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석천의 컷 cut] 삶은 평균의 지평선 너머에 있다
‘파벨만스’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다. 이 영화는 기승전결도, 클라이맥스도, 이렇다 할 반전도 없다. 그렇다고 기막힌 성공담을 보여주지도 않는다. 그저 영화를 좋아하는 소년 새미가 성장하면서 겪게 되는 일들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신기한 건 그런데도 여러 빛깔의 설렘들이 쉬지않고 이어진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등장인물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이 반짝거리기 때문이다. 스필버그는 과장하거나 미화하기 위해 스포트라이트를 남용하지 않는다. 주인공 새미는 전학 후 학교폭력을 당하고 이성에게 차이기도 하지만 영화를 만들 때만큼은 자체 발광(發光)한다. 설사 그가 감독으로 성공하지 못한다 해도 그의 소년 시절은 그 자체로 빛난다.
새미만이 아니다. 어머니 미치는 피아노 치고 춤을 출 때, 컴퓨터 엔지니어인 아버지 버트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말할 때 얼굴에 빛이 난다. 아버지 친구 베니는 새미에게 카메라 선물을 안겨주고 돌아서는 뒷모습에 아우라가 내려앉는다. 주먹다짐을 하던 ‘일진’ 고교생도 다르지 않다. 새미가 촬영한 졸업파티 영상에 울컥하고는 그런 스스로를 겸연쩍어 하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청년이다.
누구에게나 눈부신 순간들이 있다. 우리 모두가 자기 인생의 주연이다. 어머니 미치가 아이들에게 ‘이해받기 어려운 선택일지라도 가슴이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음’을 설명하는 것도 그래서다. “내가(스스로를 속인 채) 다른 사람(someone)으로 살게 된다면 너희도 날 몰라보게 될 거야.” 누군가를 위한다는 것 역시 진정 자신으로 살 수 있을 때만 가능하다.
“관객의 시선을 끌려면 지평선은 반드시 화면 맨 위나 맨 아래쪽에 있어야 돼. 지평선이 중간에 있으면 그건 따분한 거야.” 이제 막 할리우드에 첫발을 내디딘 새미에게 존 포드 감독이 한마디 충고를 던진다. 그 말이 내겐 ‘삶은 남들이 이야기하는 평균값 너머에 있다’는 은유로 들렸다.
권석천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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