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궐 성적표에 국민의힘 술렁... 전주을 8%득표, 정운천 탓?
[곽우신 기자]
▲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김 대표, 주호영 원내대표, 조수진 최고위원. |
ⓒ 남소연 |
특히 전라북도 전주시을 지역구 국회의원 보궐선거 결과를 두고 전주을 당협위원장인 정운천 전 국회의원의 책임론까지 불거지고 있다. 당 최고위원회는 6일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그의 인사 조치까지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쓰라린 성적표에 말 아끼는 당 지도부
무거운 분위기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에서도 감지됐다. 당 지도부 그 누구도 공개 발언 시간에 선거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백그라운드 브리핑에 나선 강민국 수석대변인을 향해 기자들이 이번 재보궐선거에 대한 평가를 질문하자, 강 대변인은 "잘 아시겠지만, 우리 중원을 차지하는 청주에서 민주당이 가지고 있었던 시의회를 우리가 가져올 수 있었고, 이번에 청주시의회 같은 경우 우리 국민의힘이 과반을 넘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만 짧게 답했다.
5일 치러진 4.5 재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은 거대양당 어디도 절대적인 우세를 점하지 못하고 있는 충청권에서 승리했다. 이상조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되면서, 여야 동수였던 청주시의회 균형이 깨지고 국민의힘이 과반을 차지하게 됐다. 비록 기초의회 선거였지만 성과라 평가할 만하다. 그리고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집권여당이 거둔 유일한 성과이기도 하다.
국민의힘은 광역의회의원 2석(경상북도의회 구미시 제4선거구·경상남도의회 창녕군 제1선거구)과 기초의회의원 2석(충청북도 청주시의회 나선거구·경상북도 포항시의회 나선거구)을 차지했다. 경북 구미, 경남 창녕, 경북 포항 모두 전통적인 보수의 '절대 강세' 지역이다. 심지어 포항은 아예 민주당 후보 없이, 국민의힘 후보와 공천에 불복한 무소속 후보 간 1:1 구도였다. 텃밭에서의 승리를 두고 자축 샴페인을 터트릴 수는 없는 노릇.
오히려 내용적으로 보면 민주당이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였다. 비록 상당한 표차로의 낙선이기는 했지만, '박정희의 도시' 경북 구미에서 채한성 민주당 후보는 35.04%(2350표)로 선전했다. 경남 창녕의 우서영 민주당 후보 역시 24.25%(3709표)로 선거비를 전액 보전 받았다.
▲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2일 전북 전주시 서부시장에서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 출마한 김경민 후보와 함께 인사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나머지 지역구에서의 국민의힘 성적표는 결과뿐 아니라 내용적인 측면에서도 문제였다. 유일한 국회의원 선거였던 전북 전주을의 경우, 현장 최고위원회의까지 열고 당 지도부까지 나서서 김경민 국민의힘 후보를 지원했지만 8%(3561표)를 얻는 데 그치며 6명 후보 중 5위로 낙선했다.
전주을은 전통적인 민주당 강세 지역이지만, 이상직 전 국회의원이 불명예스럽게 의원직을 상실하며 치러진 선거였다. 민주당이 이에 따라 '무공천'을 결정하며 국민의힘도 '해볼 만한' 선거라고 평가 받았었다. 민주당을 탈당한 임정엽 전 완주군수, 국민의당 출신 김호서 전 전라북도의회 의장 등 무소속 후보가 난립했고, 강성희 진보당 후보도 나름의 지분을 갖고 있었다. 야권 성향 표가 갈릴 경우 여당이 '어부지리'를 노려봄직한 구도였던 셈이다.
하지만 결과는 아니었다. 진보당이 첫 국회의원을 탄생시키며 선전한 반면 김경민 후보는 지난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전주시장 후보로 출마해서 얻은 15%가량의 득표가 오히려 반토막 났다. 심지어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과거에 대해 집중적으로 의혹을 제기했던 안해욱 전 한국초등학교태권도연맹 회장(3위, 10.14%, 4515표)보다도 적은 수치였다. 국민의힘이 공을 들인 서진정책, 이른바 '호남과의 동행'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김재원 수석최고위원의 5.18광주민주화운동 폄훼 논란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당내에서는 해당 지역구에서 금배지를 달았던 정운천 의원이 적극적으로 선거를 돕지 않았다는 평가들이 나오고 있다. 비례대표이자 현직 당협위원장인 그는 이번 선거에 재출마 의사를 밝혔다가 접었는데, 본인의 자율적인 판단이 아니라 당의 압력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한 불만을 품고, 당 소속 후보를 돕지 않는 '해당행위'를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다.
채널A는 이날 "정운천 의원에 대한 인사조치안을 논의"했다며 "김기현 대표 등 당 지도부는 이번 선거 과정에서 해당 행위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강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에게 "전주을 선거과정에서 나오는 많은 문제점을 발견했고, 이에 대해서 전북도당에 대한 그동안의 실태조사가 있었다"라며 "전북도당의 현황에 대해서 보고를 했고, 그 다음에 거기에 대해 자세히 최고위원회에서 의논하겠다는 게 비공개 회의 내용이었다"라고 알렸다.
▲ 2023년 3월 31일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울산시 남구 옥동에서 울산 남구 나 기초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신상현 후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국민의힘에게 울산 지역 선거 결과도 뼈아프다. 김기현 대표가 울산광역시장을 지낸 바 있고, 현재 지역구가 울산 남구을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김 대표의 정치 기반에서도 민주당으로부터 카운터펀치를 맞은 셈.
교육감 선거가 사실상 보수-진보 진영 간 대리전 양상을 띄고 있는 가운데, 울산시교육감 선거에서 진보 성향 천창수 후보가 보수 성향 김주홍 후보를 누르고 압도적 표차로 당선(61.94%, 15만3140표)됐다. 재선의 노옥희 교육감이 임기 도중 갑작스럽게 세상을 뜨면서, 노 전 교육감의 배우자인 천 후보가 고인의 유지를 잇게 됐다. 김주홍 후보는 38.05%(9만4075표)로 만족해야 했다.
울산 남구의회 나선거구 선거 결과는 더 치명적이다. 울산은 북구와 동구를 중심으로 이른바 '노동자 벨트'가 형성되어 있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보수세가 더 강한 지역구로 평가된다. 특히 김기현 대표의 지역구 바로 옆동네나 다름없는 해당 선거구는 울산에서도 보수의 우세가 상당한 곳이다.
비록 구의원 선거였지만,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민주당 대표 모두 해당 지역구를 찾을 정도로 관심도가 높은 선거였다. 결과는 최덕종 민주당 후보가 50.60%(6450표)로 과반 득표에 성공했다. 신상현 국민의힘 후보는 49.39%(6297표)로 석패했다.
이준석계, 지도부 비판 한목소리... "당 노선, 조속히 정상화해야"
당내 분위기가 뒤숭숭한 가운데,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본인의 페이스북에 "아무리 기초의원 선거이지만 울산 남구에서 보수 후보가 1:1 상황에서 패했다는 것은 심각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투표율이 낮은 보궐선거에서 고령층 투표가 많아 보통 유리한데도 대선이나 지선 때보다 10%(p) 가까이 득표율이 떨어졌다는 것은 뭔가 심각하게 잘못되고 있다는 의미"라는 진단이었다.
그는 "대통령 선거 기준으로 울산 남구는 울산에서 제일 표가 잘 나오는 곳"이라며, 이번 결과를 토대로 "PK(부산경남)에서 울산보다 조금 더 당세가 낮게 잡히는 창원 성산, 창원 진해, 양산, 부산 북-강서, 영도, 사하, 기장 같은 곳은 물론 현역의원들의 개인기에 따라 변수가 많겠지만 초접전보다 더 어려운 상황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PK에서 이런 심상치 않은 상황이면 수도권에서는 강남도 안심 못 한다는 이야기이다. 수도권 나머지 지역구는 말할 것도 없다"라며 "당의 노선을 조속히 다시 정상화해서 심기일전해야 한다"라는 주장이었다.
또한 정운천 의원에 대한 인사조치 논의에 대해서도 "대선과 지선에서 15% 나왔던 지역에서 8% 나왔다고 지도부가 호남 지지율 하락에 대해서 남 탓을 하겠다고 인사조치를 하겠다고 논의한다면 앞으로 호남에서 정치 누가 하려고 할까?"라며 "무엇이 문제인지 정말 모르는 걸까? 전주에서 지지율 반토막 난 것도 이준석 때문인가?"라고 꼬집었다.
김웅 의원 역시 본인의 페이스북에 "모든 것은 우리 탓인데 국민 탓, 언론 탓, 여론조사 탓을 한다"라며 "최고위원들은 망언과 실언을 쏟아내고도 남 탓뿐이다. 지도부는 그런 망언들에 아무런 제지도 못한다"라고 비판했다. "작은 선거일뿐이라고 애써 위안하지 말아야 한다"라며 "선거는 당심 100%가 아니다"라고도 덧붙였다.
허은아 의원 또한 "울산 남구는 국회의원도, 구청장도 모두 국민의힘 출신인 보수 텃밭인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우리 안에서 그 원인을 찾지 않는다면, 먹고 싶었던 포도를 못 먹으니까 저 포도는 시다며 돌아섰던, '여우와 신포도'의 국민의힘판 이야기가 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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