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서 진 보수, 전주서 안 먹힌 박지원 지지…여야 경고등
내년 22대 총선을 1년 앞두고 치러진 4·5 재·보선 결과 여야 모두에 경고등이 켜졌다. 특히 여당인 국민의힘은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 울산교육감 보궐선거 모두 참패했기 때문이다.
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최종 개표 결과에 따르면 전주을에서 김경민 국민의힘 후보는 전체 투표수 4만4486표 가운데 3561표로 6명의 후보 중 5위에 그쳤다. 김 후보 득표율 8.0%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3·9 대선 때 얻은 15.3%(3만5152표)에 비해 거의 반토막이다. 당선자인 강성희 진보당 의원(39.1%)과 2위 무소속 임정엽 후보(32.1%)는 물론 ‘쥴리 의혹’을 제기한 장본인인 무소속 안해욱 후보(10.1%)에게도 뒤졌다. 경북 경산에 사는 안 후보는 지난달 22일 “김건희의 실체를 밝히겠다”며 아무 연고도 없는 전주을에 출마했다.
김기현 대표로선 취임 한 달 만에 맞은 첫 재·보선이어서 신경을 썼기에 충격이 더 컸다. 김 대표는 선거운동 기간 첫날(지난달 23일) 전주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었고, 지난 2일 다시 전주를 찾아 “늘 같은 당을 뽑으니까 달라지는 게 없다”며 직접 유세를 펼치기도 했다.
울산교육감 선거는 정당 공천은 아니지만 지난해 12월 갑자기 별세한 노옥희 전 교육감의 남편인 진보 성향의 천창수 후보가 61.9% 득표율로 보수 성향의 김주홍 후보(38.1%)를 꺾고 당선했다. 심지어 김기현 대표 지역구(울산 남구을)와 인접한 울산 남구나 구의원 선거도 패했다. 당 관계자는 “울산 남구는 법조타운도 있고 쉽게 질 곳이 아니어서 정말 충격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날 국민의힘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선 전주을 참패 원인으로 당협위원장인 정운천(비례대표) 의원이 출마를 번복하는 과정에서 선거운동에 차질이 빚은 점이 지목되면서 정 의원의 징계 가능성이 거론됐다고 한다.
김웅 의원은 “최고위원들이 잇따른 망언과 실언을 쏟아내고도 남 탓뿐”이라며 “아무리 작은 서리라도 닥쳐오는 겨울을 의미한다”고 경고했다. 천하람 순천-광양-곡성-구례갑 당협위원장도 “(직전 지도부인) 김종인·이준석 체제에서 추진한 서진(西進)정책의 성과가 소멸했다”며 “호남에서 지지율을 회복하지 못하면 출향민이 많은 수도권·충청권 선거도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이상직 전 의원의 당선 무효로 전주을에 무공천한 민주당이 웃기만 할 상황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왔다.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임정엽 후보가 옛 통합진보당 출신인 강성희 진보당 당선자에게 참패했기 때문이다. 임 후보는 김대중 정부 청와대 행정관 출신으로 2006~2014년 민주당으로 전북 완주군수를 연임한 거물인 반면, 강 당선자는 2014년 지방선거에서 통진당 완주군의원 후보가 정치 경력이 전부인 비정규직 노동자 출신이다.
이에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이번 재·보선에선 반윤(反尹) 정서만 확인됐을 뿐 바람이 민주당으로 불어올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여론조사업체 에스티아이의 이준호 대표는 “윤석열 정부 들어 여당의 첫 패배인 만큼 수습책이 필요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전주을은 박지원 전 국정원장의 임 후보 지지 역풍으로 민주당 지지층이 진보당에 쏠렸고, 울산 남구의원 선거도 고(故) 노옥희 교육감 남편의 출마로 진보 유권자가 결집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오현석·윤지원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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