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고용·제조업 지표 꺾였다, 이젠 경기 ‘내리막 공포’
미국의 경기 침체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이른바 ‘R의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은행 위기의 여파가 이어지는 가운데 경기 악화 지표가 잇따라 발표되면서 침체(Recession)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 하반기 경기 반등을 노리는 한국 경제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6일(현지시간)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세계 경제가 (5년 내외의) 중기 전망 기준으로 1990년 이후 30여 년 만에 최악의 침체에 빠져들고 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세계경제가 앞으로 5년간 (지난 20년간 평균인 3.8%보다 낮은) 연 3% 성장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간 고용정보업체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이 5일(현지시간) 발표한 전미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3월 민간 기업 고용은 전월보다 14만5000명 늘었다. 2월 증가 폭(26만1000개)보다 10만 명 이상 적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시장 예상치(21만 명)를 크게 밑돈다.
이는 전날 미 노동통계국의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 이어 나온 미 고용시장의 냉각 신호다. JOTLS에 따르면 2월 미국 기업의 구인 건수는 993만 건으로, 21개월 만에 처음으로 1000만 건 아래로 떨어졌다. 1년간 지속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여파에 최근 중소 지역은행의 연쇄 위기가 노동 시장에 추가로 타격을 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넬라 리처드슨 ADP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3월 일자리 데이터는 경제가 느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많은 신호 중 하나”라며 “지난 1년간의 강력한 고용과 급여 인상에서 고용주들이 물러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한 고용과 인플레이션을 뒷받침하던 제조업과 서비스업 지표도 예상보다 부진했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의 3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6.3으로 2020년 5월 이후 가장 낮았다. ISM의 3월 서비스업 PMI도 51.2로 3개월 내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블룸버그 전문가 전망치인 54.4를 크게 하회했다. PMI는 기준선인 50을 웃돌면 경기 확장, 밑돌면 위축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미국의 무역수지도 이상신호가 감지된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2월 상품·서비스 등 무역수지 적자는 705억 달러(약 92조5000억원)로 전월보다 2.7% 증가하며 최근 4개월 내 최대치를 기록했다. 수입은 1.5% 감소했고, 수출은 2512억 달러로 2.7% 줄었다. 수입과 수출이 동시에 줄어든 것은 경기 둔화 신호로 해석된다.
사실 미국의 고용 둔화는 그간 시장이 기대해 온 이벤트다. 하지만 지난달 은행 위기가 발생하며 분위기는 달라졌다. 제이 해트필드 인프라캡 최고경영자(CEO)는 “‘나쁜 소식(고용 둔화)은 좋은 소식이다’는 개념에서 ‘나쁜 소식은 나쁜 소식이다’는 개념으로 바뀌었다”며 “경기 침체에 대한 두려움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음 달 3일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Fed가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미국발 경기 침체가 본격화하면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선 적잖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금리 인상에 따른 소비 감소의 효과가 시차를 두고 나타나면서 미국 경제는 2분기부터 마이너스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며 “한국의 수출 회복이 늦어지고, 금융시장의 불안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지원 기자 seo.jiwo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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