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출금리 인하 압박에…은행 ‘이자 장사’ 호시절 끝나나
은행권의 최고 실적을 이끌었던 ‘이자 장사’가 움츠러들고 있다. 그동안 높은 대출금리로 이익을 올리며 ‘돈 잔치’를 벌였다는 비판이 나오고, 정부의 금리 인하 압박이 이어지면서 은행업의 수익성이 약화하는 양상이다.
우선 9분기 연속 지속된 주요 은행의 순이자마진(NIM) 증가세가 꺾일 전망이다. 순이자마진은 금융회사의 운용자산 총액 중 조달비용을 뺀 운용 수익으로, 대표적인 금융사의 수익성 지표다.
6일 대신증권은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올 1분기 순이자마진을 평균 1.65% 수준으로 추정했다. 직전 분기(1.72%)보다 0.07%포인트 낮은 수치다. 이들 은행의 순이자마진은 기준금리 인상과 맞물려 9분기째 오름세를 기록하던 중이었다.
대출금리가 예금금리보다 빠르게 하락한 데다 이자 부담으로 가계대출이 줄어든 탓에 은행의 이자 장사는 발목을 잡힌 상황이다. 여기에 금융당국은 대출금리를 더 낮추라고 압박하는 중이다. 지난 2~3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4대 은행의 영업점을 연달아 찾아갈 때마다 해당 은행은 대출금리 인하 등 수 천억원대의 ‘상생 금융’ 지원책을 발표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금융당국이 상생금융을 강조하면서 모든 은행이 가계대출 전 상품 금리 인하, 소상공인 연체 원금 상환과 고금리 제2금융권 대환대출 지원 등의 상생금융 종합 지원 패키지를 속속 발표했다”며 “이 같은 금융지원 규모는 은행의 연간 NIM을 약 0.04~0.05%포인트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은행의 순이자마진이 줄어들 요인은 더 남아 있다. 금융당국은 오는 5월 온라인에서 소비자가 더 낮은 금리의 대출로 쉽게 갈아탈 수 있도록 하는 대환대출 플랫폼을 구축할 예정이다. 6월에는 온라인에서 더 높은 금리의 예금상품을 찾아 바로 가입할 수 있는 서비스를 출시한다. 금융당국은 은행이 이자이익에 의존하는 구조를 해소하라고 계속 주문하고 있다. 이자마진은 전보다 못하지만, 은행권은 여전히 높은 실적을 유지할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이날 기준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1분기 당기순이익 추정치를 4조7210억원으로 집계했다. 직전 분기 대비 490억원 증가한 규모로, 1분기 기준 최고 실적이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은행 NIM의 절대적 수준이 지난해보다 높고, 주요 금융지주의 자본 여력은 규제 기준을 강화해도 여유가 있다”면서 “그러나 매출 성장은 꺾였고 거시 불확실성이 해소된 국면이 아니기 때문에 업황 약화는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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