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 선박 등 47척 한꺼번에 만드느라 분주…10개 독 꽉찼다

김민상 2023. 4. 7.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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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HD현대중공업 조선소에서 대형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이 건조되고 있다. 수주 호황기를 맞아 전체 10개의 독에서 총 47척의 선박이 건조 중이다. [사진 HD현대]

지난 4일 울산 HD현대중공업 조선소. 건물 외벽에 붙은 ‘우리가 잘 되는 것이 나라가 잘되는 것’이라고 쓰인 큼지막한 문구가 인상적이었다. 안으로 들어서자 주황색 골리앗 크레인 아래 건조 중인 대형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이 가장 눈에 띄었다. 그도 그럴 것이 크레인 높이만 109m에 이른다. 아파트 36층과 비슷한 높이로 한 번에 들어 올릴 수 있는 중량이 최대 1290t에 달한다. 전체 10개의 독(건조 공간)에서는 총 47척의 선박이 건조 중이다.

여의도 면적의 세 배에 달하는 635만㎡(약 192만 평) 넓이의 조선소에는 활기가 넘쳤다. 오랜 침체기를 딛고 세계 수주 1위를 달리는 회사다웠다. HD현대중공업은 2010년대 초반부터 ‘수주 절벽(불황)’과 중국 업체의 거센 추격으로 ‘10년 위기’를 겪었다. 다만 2021년부터 찾아온 호황기를 맞아 최근엔 수주 목표를 초과 달성하며 앞으로 3년치 일감을 확보한 상태다. 지난해 말 기준 전 세계 수주량에서 HD현대중공업의 시장 점유율은 10%에 달한다. 현장에 투입된 인력만 3만 명이다.

이날 취재진은 2020년 7월 수주한 17만4000㎥급 LNG 선박에 승선할 수 있었다. 공정률이 85%로 골격은 완성된 상태였다. 이만수 현대중공업 책임매니저는 “배의 길이가 299m로 세로로 세우면 63빌딩(264m)보다 높다”며 “국내 전체 인구가 1.3일 동안 사용하는 LNG를 저장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취재진이 오른 LNG 선박의 조타실 내부. [사진 HD현대]

계단을 타고 14층 높이에 있는 갑판에 오르니 조선소가 한눈에 들어왔다. 갑판 옆 조타실 내부에는 모니터와 키보드가 여럿 보였다. 자율주행 자동차처럼 자동운행을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이동 항로를 미리 입력하면 방해물을 자동으로 회피한다. ‘LNG 운반선의 꽃’으로 불리는 저장 탱크도 보였다. LNG가 기체로 소실되는 양을 최소화하기 위해 영하 163도(℃) 이하 온도로 유지해야 한다. LNG는 액체 상태로 냉각되면 부피가 600분의 1로 줄어들지만, 선박이 움직일 때마다 일정량은 기체로 변환될 수밖에 없다. 기체가 된 LNG를 액체로 만드는 재액화 시설도 화물창을 따라 구불구불 연결돼 있었다. 이영덕 HD현대중공업 상무는 “고강력 강판을 사용해 강성을 높이고, 배 무게는 줄일 수 있다”며 “이 같은 차별화 기술로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HD현대중공업은 탱크 내부의 균열을 막아주는 화물창 시공 능력, 가스 처리 시스템 등에서 세계 최고 기술을 인정받는다. 운항 중 LNG 화물창에서 자연 기화하는 가스를 엔진의 연료로 사용하기도 한다. 이 회사는 1972년 창립 후 현재까지 95척의 LNG선을 건조했다. 수주 잔량 중 LNG선 비율은 34.2%에 달한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전문기관 클락슨리서치는 올해만 약 70척 규모의 LNG선 발주가 쏟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HD현대중공업의 올해 매출액 목표치는 12조1000억원으로 지난해(9조3044억원)보다 30% 늘었다.

수익성도 개선되고 있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최근 17만4000㎥급 LNG선 가격은 2억5400만 달러(약 3346억원)로 전월 대비 400만 달러 올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일감이 넘치자 업계에선 일손 조달이 가장 큰 고민거리가 됐다. 조선소에서 버스로 10분 남짓 떨어진 이 회사 기술교육원에는 내·외국인 교육생들이 용접 실습을 하고 있었다. 실습장 복도에 사람이 북적이고 쉴 새 없이 용접 불꽃이 튀겼다. 현재는 한국인 150명을 포함해 태국·인도네시아 등에서 온 외국인 40명이 교육을 받고 있다.

신영균 HD현대중공업 기술교육원장은 “예년에는 한 해 500명 정도 교육을 했지만 올해는 1000명을 바라보고 있다”며 “연내에 직영 인력을 최대 300명까지 충원하겠다”고 말했다. 한영석 현대중공업 부회장은 “2~3년 내로 스마트 조선소가 구축되면 MZ세대들도 일하기 좋은 작업 환경으로 변해 우수 인재가 더욱 들어 올 수 있다”고 기대했다.

울산=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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