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칼 데자뷔'...DB·DB하이텍 주주는 표정관리

신재근 기자 2023. 4. 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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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사 전환'에 '경영권 분쟁' 뇌관…요동치는 DB 그룹주
증권가 "신규투자는 신중해야...단기급등·지주사 전환 우려"

[한국경제TV 신재근 기자]
<앵커> 일명 '강성부 펀드'로 불리는 KCGI가 DB하이텍 지분을 매입한 이후 DB와 DB하이텍 주가가 요동치고 있습니다.

주가가 급등하면서 DB의 지주사 전환 이슈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는데요.

이런 가운데 DB그룹 지배구조를 둘러싸고 여러가지 추측까지 난무하면서 주가 변동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 내용 취재한 신재근 기자와 얘기 나눠 보겠습니다. 신 기자, DB와 DB하이텍 최근 주가 흐름부터 살펴볼까요?

<기자> 지금 보시는 그래프는 KCGI 지분 매입이 본격화한 지난 달 24일부터 오늘까지 DB와 DB하이텍 주가 흐름인데요.

DB하이텍 주가는 60% 가까이 급등했습니다. 같은 기간 모회사 DB 주가 역시 45%나 뛰었습니다. 심지어 DB는 오늘 12% 넘게 올랐습니다.

KCGI가 DB그룹의 약한 고리인 '지주사 전환 이슈'와 '경영권 분쟁 조짐'을 간파하고 캐스팅 보트를 행사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른 겁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점은 KCGI가 취득한 DB하이텍 지분이 7.05%나 된다는 점인데요.

KCGI는 DB와 국민연금에 이어 단숨에 DB하이텍 3대 주주 자리에 올랐고, 최대주주인 DB의 지분율(12.42%)과 큰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 앞으로 적극적인 목소리를 행사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DB 그룹주 주가가 급등하면서 DB의 지주사 전환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지 않습니까. 일단 지주사 전환 요건은 갖춘 것인가요?

<기자>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자산총액이 5천억 원 이상이고, 보유한 자회사 지분가치가 자산의 50%를 넘는 회사는 2년 안에 지주사로 전환을 해야 하는데요.

지주사 요건을 갖췄는지 판단하는 기준 시점은 매년 말입니다. 일단 지난해 말 기준으로 봤을 때 DB는 지주사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습니다. 작년 말 기준 자산총액이 4,100억 원으로 5천억 원 미만이기 때문이죠.

그러나 취재 결과 현 시점에서는 지주사 요건을 갖춘 것으로 파악되는데요.

다른 자산 변동이 없다고 가정했을 때 최근 DB하이텍 주가 급등으로 DB의 자산총액은 6천억 원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지분 20% 미만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 주가 상승으로 상장 그룹사 지분가치가 늘어나면 모회사의 자산총액도 덩달아 커지기 때문이죠. DB는 DB하이텍 지분 12.4%를 갖고 있습니다.

여기에 DB 자산에서 차지하는 DB하이텍의 지분가치는 66% 정도로 평가됩니다. 지주사로 전환해야 하는 기준을 모두 충족한 셈이죠.

만약 올해 말에도 해당 요건을 충족하면 DB는 2025년까지 지주사 전환을 마무리 해야합니다.

이 경우 지주사가 되는 DB는 그룹사 DB하이텍 지분을 의무적으로 30% 이상 확보해야 하는데, 현재 지분율이 12.4% 정도인 걸 감안하면 추가로 최소 18% 정도의 지분을 매입해야 합니다.

회사 입장에선 막대한 자금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DB의 추가 지분 매입에 따른 주가 상승이 예상되는 만큼 KCGI는 이 지점을 공략하려는 의도로 지분을 매입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앵커> 설상가상으로 DB는 가족 간 경영권 분쟁 가능성까지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KCGI 입장에선 회사의 약점을 파고들 수 있다는 점에서 달콤한 먹잇감 아니겠습니까?

<기자> 쉬운 이해를 돕기 위해 CG 하나 보여드리겠습니다.

현재 DB그룹은 지분 16.83%를 보유하고 있는 김남호 회장이 이끌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지분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사람은 김남호 회장의 부친인 김준기 창업 회장인데, 지분 15.9%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김남호 회장과 지분율 차이가 1%포인트가 채 안됩니다.

김준기 창업 회장은 지난 2017년 불미스런 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는데, 이례적으로 지난해 말 DB 지분을 4%가량 추가 취득하면서 그 배경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한 재계 관계자는 "DB그룹은 경영권 분쟁이 발생하기 어려운 구조"라면서 "가족간 일부 의견충돌이 있을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김준기 창업 회장의 지분 취득으로만 봤을 때 경영권 분쟁으로 비춰질 가능성이 있다"며 "정상적인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한진칼의 사례에서 보듯 KCGI가 이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은 없는 겁니까?

<기자> 강성부 KCGI 대표는 한국경제TV와 통화에서 "DB하이텍 주가가 저평가 된 상태라 지분을 매입하게 됐다"라고만 밝혔는데요.

추가 지분 취득 계획에 대해선 "공시 사항인 만큼 알려줄 수 없다"고 했습니다.

다만 증권가에선 만에 하나 DB그룹 내 가족 간 경영권 분쟁이 현실화되면 KCGI가 국민연금과 함께 캐스팅 보트를 쥘 것으로 예상합니다.

DB 지분 구조를 보더라도 김남호 회장이 압도적으로 앞서고 있다고 볼 수 없고, 김남호 회장은 DB하이텍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김남호 회장 측이 KCGI와 손을 잡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이렇다보니 '제2의 한진칼'이라고 이야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경영권 싸움 과정에서 KCGI의 역할이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앵커> 만약 DB, DB하이텍을 보유 중인 개인투자자라면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요?

<기자> 증권가에서는 DB하이텍의 경우 업황과 무관하게 주가가 올랐기 때문에 언제라도 주가 급락이 나올 수 있다고 우려가 나옵니다.

또 DB의 지주사 전환이 순조롭게 이뤄지지 않을 확률이 높다는 분석입니다. 지주사로 전환하는 데까지 최소 2년의 시간이 걸리는데, 이 과정에서 주가가 하락해 지주사 전환 요건을 못 갖출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2021년 역시 지주사 전환 기대에 주가가 급등했는데, 결과적으로 지주사 전환이 늦어지며 주가가 급락한 바 있습니다.

DB 역시 경영권 분쟁에 따른 표 대결 기대에 주가가 단기간에 과도하게 오른 만큼 증권가는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앵커> 말씀 잘 들었습니다. 증권부 신재근 기자였습니다.

영상편집: 권슬기


신재근 기자 jkluv@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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