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디·전’ 초격차전략…정부, 4조5000억 마중물
3대 주력기술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차세대 전지 연구개발(R&D)에 정부와 기업이 앞으로 5년간 160조원을 투자한다. 기술 개발을 가로막는 규제는 걷어내고 대규모 세제 지원도 한다.
정부는 6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에서 이런 내용의 ‘3대 주력기술 초격차 R&D 전략’을 확정했다. 올해부터 2027년까지 5년 동안 반도체·디스플레이·차세대 전지 기술 개발에 정부 예산 4조5000억원이 들어간다. 이 돈을 ‘마중물’로 기업은 약 156조원을 투자한다. 민·관이 합쳐 160조원을 3대 주력기술 개발에 쏟아붓는다.
정부가 육성하기로 한 핵심기술은 초병렬 인공지능(AI) 반도체, 초고해상도에 공간 구현(3D)이 가능한 디스플레이, 리튬 메탈 음극을 기반으로 한 혁신 전지 등 100가지에 이른다. 늘어나는 투자에 맞춰 정부는 관련 세액공제를 확대 시행하고,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법령상 세부 기술을 서둘러 지정·변경할 계획이다.
민간기업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석·박사급 전문 인력도 양성한다. 국가전략연구실, 리더형 인재 양성사업을 통해서다. 계약학과·계약정원제 등과 연계해 현장 교육도 강화한다. 또 3대 주력기술별로 범부처 민·관 연구 협의체가 연내 출범한다.
추 부총리는 “반도체 등 주력산업 수출이 조속히 반등할 수 있도록 핵심기술 R&D와 정책금융 지원을 더욱 강화하는 한편 민간투자 활성화를 통해 한국경제의 빠르고 강한 회복을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 산업 설비투자에 최대 25% 세액공제를 해주는 ‘K-칩스법’이 지난달 22일 국회를 통과한 데 이어 이날 대규모 민·관 합동 기술 투자 계획이 나왔다. 지난 2월 정부가 내놓은 ‘신성장 4.0 전략’ 후속이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차세대 전지 분야에서 한국을 추격하고 있는 미국·중국·일본·대만 등 경쟁국을 따돌리고, 차세대 핵심기술 100개를 확보하는 ‘초격차 전략’에 초점을 맞췄다.
한국에 앞서 미국 정부는 5년간 527억 달러(약 69조원)를 들이는 반도체 지원법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지난해 제정했다. 일본도 20개 특정기술에 연구비를 대규모로 투입하는 경제안보법을 통과시켰다. 이에 맞대응하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점도 고려됐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현재 미국·중국·일본을 비롯한 모든 국가가 반도체 등 주력산업에서 최신 기술과 장비 구축에 경쟁적으로 달려드는 ‘치킨게임’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위기 타개 목적도 있다. 지난해 10월 이후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은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 리오프닝(경제 활동재개) 효과도 기대에 아직 못 미쳐서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최근 미국의 반도체 지원법 제정 등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의 기술 패권 경쟁과 자국 산업 보호주의가 심화하고 있다”며 “민간의 뛰어난 우위 역량을 바탕으로 3대 기술 분야의 미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민·관 협업 기반의 선제적인 R&D 투자가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대책에 한계는 있다. 160조원 가운데 정부가 직접 투입하는 예산은 3% 안팎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확정된 게 아니다. 올해 이들 분야에 책정된 R&D 예산이 예년처럼 매해 10% 늘어난다는 가정 아래 나온 금액이다. 3대 주력산업 관련 국내 기업이 약 156조원 투자를 계획하고 있지만, 둔화하는 경기와 실적 탓에 실제 그만큼 돈이 풀릴지도 미지수다.
한편 정부는 교통비 경감 차원에서 영종대교 통행료를 올 10월 6600원에서 3200원으로 내린다. 인천대교 통행료는 2025년 말 5500원에서 2000원으로 인하할 예정이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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