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버텨라” 메모리, 감원·감산에 차입까지 ‘허리띠 졸라 매기’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이 혹독한 봄을 맞고 있다. 이미 지난해부터 감원과 감산에 나서며 허리띠를 졸라매 왔지만 더 깊어지는 불황에 차입을 늘려가며 유동성 확보에 나섰다. 하반기부터 반도체 업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기업들은 ‘버티기 모드’에 돌입한 모습이다.
5일(현지시각)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에 따르면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3위인 미국 마이크론이 총 15억 달러(약 1조98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에 나섰다. 회사채는 5년 만기 6억 달러(5.375%)와 10년 만기 9억 달러(5.875%)로 각각 발행된다. 조달 자금은 만기를 앞둔 차입금과 기업 운영자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마이크론은 최근 2개 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 2분기(2022년 12월~2023년 2월) 영업손실 23억1000만 달러(약 3조500억원)의 사상 최대 적자를 냈다. 지난해 말에는 전체 직원 4만9000여 명 가운데 15%를 감원했으며 설비투자와 생산량 감축으로 공급량 줄이기에도 돌입했다. 마이크론의 올해 설비투자 예산은 전년 대비 40% 줄인 70억 달러(약 9조2400억원)다. 반도체 생산에 쓰이는 장비 투자는 50% 이상 줄었다. D램과 낸드플래시 목표 생산량도 기존보다 25% 이상 감소했다.
마이크론, 악재 속 ‘숨통 틔우기’
여기에 중국 리스크까지 더해졌다. 지난달 31일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 산하 인터넷안보심사판공실은 중국에서 판매되는 마이크론 제품에 대한 안전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잠재적 사이버 보안 문제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사실상 미국 반도체 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첫 반격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마이크론의 주요 시장으로 전체 매출의 11%가 이곳에서 발생한다. 악재가 계속되는 가운데 마이크론은 회사채 발행으로 현금 유동성을 늘리며 숨통을 틔우는 모습이다.
국내 메모리 반도체 기업도 불황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4일 2조2377억원 규모의 해외 교환사채(EB)를 발행했다. 자사주 2012만6911주가 교환 대상으로 총 발행주식의 2.76% 규모다. SK하이닉스는 교환사채 발행 목적에 대해 “낮은 금리에 선제적으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것으로 원재료 구매 등 자사 운영자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올 초부터 꾸준히 회사채를 발행하며 유동성을 확보해왔다. 메모리 반도체 수요 부진에 현금 흐름이 계속 악화해서다. SK하이닉스가 올해 초부터 지난달까지 발행한 회사채는 총 1조3900억원 규모다. 이는 SK하이닉스가 발행한 회사채로는 역대 최대이며 단일 기업이 발행한 회사채 중에서도 가장 크다. 지난 1월 25억 달러(약 3조3000억원) 규모의 달러채 등을 포함하면 SK하이닉스가 올해 발행시장에서 확보한 자금은 5조7000억원가량이다.
최근 일부 증권가에서는 SK하이닉스의 1분기 영업손실 규모를 최대 4조원 이상으로 전망했다. 하나증권은 매출액의 경우 2조680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66% 감소하고, 영업손실은 4조1200억원 규모로 적자 전환할 것으로 내다봤다. NH투자증권도 1분기 영업손실과 순손실 규모를 각각 4조200억원, 4조2100억원으로 추정했다.
하반기부터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훈풍이 불 전망이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2분기부터 메모리 반도체 재고가 감소할 것”이라며 “본격적 실적 반등은 올해 3분기부터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최근 정기 주주총회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메모리 업체들의 공급량 조절 효과가 하반기부터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고객 재고 상황도 점차 정상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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