었던 원로들은 취임 한 달을 맞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를 향해 “허수아비 여당이 아닌, 생동감 있는 여당을 만들라”고 조언했다.

중앙일보는 6일 김무성·황우여·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에게 김기현 대표 체제의 여당이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물었다. 김무성·황우여 고문은 새누리당 시절 각각 대표를 지냈고, 이 고문은 한나라당 시절 원내대표를 역임한 친이계 좌장으로 꼽힌다.

2021년 5월 11일 당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오른쪽)와 황우여 중앙당 선거관리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을 위해 열린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에 참석해 악수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최근 국민의힘 지지율이 하락에 대해 황 고문은 “아직 취임 한 달 밖에 안 된 만큼 지지율에 일희일비할 때가 아니다”라면서도 “여당은 지각변동이 일고 있는 대일 관계 등 정책 변화에 대해 국민께 직접 설명해 이해를 구하고, 구체적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세심하게 정책을 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의 한·일 강제징용 해법, 주 69시간 연장근로 허용 등이 국민적 공감대를 얻지 못하며 민심 이반을 불러온 지점을 꼬집은 것이다. 김무성 고문은 “비상대책위원회 시절을 거쳐 이제 갓 정식 지도부가 들어선 상황이라 아직 당 내부를 추스리고 정상화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이라며 “김 대표는 만만찮은 인물이라 조금 더 지켜보면 저력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의 선명성’을 보여줘야 한다는 주문도 있었다. 이재오 고문은 “물론 아직 집권 초기 여당이지만, 대통령실의 거수기로서만 여당이 역할해서는 안 된다”며 “독창적으로 드리블을 해나가는 여당의 모습을 보고 국민 기대가 높아지는 법인데, 아직 그런 게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황 고문도 “일사불란하게 단일대오로 움직이기보다 당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포용하는 역동성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친윤계에 치우친 당직 인선에 대해선 쓴소리가 나왔다. 이 고문은 “이제라도 ‘천아용인’ 등 이준석계를 과감히 주요 당직에 배치하고 젊은 사람을 많이 기용하는 등 변화를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황 고문은 “조선 선조 때 충무공 이순신, 율곡 이이, 퇴계 이황 등 훌륭한 인재가 많았지만 그런 인재를 제대로 다스리지 못해 나라가 망가졌다”며 “김 대표가 당내 인사들이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서번트 리더십’(섬기는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다면 훌륭한 대표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무성 국민의힘 상임고문이 새누리당 대표 시절이던 2016년 3월 부산 영도구 자신의 사무실에 갔다가 영도대교에 올랐다. 대표 직인을 가지고 갔다는 소문 탓에 소위 ‘옥새 파동’이 벌어졌다. 송봉근 기자


이들은 한목소리로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 여당 대표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고문은 “대통령실은 권력의 최상부인 만큼 국민과 상당한 괴리가 생길 수 있다”며 “민심과 괴리되려는 조짐이 보이면 대표가 기민하게 국민 뜻을 전달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2016년 새누리당 대표 시절 ‘진박(진실한 친박근혜) 공천’ 시도에 반발해 이른바 ‘옥새 파동’을 빚었던김 고문은 “공천에서 잡음이 나면 총선 국면에서 여당을 바라보는 국민 시각이 부정적으로 변할 수 있다”며 “대통령과 당의 의견이 다르다면 김 대표가 나서서 대통령을 설득해 나가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2016년 총선 때도 당과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마음이 맞지 않아 선거 패배로 이어졌던 점을 김 대표가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윤지원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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