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선친 묘 훼손' 반전 국면…"문중이 氣 보충"

풍수전문가 "지난해 지방선거 3일 전 묻어"
분묘발굴죄 적용시 의도와 상관없이 처벌 가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부모 묘소 훼손 사건은 일부 문중 인사가 이 대표를 돕기 위해 '기(氣)'를 보충하려는 의도로 행한 의식인 것으로 밝혀졌다.

전남 강진군에서 고려청자요를 운영하는 이모씨(85)는 6일 연합뉴스 등 여러 언론과의 통화에서 "이 대표와 같은 경주이씨 종친 등과 함께 지난해 6월1일 지방선거 사흘 전인 5월29일, 경북 봉화군의 이 대표 부모 묘소를 찾아 기 보충 작업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 대표 부모 봉분에 '생명기(生明氣)'라고 쓴 돌 5∼6개를 묻었다"고 했다.

이 돌은 강진에서 이씨가 직접 구한 것으로, 어른 손바닥만 한 크기이며, 이씨가 직접 검정 페인트로 '날 생(生)', '밝을 명(明)', '기운 기(氣)' 를 한자로 쓴 다음 봉분 가장자리에 묻었다.

경북경찰청 전담수사팀이 지난달 13일 경북 봉화군 명호면 관창리 소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부모 묘지에서 감식을 벌이고 있다.[사진출처=연합뉴스]

이씨는 "지난해 5월 장흥에 사는 문중 지인으로부터 이 대표가 고전하고 있으니 우리가 도와주자. 이 대표의 부모 산소에서 기가 나오지 않으니 기를 보충해 주자는 요구를 받았다"며 "문중 인사들의 요청으로 좋은 취지로 한 것인데 이런 소동이 벌어져 억울하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씨는 2004년 전남도로부터 청자 무형문화재로 지정받은 장인(匠人)으로, 도공을 양성하면서 풍수지리 전문가로도 활동하는 지관이다.

이씨는 "생명기는 신명스러운 밝음, 밝은 기운이 모이는 곳이라는 의미를 가졌다"며 "10년 전 특허청에 생명기 상표등록까지 마쳤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인들의 요청으로 다른 곳에서도 기 보충 작업을 했다"면서 "일부 사람들은 내가 '죽일살(殺)'자를 썼다고 하는데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 대표 선친 묘소 사건을 수사 중인 경북경찰청 전담수사팀은 이씨가 묘소에 기 보충 작업을 했다고 시인함에 따라 팀원을 강진으로 보내 사실관계 확인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해당 사건은 경북청 강력범죄수사대 등 5개팀 30명이 동원된 전담수사팀에서 수사 중이다.

경찰은 해당 사건에 '분묘 발굴죄' 등을 적용해 수사하고 있는데, 분묘 발굴죄는 반의사 불벌죄나 친고죄가 아니며 의도와 상관없이 행위 자체로도 처벌할 수 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달 12일 페이스북에 ". 후손들도 모르게 누군가가 무덤 봉분과 사방에 구멍을 내고 이런 글이 쓰인 돌을 묻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요"라며 "봉분이 낮아질 만큼 봉분을 꼭꼭 누르는 것(봉분 위에서 몇몇이 다지듯이 뛴 것처럼)은 무슨 의미일까요"라는 글을 게시했다. 이 대표는 해당 봉분이 누구인지를 밝히지 않았지만, 곧바로 해당 봉분이 이 대표 부모 묘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 대표는 이후 다시 새로 올린 게시글을 통해 "의견을 들어보니 일종의 흑주술로 무덤 사방 혈자리에 구멍을 파고 흉물 등을 묻는 의식으로, 무덤의 혈을 막고 후손의 절멸과 패가망신을 저주하는 흉매(또는 양밥)라고 한다"고 알리기도 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