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기 없이, 경쟁 더 치열하게"…은행 개혁 방향 큰 줄기 잡혔다

김남준 2023. 4. 6.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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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의 은행 개혁 논의가 새 ‘메기’ 찾기보다 기존 체제 경쟁을 더 강화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무리하게 새 사업자를 찾는 것이 득보다 실이 더 많다고 판단해서다. 특히 최근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로 금융 불안 우려가 커진 점도 고려됐다.


“기존 사업자 경쟁 더 강화”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6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20여개 은행장 및 은행연합회장과 개최한 간담회에서 은행권에게 경쟁촉진 등에 대해 적극 협조해 줄 것을 당부했다. 금융위원회
6일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모든 은행장 및 은행연합회장과 간담회를 가지고, 이 같은 내용의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 운영성과를 공유했다. 2월부터 시작한 TF는 현재 실무반을 구성해 은행권 경쟁 촉진, 보수체계 개선, 손실흡수능력 제고와 관련한 논의를 마쳤다. 앞으로 금리체계 개선, 비이자이익 확대, 사회공헌 활성화 등과 관련해 추가 논의를 가진 뒤, 오는 6월 말 최종 개선 방안을 발표한다.

특히 이번 TF의 가장 큰 주제였던 은행권 경쟁 촉진과 관련해서는 새 사업자를 도입하기보다 기존 경쟁 구도를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 큰 줄기가 잡혔다. 금융당국 한 고위관계자는 “경쟁을 촉진하는 방법에는 신규 사업자를 도입해 구조를 바꾸거나, 기존 사업자의 경쟁을 더 강화하는 방법이 있는데, 전자보다는 후자 쪽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고 했다.


새 사업자 도입 “금융 불안, 효과 불분명”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과점 체제를 깨라”고 지시한 만큼, TF 초기만 해도 스몰라이센스·소규모 특화은행 같이 은행업 추가인가에 대한 관심이 컸다. 하지만 최근 새 사업자 허용 가능성이 작아진 것은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로 인해 금융 불안 우려가 커진 탓이다. 특히 최근 자금력이 달리는 중소은행 불안이 커지고 있어, 금융당국 입장에서도 손쉽게 은행업 진입 장벽을 낮출 수 없게 됐다.

신규 사업자 도입 효과가 불분명하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스몰라이센스와 소규모 특화은행은 기존 저축은행과 상호금융기관 등과 큰 차이가 없어, 대형은행 견제보단 중소은행 간 경쟁만 심화시킨다는 반론이 나왔다. 이날 은행장 간담회에서도 “은행권 경쟁촉진이 자칫 시중은행 대비 규모‧자본이 작은 지방은행·인터넷전문은행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고, 이 경우 오히려 전체 은행권 경쟁도는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 목소리가 나왔다.

비은행 금융사인 카드사와 보험사 등에 지급결제 업무를 허용해, 은행처럼 계좌를 개설권을 주는 방안도 소비자 효용 관점에서 효과가 미미하다는 게 TF 내부 의견이다. 이와 관련해 지급결제 업무를 총괄하는 한국은행도 최근 TF에서 “고객이 체감하는 지급서비스 편의 증진 효과는 미미했지만, 지급결제시스템 안전성은 은행의 대행 결제 금액 급증, ‘디지털 런’ 발생 위험 증대 등에 따라 큰 폭 저하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반대 의사를 밝혔다.

다만 신규 사업자 진입 자체를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는다는 게 금융당국의 방침이다. 기존 은행과 동일 규제를 받는다면 언제든 시장 진입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규제 장벽이 높은 은행업 특성상 규제 완화 없이 사업에 뛰어들 사람은 거의 없다는 평가다.


“신규 진입 없이도 실질 경쟁 촉진”


새로운 ‘메기’를 찾는 대신 금융당국은 기존 체제 내 유효경쟁 창출 방법에 좀 더 집중할 계획이다. 특히 이미 발표한 대환대출 인프라 확대, 온라인 예금중개서비스, 예대금리차 공시 개선 등을 은행권 경쟁 촉진의 핵심 과제로 추진한다. 이날 김 부위원장도 이런 정책들을 언급하며 “신규 진입 없이도 예·대 시장에서 실질적 경쟁 촉진해 국민 금융 편익 증진 기대한다”고 했다.

새 사업자 허용이 사실상 막히면서, 은행권 개혁 논의가 ‘용두사미’로 끝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전문가들은 은행업 특성상 처음부터 새로운 ‘메기’ 찾기가 쉽지 않았던 만큼, 기존 체제 내 관리·감독이 더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은행 특성상 이미 형성된 기존 사업자의 독점력을 새 사업자가 깨기 쉽지 않다”면서 “다만 은행권 독·과점으로 인한 문제는 분명히 있기 때문에 결국 금융당국이 이 부분에 대해 좀 더 감독과 견제를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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