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넘버3, 차이잉원에 “무기 지속판매”…중국은 항모 시위
1979년 미·중 수교에 따른 단교 이후 처음으로 케빈 매카시 미국 하원의장이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을 미국에서 만났다. 미국 권력 3위 하원의장이 단교 이후 대만 총통과 회동한 것은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하원의장을 포함해 이번이 세 번째다. 중국은 “뼈도 추리지 못할 것”이라며 대만 인근에서 무력시위를 벌였다.
차이 총통은 중남미 순방을 마치고 로스앤젤레스(LA)를 경유하는 귀국 길에 5일(현지시간) 로널드 레이건 도서관에서 매카시 의장을 만났다. 이날 3시간30분에 걸친 비공개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매카시 의장은 “대만과 미국 국민 간의 우정은 자유 세계에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대만에 무기 판매를 지속해야 한다”며 “그러한 판매가 매우 적시에 도달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대만이 미국에서 사기로 한 무기가 제때 인도되지 못하는 상황을 우려하는 발언이다.
차이 총통은 “우리는 민주주의가 위협받는 세계에 처해 있으며, 자유의 등불이 영원히 빛나게 해야 하는 절박함을 과소평가할 수 없다”며 중국의 압박을 비판했다. 그는 “논어의 ‘덕은 외롭지 않으며 반드시 이웃이 있다(德不孤 必有鄰)’는 구절,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강조했던 ‘자유는 대대로 물려주는 것이 아니라 모든 세대가 끊임없이 수호하고 쟁취해야 하는 것’이라는 발언을 잊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레이건 도서관 회담에는 마이크 갤러거 미·중 전략경쟁특별위원장, 라자 크리시나무티 미·중 전략경쟁 특별위 민주당 수석 의원 등 19명이 참석했다. 갤러거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하푼 미사일을 대만에 먼저 배치할 방법을 모색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푼 미사일은 중국 함정을 원거리에서 타격할 수 있어 대만이 구입하길 원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인도가 미뤄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차이잉원의 미국 방문은 대만의 국제적 위상을 높였다”며 “미국 고위급 인사들과의 교류를 늘리려 한 대만의 노력이 ‘정점’에 이른 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차이 총통과 매카시 의장의 회동에 대해 외교부·국방부 등 5개 조직발로 담화 또는 성명을 동시 발표하며 대응 조치에 나설 것임을 예고했다. 중국 외교부는 6일 새벽 규탄 성명을 내고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 이익 중의 핵심이자 중·미 관계에서 넘을 수 없는 레드라인”이라며 미국에 항의했다. 중국의 대만 주무기구인 중공중앙 대만판공실은 “중화아녀(中華兒女, 중국의 아들딸)의 ‘독립’에 반대하고 통일을 촉구하는 강대한 역량 아래 뼈도 못 추릴 것(粉身碎骨·분신쇄골)”이라며 비난했다.
커린 잔피에어 백악관 대변인은 “대만 총통의 경유는 오랜 미국 전통의 일부”라며 “중국은 이에 과잉 반응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대만 국방부는 6일 중국 항모 산둥(山東)함 편대가 대만 동부 서태평양 해역에서 첫 훈련을 전개하고 있다고 관측 사진과 함께 트위터에 공개했다. 중국 인민해방군 소속 군용기와 군함 3척이 전날 오전 6시부터 6일 오전 6시까지 대만 주변 해역과 상공에서 포착됐다. 대만군은 즉각 전투기를 출격시키고 기체 추적을 위한 방공 미사일 시스템을 가동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임주리 기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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