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춘추] 제3지대가 성공하기 위한 까다로운 조건
22대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왔다. 요즘 제3지대를 말하는 사람이 늘었다. 무당층이 30%에 육박한다는 사실이 주요 근거다. 한국갤럽 3월 마지막 주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각각 33%였다. 무당층은 전주보다 4% 포인트 늘어난 29%였다. 무당층과 각 정당 지지율이 비슷한 상황이다. 무당층 증가만으로 제3지대 성공을 말할 수 없다. 민주당이 압도적으로 승리한 21대 총선 직전인 2020년 3월 둘째 주 조사에서도 무당층 비율은 28%였다. 총선 결과는 ‘위성정당’을 합쳐 민주당 180석,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103석이었다. 제3지대 성적은 처참했다. 정의당 6석, 국민의당 3석에 불과했다. 21대 총선에서 양당의 지역구 득표율을 합치면 91%였다. 30%에 육박하는 무당층 상당수가 실제 선거에서는 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을 찍었다.
제3지대가 성공한 사례도 많지 않다. 김종필 전 총리가 창당한 자유민주연합(자민련)과 안철수 의원이 이끈 국민의당 정도다. 자민련은 15대 총선에서 50석, 국민의당은 20대 총선에서 38석을 얻었다. 진보정당들은 한 번도 원내교섭단체 의석 확보에 성공하지 못했다. 19대 총선 통합진보당의 13석이 최대였다. 현재 제3지대 주도 세력으로 거론되는 인물들은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유승민 전 의원, 이준석 전 대표, 금태섭 전 의원 등 주로 국민의힘 비주류 인사들이다. 확실한 대선 후보도 없고 지역적 기반도 약하고 정치적 지향점도 조금씩 다르다. 선거구제 개편이 변수가 될 수는 있다. 그런데 국회 전원위원회에 올라온 3개 안을 살펴보면 제3지대 정당을 위한 개편이 아니라 정당 득표율과 의석수의 괴리를 줄이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선거구제 개편이 제3지대 성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현실적으로 제3지대는 성공하기 힘들다. 그런데 자꾸 제3지대가 거론되는 이유가 있다. 양당 정치의 폐해가 임계점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선거가 다가오면 거대 양당은 중도층 구애를 시작했다. 집토끼 30%를 확보했으니 30~40%에 달하는 중도층을 공략해 선거에서 이기는 전략이다. 국민의힘은 왼쪽으로 이동하고, 민주당은 오른쪽으로 이동했다. 유능한 인재들을 영입하고 사회적 약자를 배려했다. 지금 현실은 정반대다. 국민의힘은 오른쪽으로 이동했다.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통해 이른바 ‘내부 총질파’를 몽땅 제거했다. 요즘 국민의힘 내부에서 극우 발언들이 계속 나오는 것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다. 당내 다양성을 제거하고 조금이라도 윤석열 대통령과 다른 입장이면 집단 공격을 퍼부은 결과물이다. 민주당은 더욱 이상하다. 오른쪽이냐 왼쪽이냐를 말하기 어렵다. 맹목적 강경파가 당내 여론을 장악했고, 포퓰리즘 법안들을 남발하고 있다. 이 대표는 강경파를 자신의 호위부대로 삼았다. 중도층을 잡겠다는 명목 아래 국민의힘은 선심성 정책을 남발하려 하고, 민주당은 ‘아니면 말고’식 입법 폭주를 하고 있다. 중도층이 견인될 리 없다.
중도층 공략이 어려우니 유일한 전략은 상대방을 공격하는 것이다. 국민의힘의 유일한 총선 전략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공격인 것 같다. 다른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 검사 40명 공천설만 요란하다. 민주당은 친일 프레임과 윤 대통령 부부 악마화가 주요 전략으로 보인다. 이 대표가 총선을 지휘할지도 불투명하다. 지난 대선을 역대급 비호감 선거라고 했는데, 내년 총선도 그에 못지않은 비호감 선거가 될 게 확실하다. 과거 선거에서 무당층은 울며 겨자 먹기 심정으로 양당에 표를 줬다. 이제 차마 양당에 표를 주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
제3지대가 성공하려면 여러 조건이 필요하다. 양당 정치의 폐해가 심할 것, 진영주의 극복을 내건 정치인들이 제3지대로 결집할 것, 결집한 정치인들의 수준이 꽤 높을 것, 유권자들이 이들을 대안 세력으로 인정할 것 등의 조건들이 갖춰져야 한다.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은 좁은 길이다. 만일 어떤 정치 세력이 이토록 어려운 일을 해낼 수 있다면, 표심의 대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실낱같은 가능성이지만, 그런 변화가 일어나면 좋겠다. 지금의 양당 체제는 타협이 필요 없는 정치다. 상대방을 죽이면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승자독식 구조다. 그런 정치는 극복돼야 한다. ‘누가누가 더 못하나’ 경쟁이 돼버린 선거를 보는 것도 지쳤다.
남도영 논설위원 dy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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