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역할 대신해온 건설노조...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겁니다"

장영우 2023. 4. 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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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목소리]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경인지역본부 최명숙 사무국장 인터뷰

[장영우]

최근 정부와 다수 언론은 건설노조를 '불법을 일삼는 조직', '건폭'이라 지칭하며 탄압하고 있다. 경찰은 불법행위를 찾아내겠다며 수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인천 경찰청은 지난 2월 2일 민주노총 건설노조 경인본부 사무실을 압수수색 하기도 했다.

3월 16일, 부평의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건설노조 경인지역본부 사무국장 최명숙님을 만나, 건설노동자에게 노동조합이 필요한 이유와 앞으로의 투쟁 계획에 대해 들어보았다.

"노조 만들고 나서야 비로소 '저녁이 있는 삶' 생겨"
 
 하루를 시작하는 건설 노동자
ⓒ 최명숙
 
- 안녕하세요.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경인지역본부 사무국장 최명숙입니다. 노조 상근자로 18년째 일하고 있습니다."

- 최근 정부에서 건설노조를 탄압하고 있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합니까?

"우리가 노조 활동을 열심히 하다 보니 건설 자본의 이익이 줄었겠지요. 예전에는 시키는 대로, 군말 없이 일하던 건설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통해서 자기 목소리를 내고 저항하니 건설회사는 이익이 줄고 골치가 아팠을 것입니다. 이에 정부와 건설회사가 원팀이 되어 건설 자본의 이익에 복무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 건설노조 사무실 압수수색은 왜 하는 건가요?

"노조 사무실을 털어서 위법한 사항이 없는지 찾아보겠다는 겁니다. 2월 2일 우리 노동조합 사무실도 압수수색 당했습니다. 저도 압수수색 당했고요. 정부는 고용에 대해 교섭하는 우리를 '건설조폭'이라고 부릅니다. '왜 노조가 건설사의 권한인 채용에 관여하냐'라면서 채용 강요로 보는 거지요."

- 건설노동자들에게 노동조합이 필요한 이유는요?

"노동조합이 제대로 없었던 과거에는 그야말로 회사 마음대로 노동자들에게 일을 시켰습니다. 아침 6시부터 저녁 6시까지 일했는데 점심시간 1시간, 오전, 오후 휴식 시간 각 30분을 제외하고 10시간이 기본 노동시간이었습니다. 주말도 마찬가지였고요. 주 40시간 노동시간은 건설노동자들과는 무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임금 역시 몇 단계의 하청업체를 거치고, 하청은 '오야지'라고 불리는 팀 반장에게 또 하청을 주는 다단계 하도급을 거치면서 계속 깎여 나가 얼마 되지도 않았습니다. 오야지가 하청업체에서 받은 돈을 노동자들에게 지급했는데, 일하기 전에는 내 임금이 얼마인지는 알 수 없었고 받아 봐야 알았습니다. 오야지 마음대로 돈을 주니 오야지가 중간에 임금을 갈취하거나 체불하여 문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말 그대로 시키면 시키는 대로, 주면 주던 대로 받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건설현장이라는 위험한 환경에서 장시간 일하다 보니 산재도 많았지요. 지금도 노동환경이 열악하지만, 과거에는 더했지요. 이런 노동환경을 개선하고자 2007년 타워크레인, 일용직 노조, 건설운송노조 등 건설현장에서 따로 구성되어 있던 노조를 단일노조로 만들었습니다.

노조가 출범하고 전문건설업체(하수급인)가 건설현장 팀장(시공참여자)에게 도급을 줄 수 있도록 허용한 제도인 시공참여자제도를 폐지하였습니다. 도급 오야지의 중간 착취를 막자는 취지였습니다. 이후 점차 건설현장에서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라고 주장하기 시작했습니다. 6, 7년 전부터는 노동조합과 교섭을 통해서 사용자인 하청업체와 건설노동자가 직접고용하기 시작했습니다.

노동조합의 단체교섭과 직접고용을 통해 노동자들은 집에서 멀지 않은 건설 현장으로 출퇴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전국으로 보따리 싸서 떠돌아다니던 생활에서 벗어나 가족들과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 하루 8시간으로 노동시간을 줄였습니다. 토요일, 일요일에도 오후 세 시에 퇴근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노동조합 활동을 통해 공휴일, 명절에 유급 수당을 도입했고 직종별로 임금을 명시했습니다. 현장에서 노동시간이 줄어드니 산재사고도 당연히 줄었습니다. 이렇게 현장의 많은 변화를 이끈 노동조합은 노동자의 삶과 일터를 바꾼 희망을 준 조직이라고 생각합니다."
 
 인천경찰청의 압수수색을 규탄하는 건설노동자의 집회
ⓒ 최명숙
 
- 왜 노동조합이 채용에 관여하게 되었습니까?

"건설업은 제조업 등의 사업과는 다른 특성이 있습니다. 수주산업인데 그 건물이 다 지어지면 건설노동자들은 필요 없게 되죠. 다음 일자리가 바로 구해지지 않으면 바로 실업 상태가 돼요. 노동자들은 가족과 떨어져 일자리를 찾아 전국으로 돌아다녔고, 실직과 단기간 취업을 반복하며 늘 고용불안에 시달렸습니다.

노동조합을 만들면서 불안한 고용상태를 우선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했고 조합원 일자리 확보 사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노동조합이 건설회사와 교섭을 통해서 조합원을 언제, 어느 정도의 인원을 고용할지 결정하게 된 것입니다."

"정부의 건설노조 탄압... 건설사들의 태도가 달라졌다"

- 현장 노동자들은 건설노동조합 탄압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합니까?

"우리 조합원들은 당연히 분노합니다. 작년 윤석열 정부가 화물연대를 탄압하면서 지지율이 올라갔잖아요. 정부는 화물노동조합을 탄압하면서 생긴 자신감으로 건설노조를 탄압하고 있습니다. 당시 화물연대 투쟁에 우리도 동조 파업하며 지지했습니다. 화물 노동자들이 시멘트를 나르지 않으면서 우리 건설현장도 자연스럽게 멈추게 되었습니다. 기왕에 멈추어 있으니 우리도 파업을 지지한다는 취지에서 기자회견도 하고 동조 파업을 했었지요.

과거에 너무 오래, 힘들게 일했습니다. 그래서 저들의 입맛대로 '예전으로 회귀하는 것은 안 된다, 탄압한다고 움츠려서는 안 된다'라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탄압에 조심하고 우리 내부도 이 기회에 혁신할 것은 혁신해야 한다는 분위기도 있습니다.

요즘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다 보니 건설현장이 줄어든 건 있습니다. 현장이 줄어들면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확보되지 않으니 이에 대한 불안감은 있는 거지요. 한편 건설사들은 확연히 달라졌습니다. 이제는 노동조합을 만나려 하지 않습니다.

과거엔 노동조합이 전화해서 현안이 있어서 보자고 하면 약속 잡고 만나서 서로 대화를 했는데 윤석열 정부가 이렇게 나오니까 이 분위기를 등에 업고 안 만나거나, 만나도 우리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고 있습니다. 사용자와 합의한 단체협상에 고용에 관한 내용이 있는데 협약한 사항도 지키지 않고 있어요. 정부가 쳐주니까 노조가 위축될 거라고 보는 거지요."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은요?

"다단계 하도급으로 이루어지는 건설산업의 근본적인 구조를 바꾸는 것이 핵심입니다. 현행법에서 재하도급을 금지하고 있지만 많은 현장에서는 합법적으로 서류를 만들어 놓고 다단계하청을 하고 있지요.

그 외에도 적정한 공사비를 보장받지 못 하게 하면서 시공사가 막대한 이윤을 챙기며, '안전시공'이나 '책임시공'은 공허한 메아리로 만드는 최저입찰제도 문제입니다. 2021년 광주 철거 현장에서 건물이 무너져 9명이 사망한 사고가 나기도 했습니다.

원청인 시공사가 책임지고 전체적인 관리 감독을 해야 하는데 하질 않습니다. 몇 단계 하청인지, 노동자들이 어떻게 일하는지는 관심이 없습니다. 이런 구조가 부실 공사를 만드는 것이지요. 또한 건설산업은 오랫동안 불투명하게 운영되어 왔습니다. 건설 원가 공개 등을 통해서 투명하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보는데 건설사들은 절대 공개하지 않지요.

저는 그간 노동조합 활동을 통해 현장이 변화되고 임금은 오르고 노동시간도 단축되며, 조합원이 늘어나는 걸 보면서 보람을 느꼈습니다. 그렇게 현장이 바뀌니 젊은 노동자들이 최근 많이 유입되었습니다.

8만 조합원 중 10% 정도가 20~30대입니다. 하지만 청년 고용을 늘려야 할 정부가 고령화된 건설현장의 일자리 문제를 이주노동자 채용을 늘려서 해결하려고 합니다. 위험하고 힘든 일을 임금을 덜 줘도 되는 이주노동자로 대체한다는 건 제대로 된 방안은 아닙니다.

현재 정부는 타워크레인 노동자 월례비, 노조 전임자 타임오프, 채용 강요 이슈로 노동조합을 비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건설현장의 근본적인 문제해결 방안은 전혀 언급이 없습니다. 우리는 그간 법을 바꾸고 노동조건을 바꾸어 냈습니다. 이런 일을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인데 그동안 외면했습니다.

정부와 자본은 구조적인 문제를 바꿀 생각을 하지 않고 자본의 이익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우리를 탄압합니다. 이 투쟁 국면은 오래 갈 걸로 예상합니다. 우리는 호락호락하게 당하진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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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장영우 님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선전위원장입니다. 이 글은 한노보연 월간지 일터 23년 4월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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