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시론] ‘나는 신이다’로 말하지 않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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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아를 자처하는 네 교주와 그들의 사이비 종교 집단을 고발한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의 파문이 크다.
스트리밍을 시작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종교의 이름으로 반사회적 일탈과 추악한 성범죄까지 서슴지 않는 사이비 집단의 민낯을 본 충격은 여전하다.
다큐가 확인시킨 건 사회와 제도권 종교가 촘촘한 안전망을 제공하지 못했을 때 쉽게 사교(邪敎)의 덫에 걸리고 마는 인간의 원초적 한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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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아를 자처하는 네 교주와 그들의 사이비 종교 집단을 고발한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의 파문이 크다. 스트리밍을 시작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종교의 이름으로 반사회적 일탈과 추악한 성범죄까지 서슴지 않는 사이비 집단의 민낯을 본 충격은 여전하다. 언론과 대중은 지금도 많은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반사회적 집단의 창궐을 근절하지 못하는 책임은 과연 누구에게 있는지 따져 묻는 목소리가 크다. 외부자의 눈에 황당하기까지 한 교리와 문화에 미혹되는 이들은 대체 누구이며, 왜 이렇게 쉽게 빠지는가에 대한 설명도 많다. ‘미투운동’ 때 한 차례 정리됐던 성범죄 보도 윤리 쟁점도 다시 불거졌다.
모두 마땅히 고민해야 할 화두들이다. 그런데 아직 충분히 말하지 않은 이야기가 있다. 사이비 종교의 실상에 직면해 정작 집중해야 할 지점인데도 말이다. 첫째 이들의 존재를 이만큼 키운 건 사실상 우리 사회와 기성 종교 아니냐는 문제 제기이고, 둘째 이제 누가, 무엇이, 어떻게 그 사이비 종교의 자리를 채울 것인가의 질문이다. 사이비의 발본색원만큼이나, 아니 그보다 더 중요한 문제이기에 반드시 짚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언론, 대중, 기성 종교 누구도 본격적으로 꺼내지 않았다.
사실 이런 논의를 망설이면 어떤 부작용을 낳는지 우리는 이미 경험했다. 세월호 참사 직후 구원파 유병언 일가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 사고 원인 파악을 위한 실질적 노력을 크게 지연시켰고, 코로나19 확산 초기 신천지 교주 이만희가 기자회견에 차고 나온 손목시계에나 주목하던 언론은 신천지 집단감염이 가리키는 계급과 젠더 문제를 정확히 읽어내지 못했다. 결국 ‘우리’의 범위를 임의로 설정해 사이비 집단 전체를 그 밖에 위치시킴으로써 손쉽게 ‘타자화(他者化)’해버리는 습성이 빚어낸 뼈아픈 결과다.
왜 이런 사례가 자꾸 반복될까. 사이비 종교 문제를 접할 때 흔히 범하는 두 가지 오류가 있다. 세속 사회도 그렇고 기성 종교에서도 마찬가지다. 먼저 ‘우리’라고 허용되는 한계를 이성과 합리성의 영역만으로 좁게 설정하고 나머지는 전부 배제하는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과학과 이성만으로는 절대 설명해낼 수 없는 인간 삶의 많은 부분이 지워진다. 다큐에서 이 집단들의 초기 고속성장 배경으로 설명된 신비한 질병 치유와 초자연성을 애써 못 본 체할 수밖에 없다.
다른 하나는 인간의 근본적 한계와 모순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사이비 집단의 반사회성에 대한 첫 반응은 경악과 분노다. 그래서 이를 강하게 비판하는 데 동참하고자 너무도 편리하게 사이비 집단에 속한 모두를 괴물로 치부해 버린다. 조직과 신도를 분리해 바라보려는 노력을 건너뛰고, 이런 사례에선 피해자와 가해자의 경계가 흐릿하다는 점도 쉽게 무시한다. 하지만 종교적 언어의 꾐에 빠져 직간접적 피해를 본 이들은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라도 취약할 수밖에 없는 육체적 질병, 경제적 결핍, 관계의 갈망, 정서적 혼동, 영적 공허 등으로 고통스러워하는 평범한 이들이다. 다큐가 확인시킨 건 사회와 제도권 종교가 촘촘한 안전망을 제공하지 못했을 때 쉽게 사교(邪敎)의 덫에 걸리고 마는 인간의 원초적 한계였다. 대학생, 판검사, 교수, 언론인이라고 예외가 아니었다.
‘나는 신이다’가 던져 놓은 과제에 대처하는 첫걸음은 인간의 한계와 모순을 겸허하게 인정하는 가운데 우리 사회와 종교의 현실을 비판적으로 돌아보는 것이다. 언뜻 사이비를 강하게 비판하는 데는 불리해 보인다. 그래서 회피하기 쉽다. 하지만 이런 기본을 소홀히 한다면 우리는 얼마 후 또 이런 고발을 들어야 할 게 너무 뻔하다.
박진규 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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