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벗겨 중계, 이게 중학생 짓…학폭 대책 "반쪽" 말나온 이유

장윤서 2023. 4. 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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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중구 청계한빛광장에서 열린 학교폭력·사이버폭력 예방 대국민 비폭력 캠페인에서 참가자들이 '학교폭력 OUT 사이버폭력 OUT'이라고 적힌 천을 펼치며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스1

“요즘 학폭은 연령이 자꾸 낮아지고 있어요. 고등학생보다 무서운 초등학생이라고 하잖아요.”

정부와 여당이 학교폭력 이력을 대학 입시에 확대 반영하는 방향의 대책을 내놓자 일부 학부모들이 보인 반응이다. 대입에 불이익을 주는 대책이 과연 초등·중학교 폭력에 효과가 있을지 의문을 표하면서다. 사실상 고교 학교폭력만을 타깃으로 한 ‘반쪽’ 대책이라는 것이다. 전수민 학교폭력 전문 변호사는 “정순신 변호사 아들 사건에만 대응하기 위한 눈속임용 정책 같다”고 지적했다.

지난 5일 열린 국민의힘과 교육부의 당정협의회에선 학생부의 중대한 학교폭력 가해 기록 보존 기간을 연장하거나 보존 기간을 취업 시까지 늘리는 방안 등이 논의됐다.

정부 정책의 방향성에 의문을 품는 이들은 학교폭력의 현실을 지적한다. 지난해 1학기의 학교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초등학교 피해 응답률이 3.8%로 가장 높았고 중학교(0.9%), 고등학교(0.3%) 순이었다. 중학교의 학교폭력이 고등학교의 3배인 셈이다. 피해 응답률의 전년 대비 증가 폭도 고교(1.67배)보다 중학교(2.25배)가 더 컸다.

초등·중학교 학교폭력의 폭력 수위도 고교를 능가할 정도다. 지난 1월 대구광역시에서는 중학생 2명이 동급생의 옷을 벗겨 SNS로 생중계한 사건이 알려지기도 했다. 최근 경기도 성남시에서는 중학생 2명이 후배를 차에 감금해 충격을 줬다. 박옥식 한국청소년폭력연구소장은 “유치원생 때부터 폭력적인 콘텐트에 쉽게 노출되면서 저연령일수록 언어폭력이 많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중학교 학생부, 대입·취업에 반영 안 돼


이태규 국민의힘 교육위원회 간사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대입이나 취업에는 고교 3년간의 학교폭력 기록만 반영되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박정현 인천 만수북중 교사는 “기록 보존 기간을 늘려도 초·중학교 학생부가 고등학교로 넘어가지도 않고 열람할 수도 없다”며 “학교폭력을 저지르는 학생 상당수가 ‘대학 진학과는 상관없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아이들한테는 (대책이) 먼 나라 얘기처럼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사 출신인 전수민 변호사는 “전체 학교폭력 사건 중 90%는 우발적으로 일어나는 갈등”이라며 “피해자들은 당장 가해 학생과의 분리를 원하는데 학생부 보존 기간만 늘리는 것은 본질과는 멀어진 해법이다”라고 말했다. 조성철 한국교총 대변인은 “제자가 한번 잘못을 저질렀다고 사회에서 영원히 도태되길 바라는 스승이 어디 있겠나. 가해 학생의 반성 여부를 고려하지 않고 불이익만 주는 것이 교육적인지도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정치적 영향으로 반쪽 대책”


더불어민주당 정순신 검사특권 진상조사단 TF 소속 강득구, 강민정 의원이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고등학교에서 정 변호사 아들의 강제 전학 처분 기록 삭제 관련 질의를 위해 방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대책이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다가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 아들 사례의 재발 방지에만 치중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 변호사 아들은 과거 학교폭력 이력이 있었지만, 서울대에 진학했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기존에 교육부가 제시했던 방향은 학교폭력의 중대성을 구분하고 경미한 경우엔 교육적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이었다”며 “당정에서 나온 메시지는 정치적인 영향이 있었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초등·중학교 학교폭력은 예방과 회복 중심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옥식 소장은 “가해 학생들의 반성과 피해 학생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가 이뤄질수록 하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경원 위원은 “학생부 중심 대책은 학교에서 소송만 늘어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초등학교에선 학교폭력 예방 교육의 효과가 크다. 교육부가 발표할 학교폭력 대책에는 이런 내용이 담겨야 할 것”이라고 했다.

장윤서 기자 chang.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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