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파를 나누는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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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대파 가격이 폭등해서 '파테크'가 유행했다.
날이 가물어서 출하량이 줄어든 탓에 대파 가격이 평년보다 오른다는 기사를 읽었기 때문이다.
쉬고파 1호, 보고파 2호, 배고파 3호 등으로 이름을 붙여주고 분양 날짜를 적었다.
씨앗을 심고 파를 나눴을 뿐인데, 예기치 못한 '이야기'를 덤으로 얻은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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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대파 가격이 폭등해서 ‘파테크’가 유행했다. 문득 그때 심으려고 사둔 씨앗이 떠올랐다. 날이 가물어서 출하량이 줄어든 탓에 대파 가격이 평년보다 오른다는 기사를 읽었기 때문이다. 묵은 씨앗이라 싹이 틀지 의문이었다. 걱정과 달리 며칠 지나지 않아 푸릇한 싹이 촘촘하게 올라오기 시작했다. 혼자 키우기에는 많은 양이라서 친구들에게 파를 나눠주기로 했다.
쉬고파 1호, 보고파 2호, 배고파 3호 등으로 이름을 붙여주고 분양 날짜를 적었다. 잘 쉬고, 잘 먹고, 자주 보자는 뜻에서 지은 이름이었다. 파를 받은 친구들의 반응도 제각각이어서 나눠주는 재미가 있었다. 파가 자라는 대로 싹둑 잘라 먹겠다는 친구부터 차마 ‘반려 파’를 먹을 수 없다는 친구, 아이돌 ‘에스파’로 개명하겠다는 친구, 관상용으로 파꽃을 피우고 싶다는 친구까지 반응이 다양했다.
씨앗을 심고 파를 나눴을 뿐인데, 예기치 못한 ‘이야기’를 덤으로 얻은 기분이었다. 파를 심지 않고 책으로만 읽었더라면 제대로 실감할 수 없었을 것이다. 파가 움트는 모양도, 날이 더워지면 속이 빈 줄기가 도톰하게 채워진다는 사실도. 흔히 보던 것이니 잘 알고 있는 것이라 여기고 대충 넘어갔을 것이다. 무엇보다 별것 아닌 선물도 기꺼운 마음으로 받아주는 친구들과의 만남도 미뤘을 것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자라고 있을 파를 생각한다. 우리의 삶에 재미와 윤기를 더해주는 것은 비싸고 큰 것이 아니어도 된다. 파 한줄기여도 족하다.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가 모이면 고유한 경험이 되고 개인의 역사가 된다. 그러니 친구들아, 이 계절이 바지런히 보여주는 싱그러운 활기를 기쁘게 맞이하자. 나만의 이야기를 차근차근 다져나가자. 오늘따라 봄비를 흠뻑 맞은 진초록 잎이 한층 더 진해 보인다.
신미나 시인 겸 웹툰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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