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 모여 사는 대포읍… 그 아이들을 품은 느티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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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숲을 이루어 같이 살 때 훨씬 안전하고 행복한 것처럼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다. 500년을 넘게 산 나는 아직도 절망보다 희망을 더 믿는다. 내가 사람들 속으로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은 사람과 내가 함께 살아온 시간 덕분이었다. 나는 여전히 사람들 안에 살아 있는 생명의 힘을 믿는다."
다양한 나라에서 온 이주민들이 모여 사는 대포읍에는 수백 년 전부터 마을을 지켜 온 느티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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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미 지음, 돌베개, 268쪽, 1만4000원
“우리가 숲을 이루어 같이 살 때 훨씬 안전하고 행복한 것처럼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다. 500년을 넘게 산 나는 아직도 절망보다 희망을 더 믿는다. 내가 사람들 속으로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은 사람과 내가 함께 살아온 시간 덕분이었다. 나는 여전히 사람들 안에 살아 있는 생명의 힘을 믿는다.”
다양한 나라에서 온 이주민들이 모여 사는 대포읍에는 수백 년 전부터 마을을 지켜 온 느티나무가 있다. 이 나무에는 한 가지 비밀이 숨겨져 있다. 나무의 정령이 인간의 모습을 한 ‘느티 샘’이 돼 아이들을 나무 안 세계로 불러 모아 돌봐주는 것이다.
춤추기를 좋아하는 중학생 도훈이는 베트남에서 온 엄마와 함께 산다. 코로나19로 외로운 나날을 보내던 도훈이도 느티 샘을 만나 친구를 사귀고 힘을 얻는다. 어느날 대포읍에 느티 언덕을 없애고 아파트를 짓는다는 소문이 돈다. 도훈이와 친구들은 댄스동아리 ‘레인보우 크루’와 함께 느티 언덕을 알리고 느티 샘을 살릴 방법을 찾아 나선다.
약자들의 편에서 낮은 목소리에 귀 기울여 온 김중미 작가는 신작 ‘느티나무 수호대’에서 연대와 공동체의 소중함을 이야기한다. 느티 샘을 통해 새로운 이웃이 된 이주민 가족의 삶을 따뜻한 눈길로 그린다. ‘우리’와 ‘너희’를 나누는 어른들에게 상처받은 아이들을 느티 샘은 품는다. 어른들로부터 들어보지 못한 “고맙다, 대견하다, 반갑다”는 말을 느티 샘에게 듣고 아이들은 살아갈 용기를 얻는다.
‘작가의 말’에서 김중미는 “소설이 완성되는 과정은 숲이 만들어지는 과정과도 같았다. 어린 시절 버드나무 이야기는 이 작품이 자랄 바탕이 되었다”며 “희망은 언제나 가장 낮은 자리에서 슬픔과 절망을 거름 삼아 싹을 틔운다”고 했다.
김중미는 1963년 인천에서 태어났다. 1987년부터 ‘기차길옆공부방’을 열고 지역 운동을 했다. 지금은 강화에서 농촌 공동체를 꾸려 가며 ‘기차길옆작은학교’의 큰이모로 살고 있다. 동화 ‘괭이부리말 아이들’ ‘꽃섬 고양이’, 청소년소설 ‘모두 깜언’, 에세이 ‘꽃은 많을수록 좋다’ 등을 썼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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