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을에 울산까지 진 건 정말 충격적"…여당 '재보선 쇼크'
전체 투표수 4만4486표 가운데 3561표, 득표율 8.00%로 5위.
지난 5일 전북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여당인 국민의힘이 받아든 성적표다. 김경민 국민의힘 후보는 당선자인 강성희 진보당 의원(39.07%)과 2위 무소속 임정엽 후보(32.11%)는 물론, 경북 경산에 살면서 “김건희의 실체를 밝히겠다”고 출마한 무소속 안해욱 후보(10.14%)와 무소속 김호서(9.15%) 후보에게도 뒤처졌다.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얻었던 이 지역 득표율(15.40%)도 1년 만에 반토막이 났다.
이 같은 결과는 국민의힘이 전주을 재선거에 내심 신경을 썼기에 충격이 더 컸다. 김기현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는 선거운동 기간 첫날(지난달 23일) 전주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었다. 지난 2일엔 김 대표가 다시 전주를 다시 찾아 “늘 같은 당을 뽑으니까 달라지는 게 없다. 힘 있는 여당 소속이 국회의원이 되게 해달라”며 유세를 펼쳤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5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참패 원인을 분석했다. 특히 전주을 당협위원장인 정운천 의원(비례대표)이 출마를 번복하는 과정에서 선거운동에 차질이 빚어진 게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정 의원에 대한 인사조치 가능성도 거론됐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난 2일 유세에 사람들이 너무 적게 와서 다음날 곧바로 현장실사를 시작했다”며 “캠프에선 ‘정 의원이 제대로 돕지 않았다’는 항의가 제기된 상태”라고 전했다.
울산에서도 국민의힘은 일격을 당했다. 김 대표의 지역구(울산 남구을) 인접 지역 기초의원(남구 나)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신상현 후보(49.39%)가 민주당 최덕종 후보(50.60%)에 패한 것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울산 남구는 법조타운도 있고 학벌이 높아서 쉽게 질 곳이 아니다”라며 “정말 충격적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정당 공천은 아니었지만, 보수·진보 후보 간 맞대결로 펼쳐진 울산교육감 보궐선거에서도 진보 후보(천창수)가 당선됐다.
이같은 결과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페이스북에 “울산 남구에서 보수 후보가 1:1 상황에서 패했다는 것은 심각한 상황”이라며 “당의 노선을 조속히 다시 정상화해서 심기일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웅 의원도 “최고위원들은 망언과 실언을 쏟아내고도 남 탓뿐”이라며 “아무리 작은 서리라도 닥쳐오는 겨울을 의미한다. 지금은 사과하고 책임지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재·보궐 선거 결과에 한껏 고무된 모습이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울산 시민분들께서 정말 놀라운 선택을 해주셨다. 윤석열 정부의 독주에 강력한 경고장을 날려야 한다는 국민의 마음이 모인 결과”라고 적었다.
다만 전주을 재선거 결과를 두고선 다양한 해석이 오갔다. 민주당이 후보를 내지 않은 전주을에선 강성희 진보당 후보와 민주당을 탈당한 무소속 임정엽 후보가 양강 구도를 형성했는데,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지지 선언을 한 임 후보가 7%포인트 차로 패배했기 때문이다. 민중당 간판으로 치른 21대 총선에서 후보자 전원이 낙선했던 진보당은 강 후보의 당선으로 3년 만의 원내 재진입에 성공했다.
민주당의 한 전북 의원은 “진보당은 ‘후보를 안 낸 민주당 감사합니다’라는 플래카드를 걸고 마치 민주당 후보인 양 선거운동 해서 이긴 것”이라며 “내년 총선에선 우리가 당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또 다른 민주당의 재선 의원은 “이번 재·보선에서는 반윤(反尹) 정서만 확인됐을 뿐, 그 바람이 민주당으로 불어올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여론조사업체 에스티아이의 이준호 대표는 “전주을은 박지원 전 국정원장의 개입으로 외려 민주당 지지층이 역으로 진보당에 쏠렸고, 울산 남구의원 선거도 고(故) 노옥희 울산교육감 남편이 직접 출마하면서 진보 유권자가 결집한 측면이 있다”며 “그럼에도 윤석열 정부 들어 여당이 처음 패배한 만큼, 국민은 정부·여당이 이를 어떻게 수습할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오현석·윤지원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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