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겨냥한 '혜미리예채파', PD가 가장 당황스러웠던 순간

오수미 2023. 4. 6.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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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팟 인터뷰] ENA 예능 프로그램 <혜미리예채파> 이태경 PD

[오수미 기자]

 ENA 예능 프로그램 <혜미리예채파> 현장 스틸 이미지
ⓒ ENA
 
매주 일요일 오후 방송되는 ENA 예능 <혜미리예채파>는 정확히 MZ세대를 겨냥한 프로그램이다. 혜리, 미연, 리정, 예나, 채원, 파트리샤 등 MZ세대 대표 아이콘들이 '오도이촌'(도시에서 5일 일하고 시골에서 2일 쉬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 

그러나 한적하고 편안한 힐링을 떠올린다면 오산이다. 멤버들은 외딴 산골에 덩그러니 놓인 빈 집에서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살아남기 위해 생수부터 식기, 커튼, 심지어 휴지까지 마련해야 하는 여섯 멤버의 복작복작 살림살이 이야기에 많은 MZ세대들이 공감과 응원을 보내고 있다. 

4일 오후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태경 PD는 "실시간 댓글, 커뮤니티 등을 보면서 재미있게 봐주시는 분들의 반응을 확인하고 있다. 그 피드백을 통해 후반작업 면에서 더 발전시켜서 보여드릴 방법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면서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1회에서 제작진은 멤버들에게 "힐링 예능이다. 아무것도 준비할 필요 없고 그곳에 다 있다"고 거짓말(?)을 했고, 이어 숙소에 도착한 멤버들이 텅 빈 집을 보고 당황하는 모습으로 웃음을 유발했다. 모든 것은 따로 준비되어 있지만 키오스크를 통해 멤버들이 직접 구매해야 한다는 게 이 집의 규칙이기 때문.
 
 ENA 예능 프로그램 <혜미리예채파> 현장 스틸 이미지
ⓒ ENA
 
'정말 멤버들에게 아무런 언질을 해주지 않았냐'는 물음에 이 PD는 "실제로도 전혀 말을 안 했다. 그래서 더 리얼한 상황이었다"며 "멤버들이 집에 들어서는 순간 진실을 알게 되겠지 생각했는데, 저희가 커튼도 떼는 바람에 창문으로 이미 다 봐버렸더라. 그때부터 긴장하고 속았구나 하는 멤버들의 심리도 잘 보였다. 혹시 밋밋하게 보이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예능적으로 재미있는 장면이 나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텅 빈 집에 살림살이를 채워나가는 기획은 크리에이터들과의 회의를 통해 탄생한 아이디어라고. 실내에서 노래 가사를 맞추는 포맷의 tvN 예능 <놀라운 토요일>을 함께했던 조미현 작가와 이번에는 야외 버라이어티를 해보고 싶었단다. 또한 이태경 PD는 "제가 닌텐도 '동물의 숲'이나 '집 꾸미기' 어플리케이션 등 게임을 좋아한다. 요즘은 인테리어 리모델링 어플리케이션도 많지 않나. 그런 식으로 공간을 채워가면서 삶이 변화하는 과정을 예능에 접목시켜보고 싶어서 기획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방송에서 멤버들은 초성 퀴즈, K팝 시그널 사운드 맞추기 등 여러 퀘스트를 통해 키오스크에서만 통용되는 캐시를 벌어야 한다. 숙소에 도착한 첫날 제작진은 '정착지원금' 명목으로 얼마간의 캐시를 지급했지만, 멤버들은 식비에 모든 돈을 다 써버리느라 화장실에서 쓸 휴지조차 사지 못하기도 했다. 이태경 PD는 "정말 놀란 순간이었다. 저라면 뭐가 없을지 모르니까 돈을 남겨놓았을 것 같은데, 일단 다 쓰고 '어떻게 휴지도 없냐'고 (제작진에게) 항의하는 순간도 재미있게 느껴졌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도 이 PD는 "멤버들이 캐시를 벌지 못할 때 제작진으로서 가장 불안하다"고 귀띔했다.

"저희 입장에서도 어쨌든 방송을 하려면, 이 분들이 살아야하지 않나. 진짜 굶으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못 따서 어떡하지 싶을 때는 정말 카메라를 끄고 햄버거라도 줘야 하나 생각하기도 했다(웃음). 굶길 수는 없으니까. 하지만 멤버들이 어떻게든 극적으로 생명 연장을 해 나가는 순간들이 좋았던 것 같다. 이 정도는 맞추겠지 생각하고 준비했는데 막상 하나도 못 맞추면 당황스럽다. 그런데 멤버들은 '그래도 재미있었다'면서 웃더라. 숙소에 가면 배고플 텐데. 그런 걱정을 할 때도 있다."

이태경 PD는 카메라 뒤에서 멤버들에게 음식을 제공한 적은 절대 없었다고 손사래를 쳤다. 대신 방송에서 멤버들이 캐시를 전혀 획득하지 못했을 때 제작진은 특별 퀘스트를 하는 등의 방법으로 멤버들의 생존을 돕는 식이었다. 이 PD는 "저는 예전에 tvN <시간탐험대> 등 소위 독한 프로그램들을 연출했다. 그때 재미있게 연출했기 때문인지, 지금도 확실히 어느 구간에서 유난히 독하게 구는 게 아닐까 싶을 때도 있다. 시청자 분들이 더 몰입할 수도 있고"라면서도 "대신 너무 그런(자극적인) 쪽으로는 가지 않으려 한다. 멤버들에게 '힐링'이라고 꼬드겼고 프로그램 콘셉트도 '오도이촌'이지 않나. 멤버들이 결핍을 느끼는 것에서 시작하되, 점점 삶이 나아지는 과정을 부각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살림살이도 없고 음식도 없이 배고픈 극한의 환경에서 방황하는 멤버들을 이끄는 것은 큰 언니 혜리의 몫이다. 그동안 여러 예능에서 늘 막내 역할이었던 혜리는 이번 <혜미리예채파>에서 처음으로 맏언니가 되었다. tvN <놀라운 토요일>을 함께하며 이태경 PD와도 친분이 깊은 사이인 만큼, 제작진이 어떤 그림을 원하는지도 정확하게 캐치한단다.

처음 숙소에서 멤버들이 모인 날, 노래 첫 부분의 시그널 사운드만 듣고 노래를 맞추는 게임을 할 때 혜리는 아직 촬영 초반이라 자칫 어색해질 수 있는 상황에서 먼저 나서서 춤을 추며 분위기를 띄우기도 했다. 이 PD는 이를 언급하며 "혜리씨가 그렇게 해주지 않았다면 (방송에) 그런 즐거움이 빨리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저희가 혜리씨에게 믿고 기대는 부분이다"라며 고마워 했다. 그러면서도 방송에 미처 나오지 못한 혜리의 의외의 면모에 대해서도 살짝 공개했다.

"혜리씨가 의외로 살림꾼이었다. 첫 촬영 때 출연자 분들이 캐리어를 모두 하나씩 들고왔다. 눈길을 걸었기 때문에 캐리어 바퀴가 더러웠는데 혜리씨가 그걸 다른 멤버들 것까지 모두 다 닦아주더라. 살림을 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점이지 않나. 혜리씨가 (방송활동을 하면서도) 부모님이랑 살아서 그런지 기본적으로 살림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ENA 예능 프로그램 <혜미리예채파> 현장 스틸 이미지
ⓒ ENA
 
그런 한편 <혜미리예채파>는 혜리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 예능에 많이 출연하지 않은, 신선한 얼굴들의 조합이라는 점에서 더 눈길을 모은다. 하지만 멤버들은 방송에서 예상치 못한 케미스트리를 보여주며 방송을 더욱 활기차게 만들고 있다. 이태경 PD는 출연자 발굴에 대해 소속사에서 제작하는 "자체 콘텐츠를 많이 참고했다"고 털어놨다.

이 PD는 "자체 콘텐츠 내에서는 팬들이 몰랐던 멤버의 새로운 모습이 나오기도 하고, 그 세계관 속에서도 각자의 캐릭터가 있어서 그걸 잘 소화한다. 특히나 요즘 자체 콘텐츠는 기존 예능 제작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예전에는 아이돌 멤버들 중 예능을 어려워 하는 사람들도 종종 있었다면, 요즘은 아이돌이 (자체 컨텐츠에) 익숙해서 예능에서도 그런 매력을 잘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태경 PD는 앞으로 점점 바뀌어 가는 멤버들의 관계성도 재미있게 봐 달라고 당부했다.

"미연씨의 경우, (그룹 아이들의) 자체 콘텐츠에서 되게 재미있었다. 저는 오히려 초반에 긴장하거나 제작진, 멤버들과 덜 친해져서 그런 모습을 안 보여줄 줄 알았는데 그대로 보여주더라. '너무 잘해줘서 고맙다'고 했더니 저한테 '더 열심히 하겠다'는 답이 왔다. '제발 더 열심히 하려고 하지마라. 그대로만 하면 된다'고 했다(웃음). 방송 후반부로 갈수록 변화하는 멤버들의 모습도 기대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 특히 채원씨가 많이 바뀌는데, 채원씨와 함께 리정씨의 캐릭터도 많이 바뀌었다. 호랑이같은 리정씨를 놀려먹는 채원씨의 모습이 재미있게 그려질 것이다. 그런 멤버들의  관계 변화를 주목해 달라."
 
 ENA 예능 프로그램 <혜미리예채파> 현장 스틸 이미지
ⓒ ENA
 
<혜미리예채파>는 오는 5월까지 12부작 편성으로 방송이 예정되어 있다. 이태경 PD는 "지금은 후반 작업에 매진하느라 시즌2를 생각하진 못했다. 아직 정해진 게 없다"면서도 "만약 시즌을 계속 이어간다면 이 멤버들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싶다. 포맷을 바꿀 수도 있고. 지금보다 멤버들을 조금 더 괴롭히는 방향이 되어도 재미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태경 PD는 <혜미리예채파>를 보는 시청자들이 '저기서 멤버들과 함께 놀고 싶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프로그램 초반부에 멤버들을 속이려 내세웠던 '오도이촌' 힐링 콘셉트도 그저 속이기만 위한 목적은 아니었다고. 

"나도 저기에 가서 멤버들과 같이 게임하면 재미있겠다. 밥도 해먹고 맥주 한 잔 하면서 떠들면 재미있겠다. 그런 생각으로 봐주시길 바라며 만들고 있다. 다들 살기 바쁘지 않나. 저도 (촬영을 하며) '오도이촌'을 해보고 싶더라. 실제로 촬영지가 오도이촌 하기 위해 오시는 분들이 많은 지역이기도 하다. 촬영을 월, 화요일에 진행하는데 그럴 때면 주변이 비어있다. 멤버들의 오도이촌 생활을 보시면서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 생각할 수 있는 방송을 만들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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