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 있는 힘껏 풀스윙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오타케 유토(21)는 2020년 5월 20일에 좌절했다.
그의 꿈은 '여름 고시엔'에서 야구를 하는 거였다.
그들의 꿈은 대학 입학이나 명문 구단 입단이 아니라 고시엔의 흙을 한 번이라도 밟아보는 것이다.
그는 고시엔의 흙을 밟고야 말겠다는 꿈을 포기할 수 없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타케 유토(21)는 2020년 5월 20일에 좌절했다. 그의 꿈은 ‘여름 고시엔’에서 야구를 하는 거였다. 고시엔. 일본 프로야구 구단 한신의 홈구장이다. 이곳에서 열리는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를 흔히 ‘여름 고시엔’이라고 한다. 당시는 코로나19가 모든 행사를 집어삼켰던 때다. 여름 고시엔도 이를 피해가지 못했다.
오타케는 7살 때부터 야구를 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어렸을 때부터 고시엔만 바라보고 운동했다”고 했다. ‘야구천재’ 오타니 쇼헤이(29·LA에인절스)도 초등학교 3학년 때 고시엔을 목표로 야구를 시작했다. 어쩌면 오타니와 비슷한 어린 시절을 겪었을 수도 있겠다. 약 4000개의 고교 야구팀이 지역예선을 벌여 살아남은 49개 팀이 고시엔에서 승부를 겨룬다. 경기마다 만원 관중이 들어차고, 공영방송 NHK는 모든 경기를 생중계한다. 고교 야구 메카였던 동대문구장을 철거한 한국과는 고교 야구를 대하는 자세가 다르다.
일본 고교 야구인에게도 고시엔이 주는 의미는 남다르다. 그들의 꿈은 대학 입학이나 명문 구단 입단이 아니라 고시엔의 흙을 한 번이라도 밟아보는 것이다. 그 간절함을 알기에 승자는 패자 앞에서 오래 기뻐하지 않는다. 인사할 때 승자가 패자보다 허리를 더 숙인다. 오타니가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진 팀을 배려하는 말을 아끼지 않았던 건 고시엔에서 배운 건지 모른다. 진 팀 선수들은 고시엔의 흙을 퍼 고향에 가져간다. ‘내년에 다시 와 흙을 돌려주겠노라’는 의지다.
이 꿈의 무대가 취소됐다는 소식은 16만 일본 고교 야구인들에게 날벼락이었다. 고교 3학년, 졸업을 앞두고 있던 오타케에겐 더욱 그랬다. 고시엔이 무산된 건 2차 세계대전이 벌어진 1942~1945년이 유일했다. 75년간 한 해도 거르지 않다가 하필 마지막 출전 기회에 무산되다니. 오타케는 “목표가 사라지자 매미가 벗어놓은 허물처럼 무기력한 날들이 이어졌다”고 회상했다.
마지막 출전 기회가 무산됐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었다. 그러나 그 기회를 되살린 건 오타케 자신이었다. 그는 고시엔의 흙을 밟고야 말겠다는 꿈을 포기할 수 없었다. 오타케는 2020년 ‘여름 고시엔’에 출전할 예정이던 선수들을 수소문했다. 지인을 동원했고, SNS를 이용했다. 그 누가 이 제안을 거부할 수 있었을까. 46개 팀 1000여명의 전직 고교 야구 선수들이 참가하겠다고 했다. 모두 마음속에 같은 꿈을 가지고 있었던 거다. 이들은 옷장에서 예전에 땀 흘렸던 유니폼을 다시 꺼내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사라졌던 고시엔을 다시 찾은 올드보이(OB)들의 치열함이 현역에 뒤지지 않을 거란 건 분명하다. 오타케는 “열정을 가지고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경기는 오는 11월 29일에 열린다. 그날, 고시엔 구장을 밟는 이들의 가슴은 얼마나 벅찰까.
3년 전의 오타케처럼 좌절해 있는 이들을 주변에서 자주 마주한다. 요즘 기성 언론 조직도 매미가 벗어놓은 허물 같을 때가 많다. 예전 같지 않다는 건 분명해 보인다. 외부는 물론이거니와 조직 내부에서도 장밋빛 전망을 내놓는 이들은 거의 없다. 저널리즘적 측면이든 산업적 측면이든 마찬가지다. 하지만 현장에 있는 기자나 혹은 취재 일선에선 멀어진 OB나 우리 모두 마음속에 같은 꿈을 꾸고 있다는 걸 안다. 한때는 뜨거웠었다. 뭐라도 바꾸겠다는 일념 하나로 현장을 돌아다니고 집요하게 취재원을 괴롭혔다고 선배들이 그랬다. 그때를 되찾고 싶다. 지금은 열세지만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시합은 몇 번이고 뒤집어진다. 옷장에 깊숙이 넣어뒀던 유니폼을 꺼내자. 있는 힘껏 풀스윙을 휘둘러보자.
이용상 산업2부 차장 sotong203@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음식점 빈 현금통에 허탈…‘깡소주’만 들이켠 도둑 [영상]
- 여중생 제자와 수차례 성관계 전직 기간제 교사 실형
- 조민 “오늘 아버지 생신…의사면허있는 동안 봉사할 것”
- 100억 아파트서…“애들 발 잘라버린다” 층간소음 분노
- “내 남편 자리야” 드러누워…황당 주차장 알박기 [영상]
- ‘내 아이 먼저’…중앙선 넘어 돌진한 SUV 최후 [영상]
- 미성년 자매 상대 30여차례 성범죄… 목사 해명 보니
- “서른 넘은 백수 처남에게 月50만원 주던 아내 정상인가요”
- 휴가비 10만원 준다는데…회사가 신청 안 하면 ‘그림의 떡’
- ‘생활고 전격 부인’ 김새론…온라인선 공판 작전 의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