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가 가짜뉴스 유포” 호주 시장, 오픈AI 상대 첫 소송제기하나
오픈AI의 대화형 인공지능(AI) 챗GPT가 부패 스캔들의 당사자로 지목한 호주 소도시의 한 시장이 “챗GPT 운영사인 오픈AI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고 나섰다. 실제 소송이 제기되면 작년 챗GPT 출시 이후 이를 상대로 한 첫번째 명예훼손 소송이 될 전망이다.
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호주 남부 햅번셔의 시장으로 선출된 브라이언 후드는 최근 “챗GPT가 나를 해외 뇌물 수수 사건에 연루된 피의자로 잘못 설명하고 있다”며 오픈AI에 서면으로 항의했다. 후드 측 변호인은 챗GPT가 그에 관해 ‘2000년대 초반 호주 중앙은행의 자회사가 연루된 해외 공무원 뇌물 사건의 피혐의자’로 설명한 부분을 문제 삼았다.
후드 측 변호인은 “후드 시장이 과거 호주 중앙은행 자회사인 ‘노트 프린팅 오스트레일리아’에 근무한 사실은 있지만, 그는 뇌물 사건을 당국에 신고한 사람으로 범죄 혐의로 기소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후드 시장은 오픈AI 측에 지난달 21일 서면으로 이 같은 내용을 통보하면서 “28일 내로 오류를 시정하지 않으면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고지했다. 로이터는 “실제 고소가 진행되면 챗GPT를 상대로 한 최초의 소송이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후드 측은 ‘명예훼손 정도가 심각하다’며 20만 호주달러(약 1억 7000만원) 이상의 손해배상금을 청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WP “챗GPT가 허위 기사 인용”
이와 관련 워싱턴포스트(WP)도 5일자 기사를 통해 “자사에서 발행하지 않은 기사를 챗GPT가 출처로 언급한 사례가 있다”며 ‘가짜뉴스 주의보’를 알렸다. WP에 따르면 미 조지 워싱턴대 로스쿨 소속의 조너선 털리 교수는 최근 황당한 경험을 했다. 동료 교수인 미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로스쿨의 유진 볼로흐 교수가 연구 목적으로 챗GPT에 ‘미 법학자들의 성희롱 사례를 기사 출처와 함께 최소 5건 알려달라’고 질문했는데, 챗GPT가 답변으로 털리 교수의 실명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조지타운대의 털리 교수가 해당 로스쿨이 후원하는 알래스카 현장 학습에서 한 여학생에게 성희롱 발언을 했고 그를 만지려 했다”는 내용이었다. 챗GPT는 답변에서 ‘2018년 3월 21일 WP 기사’를 근거로 들었다.
이에 털리 교수는 USA투데이 기고를 통해 “나는 35년 간 알래스카에 학생들을 데려간 적이 없고, 학생들로부터 어떤 성(性)적 문제제기를 받은 적도 없다. 무엇보다 조지 ‘타운대’에서 가르친 적이 없다”고 알렸다. WP도 “챗GPT가 2018년 3월 21일이라고 인용한 기사는 WP가 발행한 적이 없다”고 알렸다. 이외에도 챗GPT가 답변으로 제시한 5가지 사례에선 털리를 포함해 최소 3건이 잘못된 정보였고, LA타임스·마이애미헤럴드의 등의 출처가 잘못 인용됐다고 한다.
털리 교수는 WP와의 통화에서 “언론사에 종종 보도 내용을 고쳐달라고 얘기할 때가 있는데 이번에는 어디다 말을 해야할지 알 수 없었다”며 “매우 오싹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WP는 “챗GPT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원 자료를 날조하는 등 핵심 사실을 왜곡하고 있었다”면서 “이 같은 현상은 챗봇으로 인한 허위 정보의 확산과 그에 대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새로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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