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의 기적이 일어났다… 도로공사 2연패 뒤 3연승 역전 우승

김효경 2023. 4. 6.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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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흥국생명과의 챔프전 5차전에서 득점한 뒤 환호하는 도로공사 선수들. 사진 한국배구연맹

확률 0%의 기적이 이뤄졌다. 여자배구 도로공사가 V리그 사상 처음으로 2패 뒤 3승을 거둬 5년 만에 정상을 밟았다.

도로공사는 6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흥국생명과의 챔피언결정전(5전 3승제) 5차전에서 세트 스코어 3-2(25-23, 23-25, 25-23, 23-25, 15-13)로 이겼다. 역대 포스트시즌 여자부 최장 시간(2시간 48분) 기록을 세운 혈전이었다.

도로공사 캣벨이 양팀 통틀어 최다인 32점을 올렸고, 박정아와 배유나가 각각 23점, 18점을 기록했다. 흥국생명은 옐레나가 35점, 김연경이 30점을 기록했으나 패배했다.

도로공사는 1·2차전을 내주고도 3·4차전을 따냈다. 그리고 올 시즌 다섯 번 모두 졌던 삼산 원정에서 마침내 이겨 '리버스 스윕'을 달성했다. 2017~18시즌 이후 통산 두 번째 우승이다. 여자부 정규시즌 3위가 플레이오프를 거쳐 우승한 건 2007~08시즌 GS칼텍스와 08~09시즌 흥국생명에 이은 세 번째다.

김종민 도로공사 감독은 경기 전 "우린 이미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었다. 선수들에게 '기적을 기록에 남기느냐, 아니면 그냥 팬들의 기억 속에 남기느냐. 그것은 5차전에 달렸다'는 이야기를 해줬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도공 선수들은 마침내 기적을 역사로 만들었다.

1세트 첫 랠리부터 혈전이 이어졌다. 1분 동안 공격과 수비를 주고받았다. 흥국생명이 옐레나 므라노제비치를 앞세워 9-6으로 앞서갔지만, 도로공사의 블로킹이 터지면서 9-9 동점을 만들었다. 흥국생명은 다시 점수 차를 벌렸다. 이주아가 블로킹, 오픈 공격, 서브 득점을 터트리며 15-11을 만들었다.

6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흥국생명과의 챔프전 5차전에서 득점한 뒤 기뻐하는 도로공사 캣벨. 사진 한국배구연맹

도로공사엔 '조커'가 있었다. 원포인트 서버 이예은이 박정아 대신 들어가 서브득점을 올리고, 후위에서 수비까지 성공시켰다. 13-19였던 스코어는 순식간에 20-20이 됐다.

하지만 흥국생명에는 해결사 옐레나가 있었다. 3·4차전에서 저조했던 옐레나가 캣벨의 공격을 블로킹한 데 이어, 김연경이 올린 토스를 공격득점으로 연결했다. 22-20. 옐레나는 23, 24점째까지 올리는 등 1세트에서만 12점을 올렸다.

1세트 2득점(공격성공률 20%)으로 저조했던 김연경이 2세트부터 공격을 이끌었다. 페인트와 강타를 섞어 도로공사 수비를 따돌렸다. 그러나 이번에도 도로공사는 끈질기게 따라붙었다. 캣벨과 배유나가 어려운 공격을 연달아 성공시켜 7-9를 17-12로 뒤집었다. 하지만 흥국생명이 거세게 반격했다. 유효블로킹 이후 반격으로 착실하게 따라붙어 20-20으로 추격했다. 그러나 잠잠했던 박정아가 득점을 터트려 도공이 2세트를 가져갔다.

6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흥국생명과의 챔프전 5차전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도로공사 김종민 감독(왼쪽)과 배유나. 사진 한국배구연맹

3세트에서도 흥국이 먼저 앞섰다. 김연경-옐레나-김미연의 공격이 통하면서 9-5 리드를 잡았다. 흥국생명은 세트 중반 도수빈을 김미연 대신 투입해 수비를 강화했다. 도로공사도 빠르게 이예은 카드를 꺼냈으나 실패했다. 흥국생명은 김연경의 공격 이후 김채연의 블로킹이 나오면서 23-19까지 앞섰다. 그러나 결정적인 공격 범실이 연달아 나왔고, 캣벨의 공격이 터지면서 도공이 연속 6득점을 올려 뒤집기에 성공했다.

마치 짠듯이 흥국은 4세트 초반 리드를 잡았다. 그러나 9점에서 멈춰섰고, 다시 도로공사에게 역전당했다. 하지만 옐레나의 공격이 터지고, 김채연이 귀중한 블로킹을 성공시켜 15-14 재역전에 성공했다. 승부처는 무려 23번의 랠리가 오간 17-19. 양팀은 계속해서 공수를 주고 받았고, 도로공사 박정아가 밀어넣기 공격을 성공시켰다. 다음 랠리 역시 장기전 끝 도로공사의 포인트가 되면서 19-19가 됐다.

6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흥국생명과의 챔프전 5차전에서 공격는 도로공사 박정아. 사진 한국배구연맹

두 팀은 동점과 역전을 주고받는 접전을 이어갔다. 김연경의 공격으로 흥국생명이 24-23 세트포인트를 만들었고, 옐레나가 결국 세트를 매조졌다. 2-2 동점.

5세트 도로공사는 박정아의 서브득점으로 먼저 점수를 냈다. 캣벨의 페인트까지 성공해 2-0. 도로공사는 배유나가 김다은의 공격을 가로막아 6-3을 만들었다. 하지만 흥국도 캣벨과 김연경으로 끈질기게 따라붙었다. 13-12에서 3인블로킹을 피하려던 박정아의 공격이 나가면서 13-13 동점이 되는 듯 했으나 비디오 판독으로 도공은 매치 포인트를 잡았다. 도로공사는 14-13에서 박정아가 쳐내기 공격을 성공시켜 우승컵을 따냈다.

인천=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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