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54원→6원’ 조작해도 처벌 못해… 무법천지 코인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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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강남구에서 발생한 40대 여성 납치·살해 사건이 가상화폐(암호화폐) '퓨리에버'(PURE) 투자 실패에서 비롯된 것으로 드러났지만 관련 규제 마련은 더딘 실정이다.
사실상 무법지대인 가상화폐 시장을 이대로 둘 경우 제2의 강남 납치·살해 사건이 재발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퓨리에버를 비롯해 수많은 가상화폐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시세 조종과 내부자 거래 등 각종 불공정 행위를 규율할 법안을 만드는 일은 나중으로 미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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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강남구에서 발생한 40대 여성 납치·살해 사건이 가상화폐(암호화폐) ‘퓨리에버’(PURE) 투자 실패에서 비롯된 것으로 드러났지만 관련 규제 마련은 더딘 실정이다. 사실상 무법지대인 가상화폐 시장을 이대로 둘 경우 제2의 강남 납치·살해 사건이 재발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강남 납치·살해 사건 주범 이경우(35·구속)는 퓨리에버에 투자하는 과정에서 피해자 A씨를 알게 됐다. A씨는 퓨리에버를 홍보하고 다른 투자자를 모으는 일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경우는 “퓨리에버에 9000만원가량을 투자했다가 8000만원을 잃었다”고 진술했는데 경찰은 이런 투자 실패가 A씨 살해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퓨리에버 시세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퓨리에버 발행사는 “공기 청정 기술을 블록체인과 결합해 기후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청사진을 내세우며 2020년 11월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원에 상장했다. 상장 초기 퓨리에버 가격은 2000원대 초반으로 형성된 뒤 11월 말 1000원대를 횡보하다 다음달 급등해 21일에는 1만354원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퓨리에버 가격은 금세 하락 전환했고 이듬해 2월 1일에는 평균 거래가가 1000원대까지 하락했다. 현재는 6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런 퓨리에버 급등락 뒤에는 시세 조종이 있었던 것으로 의심된다. 그러나 현행법상 가상화폐 시세 조종과 같은 시장 교란 행위를 처벌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시세 조종을 처벌할 수 있는 자본시장법을 적용하려면 가상화폐에 증권성이 있다는 판단이 필요한데 열쇠를 쥔 금융당국이 명확한 해석을 내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더 근본적인 해결책은 관련 입법이지만 국회는 공전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가상화폐 관련 법안 18건을 처음으로 논의했지만 의견을 하나로 모으지 못했다. 각 정무위원이 입법한 법안들을 낭독하는 데 그쳤다. 당시 회의록에 따르면 정무위원들은 투자자 보호에 관한 최소한의 입법만 우선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현재 퓨리에버를 비롯해 수많은 가상화폐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시세 조종과 내부자 거래 등 각종 불공정 행위를 규율할 법안을 만드는 일은 나중으로 미룬 것이다.
금융당국과 국회가 규제를 미루면서 가상화폐 시장은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상화폐 규제 공백을 하루빨리 해소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가상화폐 관련 법안이 생기면 증권이냐, 아니냐를 판단할 필요 없이 불공정 거래 관련 조항으로 시세 조종 행위를 처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현재 가상화폐 시장은 특금법(특정 금융 거래 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 시행으로 실명화만 이뤄졌을 뿐 그곳에서 벌어지는 각종 불법 행위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해서는 전혀 논의된 바 없다. 이에 따른 부작용이 강남 납치·살해 사건으로 표면화한 것”이라며 “가상화폐 발행, 유통 등 단계별로 발생할 수 있는 불법성을 정확히 확인해 포괄적으로 규율할 수 있는 법규가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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