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요금 폭탄 속 '빌런'을 잡아보자
4월 4일(화)부터 4월 15일(토)까지 2023년 차별없는서울대행진이 개최됩니다. 최근의 도시·가스 요금 폭등, 작년 이태원 참사와 폭우 참사를 비롯한 재난 및 기후위기 등 삶의 위기가 노동자 시민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와 서울시는 이러한 위기로부터 시민을 보호할 대책을 마련하기는커녕 대책을 요구하는 노동조합과 시민사회를 탄압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부터 탄압을 뚫고, 위기에 맞서는 실천을 만들어가는 '2023 차별없는서울대행진'의 이야기를 7회에 걸친 기획연재로 전합니다. <편집자말>
[박지영 기자]
올해초 인상된 전기·가스요금은 서민들에게 그야말로 '폭탄'이었다. 지난해부터 모든 물가가 올라 소주에 맥주를 타지 않아도 이미 폭탄주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고 있었다. 대출금리가 올라 '영끌'로 집을 구입한 사람들, 코로나 시국에 빚을 내 근근이 버티던 자영업자는 희망을 잃었다. 거기에 전기·가스요금이 더 얹어진 것이다. 여기에 더해 서울시는 버스·지하철 요금 인상도 예정하고 있다.
정치권과 정부는 급하게 빈곤층에게 바우처 지급과 같은 단기적 지원방안을 내놨다. 그러나 노동, 시민사회, 지역사회는 공공요금 인상이 무엇에서 기인하는지 찾기 시작했다. '빌런(악당)'이 누구인지를 찾아야 진정한 해결책이 나온다고 생각한 것이다.
▲ 1월 24일 서울 시내 주택단지의 가스계량기. |
ⓒ 연합뉴스 |
언론에서는 마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전기·가스요금 인상이 불가피한 것처럼 보도했다. 그러나 이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전에 천연가스 가격은 인상된 상태였다. 전쟁으로 그 위기는 더 심화됐을 뿐이니 전쟁은 빌런 후보에서 탈락!
다음 빌런 후보는 공기업 적자. 정부는 한국전력이나 한국가스공사, 서울교통공사의 적자가 너무 커서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한다. 적자를 이유로 시민들에게 요금인상을 하고, 공기업들에게는 구조조정과 경영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적자가 어떻게 형성이 됐는지가 더 중요하니 공기업 적자는 빌런 후보에서 보류!
그렇다면 공기업 적자를 만든 것은 무엇일까. 천연가스 가격이 상승하자 민간 에너지 기업들은 천연가스를 수입하지 않고 한국가스공사가 비싼 단기계약 물량을 수입하도록 만들어서 천연가스 비용을 상승시켰다. 이는 한국가스공사의 적자폭을 늘리고 연동해 한국전력이 민자발전회사에 지불하는 전력도매가격(SMP)을 상승시켜 한국전력의 적자도 증가시킨다. 지난해 민자발전회사들은 사상 최대 흑자를 기록했다.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와 같은 에너지공기업은 민자발전회사 때문에 적자가 쌓여 울고, 시민들은 공공요금 폭등으로 울고, 유일하게 웃는 자는 민자발전회사들이다. 찾았다. 빌런은 민간 에너지재벌들이다!
버스요금 인상도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버스회사들은 경영이 어렵다고 하나 서울지역 버스회사는 매년 수백억 원의 순이익을 내고 있다. 게다가 시민의 세금으로 버스회사 성과이익과 영업이익까지 보존해주고 있다. 빌런들이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대가로 막대한 이익을 내는 구조를 방치한다면 미래의 공공요금 인상은 피할 길이 없다.
새삼 느끼는 에너지·교통의 필수적인 특성
전기·가스요금 인상이 되자 아주 자연스럽게 시민들은 전기·가스 사용량을 줄이는 방법을 찾고 있다. 그러나 사용량을 줄이는 것은 한계가 있다. 먹고살기 위해 음식조리를 하려면 도시가스나 전기가 필요하다. 냉방이나 난방을 하기 위해서도 도시가스와 전기가 필요하다.
냉방이나 난방은 그저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목적만은 아니다. 인간에게 체온변화는 생명을 위협하는 응급질환의 한 요인이다. 실제 에너지 민영화와 에너지 요금 폭등의 결과로 매년 유럽에서 10만 명이 적절한 난방을 못 해 사망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고 한다.
전기·가스요금 인상을 계기로 전기·가스가 이 정도로 매일, 나의 생활에 필수적이었구나 절절하게 느끼고 있다. 줄일 수는 있지만 사용을 안 할 수는 없다.
대중교통 이용자에게 버스·지하철 또한 마찬가지다. 가까운 거리는 도보, 전동킥보드,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다. 점점 극심한 무더위, 극한 한파, 미세먼지 '매우나쁨'의 날들이 늘어나고 있어 도보, 전동킥보드, 자전거를 이용하기 힘든 날들도 늘어난다.
▲ 지난 3월 20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버스 정류장 정보안내단말기에 도착 및 혼잡도 정보가 표시돼 있다 |
ⓒ 연합뉴스 |
공공요금 인상에 대한 요구
에너지 가격을 올려서 석탄에너지 사용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시민들의 기본적인 삶의 유지와 에너지전환은 함께 가야 할 것이다. 현재 공공요금 가격수준으로도 삶에, 생명에 필요한 만큼 전기·가스를 사용할 수 없는 이들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가격인상 주장이 사회적으로 합의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공공요금 폭탄을 만들고 있는 빌런들을 통제하고, 빌런들이 활개를 칠 수 있게 만들어놓은 에너지-교통 민영화 정책이 철회돼야 한다. 현재 정부는 빌런들의 존재를, 빌런들의 죄를 모두 알고 있으면서도 언급조차 없다. 정부가 '전력산업구조개편'이라는 이름으로 빌런들을 만들어왔으니 정부의 침묵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시민들이 공공요금결정기구에 참여해야 한다. 더 이상 빌런들을 만들어 온 정부에게 모든 것을 내맡길 수 없다. 서울시 버스, 지하철요금에 대해서도 시민청구토론회를 통해 서울시가 시민의 목소리를 반영하도록 할 것이다.
서울 지역 시민사회 단체와 노동조합이 모여 결성한 너머서울(불평등을 넘어 새로운 서울을 만드는 사람들)에서는 이러한 문제 의식 속에서 공공요금팀을 만들었다. 너머서울 공공요금팀의 요구는 다음과 같다.
<너머서울 공공요금팀 요구>
- 가정용 요금 인상 철회, 에너지-교통기본권 보장
- 공공요금 관련 재벌 특혜 폐지, 민간 에너지 대기업 초과 이윤 환수
- 공공기관 적자 정부 재정 지원
- 에너지, 철도, 지하철, 버스 민영화-시장화 중단- 재공영화
- 공공 주도의 녹색 전환 강화
- 공공요금 완전한 정보 공개와 결정 기구 민주적 재편
차별없는 서울만들기(아래 '차없서')는 4월 4일부터 15일까지 10일간 진행된다. 이번 차없서에서는 공공요금 인상 철회를 위한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된다. 6일(목)에 '공공요금 인상에 대한 증언대회와 설문조사 결과 발표회'를 하고, 10일부터 매일 서울 주요거점에서 '공공요금 인상 철회! 국가책임 공공성 강화! 캠페인'을 진행한다.
서울지역 노동, 시민사회, 지역운동 단위가 함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이상, 그리고 공공요금 폭등으로 에너지, 교통 공급 구조와 문제점이 드러나기 시작한 이상, 더 이상 정부 마음대로 에너지, 교통 민영화정책을 지속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윤을 아닌 인간을 위한 에너지, 교통으로! 이것이 우리의 목적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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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 박지영씨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본부 조직국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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