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PGA투어 국내 개막전…‘이색 외인 파워’

롯데렌터카 여자오픈 첫날 외국인 선수 선전
중국 리슈잉 3언더파, 스웨덴 그랜트 1언더파

6일 2023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국내 개막전인 롯데렌터카 여자오픈(총상금 8억원) 1라운드가 열린 제주도 서귀포시 롯데스카이힐CC(파72·6395야드). 좀처럼 보기 드문 장면이 연출됐다. 외국인 선수 2명이 출전해 만만치 않은 실력을 과시했다.

먼저 ‘외국인 선수 1호’ 리슈잉(중국)이 눈길을 끌었다. 강풍이 부는 악조건 속에서도 버디 4개(보기 1개)를 낚아 3언더파 69타다. 리슈잉은 KLPGA가 외국인 선수의 투어 진입 장벽을 대폭 낮춘 혜택을 본 선수다. 준회원 선발전과 점프(3부)투어를 전면 개방한 이후 국내 선수와 동일한 단계를 거쳐 정규투어에 입성한 최초의 외국인 골퍼다.

리슈잉이 롯데렌터카 여자오픈 1라운드 11번 홀에서 아이언 샷을 하고 있다.[사진제공=KLPGA]

리슈잉은 중국에서 태어나 8세 때 국내로 이주했다. 어머니 중국 국적의 조선족, 아버지가 한국 국적에 골프 강사다. 리슈잉은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국내에서 나왔다. 한국어를 구사하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다. 리슈잉은 점프투어와 드림투어를 거친 뒤 정규투어 시드순위전에서 17위를 차지해 풀 시드를 확보했다.

리슈잉은 "사실 어제 기상 악화로 연습라운드가 취소돼 코스를 한 번도 못 쳐본 채 1라운드에 임했다"며 "최대한 코스를 테스트해보자는 생각으로 안전하게 플레이를 한 것이 잘 맞아 떨어진 것 같다"고 환호했다. 이어 "작년부터 KLPGA 문호가 개방되면서 정규투어에 입성할 수 있었다"면서 "운이 매우 좋았던 것 같다"고 웃었다.

리슈잉은 지난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디오 임플란트 LA오픈 우승자인 인뤄닝(중국)과의 인연도 공개했다. 리슈잉은 "인뤄닝 언니와는 친분이 있다. 아마추어 시절 중국 대회에서 함께 플레이했다"며 "그때도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LPGA투어에서 우승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전했다. 그는 "나도 한국에서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언젠가는 미국 무대에도 도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린 마리아 그랜트가 롯데렌터카 여자오픈 1라운드 2번 홀에서 티 샷을 하고 있다.[사진제공=KLPGA]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의 강자 린 마리아 그랜트(스웨덴)도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KLPGA 통산 5승 챔프 임희정, 지난해 신인왕 출신 이예원과 동반 플레이를 펼쳤다. 버디 2개와 보기 1개를 엮어 1언더파 71타를 작성했다.

세계랭킹 22위인 그랜트는 지난해 LET에서 4승을 쓸어 담으며 대상과 신인상을 동시에 거머쥔 선수다. 지난해 LET 투어 상금순위 2위에 올라 KLPGA투어 자동 출전권을 따냈다. KLPGA나 대회 주최 측의 초청이 아닌 그랜트 스스로가 원해 이뤄진 대회 출전이다. 그랜트는 이 대회에 이어 다음 주 메디힐·한국일보 챔피언십에도 등판한다.

제주=노우래 기자 golfma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