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이 해외여행에 스마트폰 활용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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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유정 기자]
스마트폰 시대의 여행이란 편리하기 그지 없다. 이전에도 번역기나 택시 어플 등을 사용하며, 스마트폰과 지갑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는 세상이라고 감탄했는데 코로나로 3년 간 나의 여행이 멈춘 사이, 여행은 더 편리해졌다.
트래블월렛 같은 카드나 각종 페이들이 널리 사용되며 최근 두 번의 여행에는 환전을 하나도 안 해가고도 별 어려움 없이 돌아다니기도 했다. 얼마나 환전해야 할지 고민할 필요도 없고, 복잡한 외국돈을 매번 셀 필요도 없고, 무거운 잔돈을 한 움큼씩 들고 다닐 필요도 없으니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발달장애 학생들과 해외 자유여행에 용감하게 도전할 수 있었던 것도, 다 스마트폰이라는 든든한 조력자가 있기 때문이다.
쉽지 않은 스마트폰 세상 속에서 살아남기
그러나 기실 우리 학교는 디지털보다는 아날로그에 가깝다. 일반적인 세상의 속도도 따라가기 버거운 아이들에게 스마트한 세상은 너무 빠르고 불친절하다. 스마트한 세상 속의 정보는 너무 방대하고, 용어는 어렵고, 실수에 가차 없고, 미숙함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식당이나 카페는 물론이고, 은행과 공공기관, 병원 등 생활 곳곳에서 비대면 서비스가 주를 이룬다. 하다못해 놀이공원 줄 서기까지 어플로 하는 세상이 되었다. 누군가에겐 더없이 편리해졌으나 누군가에겐 한 발짝 더 어려워진 세상이다.
언젠가 좋아하는 스포츠를 친구들과 함께 직관하고 싶다는 학생들의 버킷리스트를 실행하기 위해 배구 관람을 간 적이 있다. 솔직히 아이들이 제일 보고 싶어한 스포츠는 야구였지만 마침 KBO는 한국시리즈를 진행중이었고, 스무장 이상의 티켓팅에 성공할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배구를, 상대적으로 티켓팅이 수월할 것 같은 남자배구를 선택했다.
불행히도 코로나를 이유로 단체예매가 막혔고, 오로지 1인 최대 4매 온라인 예매로만 티켓팅이 가능했다. 백신접종완료자에 한하여 제한된 입장이 가능하던 때였고, 우린 단체지만 전원 접종완료자였고, 관람이 가능한데 단체예매는 왜 안 되는지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방침이 그렇다고 했다.
어차피 우리에겐 모든 과정이 배움이었기에 각자 본인 티켓 예매에 도전하기로 했다. 준비물은 카드, 페이 등 온라인 결제 수단.
첫 단계부터 쉽지 않았다. 일부는 무분별한 휴대폰 사용을 방지하기 위해 부모님들이 막아놓았거나 비밀번호를 몰라 어플 다운로드에 실패했다. 겨우 회원가입을 하고도 두번째, 결제 단계에서 대거 실패했다. 앱카드나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 기존 결제 수단이 있는 우리는 비교적 손쉽게 결제를 했으나 새로 결제수단 등록부터 해야하는 아이들은 난관의 연속이었다.
우선 휴대폰이 본인 명의가 아닌 보호자 명의로 되어있는 아이들은 인증 자체가 불가능했다. 인증을 통과하고 어렵게 결제 정보를 입력하던 아이들도 실수인지 오류인지 알 수 없는 이유로 튕기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기를 서너번 반복하더니 횟수제한 초과로 인증이 막혀버렸다. 차단을 해제하려면 또다른 인증을 해야하는 그야말로 산 넘어 산 넘어 산.
결국 결제에 성공한 일부 외에 나머지는 교사들이 대신 결제하기로 했다. 그런데 인터파크는 또, 입장권이 캡쳐사진으로는 안 되고 꼭 어플을 통한 선물하기 티켓으로 보여줘야 한단다. 선물받은 티켓을 등록하는 데에도 로그인을 하고 뭘 인증을 하고 복잡하기 그지 없었고, 티켓을 예매하는 데에만 꼬박 두 시간 이상이 걸렸다. 모바일 티켓으로 간편해졌다는 입장도, 로그인하여 티켓 내역을 찾고 바코드를 찍기까지 여러 번 연습이 필요했다.
고령층, 장애인 등 정보소외계층의 문제는 계속 이슈화되고 있다. 참 편리하고 유용한 세상이, 조금만 더 친절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빠르게 앞서 나가는 사람만큼 느리게 뒤처진 사람들도 배제시키지 않고 함께 할 수 있도록 조금 더 따뜻했으면. 그래도 우리는, 느릴지언정 포기하지 않고 따라간다.
여행용 어플을 이용해 일정을 계획하고 예산 짜는 법
누구에게 배운 적 없는 것을 남에게 가르치려니 요즘 각종 정보 검색과 사전 연습에 분주하다. 나는 또래의 지인들 사이에서는 가장 신문물에 익숙해 자칭타칭 '역시 MZ'로 불리는데, 그게 다 우리 아이들 덕분이다. 프로젝트 수업을 통해 가장 많이 성장하는 건 역시 나인 것 같다. MZ세대 아이들을 가르치려면 오늘도 부지런히 시대의 흐름을 좇아가야 한다.
우리가 정한 오사카의 여행지를 4박 5일의 코스로 적절하게 배치하려니 지도와 일정표가 필요했다. 여행 중에도 수시로 확인하려면 아무래도 휴대폰에 기록하는 게 편리할 것 같아 여행 어플을 찾아보았다. 검색해서 나오는 몇 개의 어플을 비교해 보고, 가장 유명한 것 같은 트리플이라는 여행 어플을 찾아 설치했다.
몇 번 눌러보니 어렵지 않게 일정을 입력하고 수정할 수 있었고, 일정마다 지도를 함께 보며 길 찾기까지 한 번에 할 수 있는 것이 매우 유용했다. 가계부 기능도 있어 그때그때 사용한 비용을 기록하기도 좋았고, 엔화를 입력하면 자동으로 원화를 계산해 주었다.
▲ 오사카 여행 계획을 세우는 데 큰 힘이 된 여행 어플. |
ⓒ 권유정 |
우리 아이들 중 상당수는 정답이 정해진 질문보다 정답 없이 생각을 묻는 질문을 어려워한다. 실수하거나 틀릴까 봐 염려하며 눈치를 살피느라 선뜻 자신의 생각을 말하지 못한다. 이건 비단 우리 아이들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우리 사회는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생각을 요구하면서도 막상 정해진 틀 안에서 벗어나면 오답으로 취급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몇 번의 눈총과 비난을 받고 나면 사람은 자연스럽게 입을 닫고 의견을 내세우길 주저하게 된다. 그건 주저하는 사람을 탓할 일이 아니라 그렇게 만든 사회를 돌아봐야 할 일이다.
아마 우리 아이들은 살면서 무수히 많은 순간을 '틀린' 취급을 받을 것이다.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가르치다 보면 나 역시 보편적인 다수의 생각을 기준으로 삼아야 할 때가 있다. 그렇지만 우리도 세상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 참 많이 노력하고 있으니, 세상도 조금만 더 관대한 시선으로 우리 아이들을 바라봐 주었으면 싶다.
어떤 날에 무엇을 할지는 크게 의견이 갈리지 않았다. 대부분 제일 기대하고 있는 유니버셜 스튜디오를 먼저 가고 싶어 했고, 쇼핑을 나중에 즐기느냐 온천을 나중에 즐기느냐에서 약간의 충돌 끝에 시내 관광과 쇼핑을 목요일로 정했다.
▲ 계산기를 두드려가며 여행 경비를 예상해본다. |
ⓒ 권유정 |
이제 겨우 여행 준비의 시작 단계가 끝을 보인다. 하루하루 넘어가는 달력에 초조함이 밀려올 때도 있지만 조급함은 내려놓고 차곡차곡 나아가려 한다. 속도는 느려도 지치지 않고 꾸준하면 분명히 멋진 여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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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브런치(brunch.co.kr/@h-teacher)에 ‘발달장애 대학생들과 해외 자유여행 도전기’를 올리고 있습니다. 이 글은 일부 연관 있는 내용이며, 곧 브런치에도 게재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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