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잉원 만난 '美 넘버3' 매카시 "무기 제때 가야"…中 강력 반발

신경진 2023. 4. 6.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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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현지시간) 케빈 매카시(오른쪽) 미 하원 의장과 차이잉원(왼쪽) 대만 총통이 미국 로스앤젤레스 인근 레이건 도서관에서 회견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대만 총통부

1979년 미·중 수교에 따른 단교 이후 처음으로 케빈 매카시 미국 하원의장이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을 미국에서 만났다. 미국 권력 3위 하원의장이 단교 이후 대만 총통과 회동한 것은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하원의장을 포함해 이번이 역대 세번째다. 차이 총통의 방미에 앞서 날을 세워온 중국은 이날 대만을 향해 “뼈도 추리지 못할 것”이라고 강력 반발하며 대만 인근에서 무력 시위를 전개했다.

5일(현지시간) 만남은 차이 총통이 중남미 순방을 마치고 로스앤젤레스(LA)를 경유하는 귀국 길에 로널드 레이건 도서관에서 이뤄졌다. 이날 3시간 30분에 걸친 비공개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매카시 의장은 “대만은 성공한 민주주의, 번영하는 경제이자 보건과 과학 분야에서 세계적 리더”라며 “대만과 미국 국민 간의 우정은 자유 세계에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진 질문 과정에서 매카시 의장은 “우리는 대만에 무기 판매를 지속해야 한다”며 “그러한 판매가 매우 적시에 도달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대만이 미국에서 구입하기로 한 무기가 제때 인도되지 못하는 상황을 우려하는 발언이다.

5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경유한 차이잉원 대만 총통을 맞아 미국 하원 민주·공화 양당 의원 19명이 레이건 도서관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대만 총통부


차이 총통은 미 의회 양당의 환대에 감사하며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범 정당 지도자의 참석과 굳은 지지를 대만 국민에게 알리겠다”며 “대만은 고립되지 않았으며 외롭지도 않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민주주의가 위협받는 세계에 처해 있으며, 자유의 등불이 영원히 빛나게 해야 하는 절박함을 과소평가할 수 없다”며 중국의 압박을 비판했다.

특히 매카시 의장의 무기 판매 발언에 호응하듯 차이 총통은 레이건 행정부 당시 미국의 여섯 가지 약속을 강조했다. 그는 “레이건 대통령은 1982년 6개 보증과 의회에서 ‘대만관계법’을 통과시키면서 이후 40여년 역사 동안 굳건하고 특수한 동반자 관계의 기초를 다졌다”고 말했다.

5일(현지시간) 케빈 매카시(오른쪽) 미 하원 의장과 차이잉원(왼쪽) 대만 총통이 미국 로스앤젤레스 인근 레이건 도서관에서 회견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대만 총통부


차이 총통이 언급한 미국의 ‘6개 보증’은 ▶미국은 대만 무기수출에 기한을 정하지 않고 ▶미국은 대만에 무기를 수출하는 데 중국과 사전 협상하지 않고 ▶대만해협 양안의 중재자 역할을 하지 않으며 ▶대만관계법을 수정하지 않고 ▶대만 주권에 대한 일관된 입장을 바꾸지 않고 ▶대만에게 중국과 협상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말한다.

차이 총통은 끝으로 미국과 연대를 강조했다. 그는 “대만은 세계의 믿을 수 있는 동반자이자 지역 안정의 기초, 선량한 역량이 되도록 힘쓸 것”이라며 “논어의 ‘덕은 외롭지 않으며 반드시 이웃이 있다(德不孤 必有鄰)’는 구절, 레이건이 강조했던 ‘자유는 대대로 물려주는 것이 아니라 모든 세대가 끊임없이 수호하고 쟁취해야 하는 것’이라는 발언을 잊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1997년 뉴트 깅그리치와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가 각각 대만을 방문해 총통을 만나기는 했지만 미국 땅에서 하원의장과 대만 총통의 회동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레이건 도서관 회담에는 마이크 갤러거 ‘미·중공 전략 경쟁 특별위원회’ 위원장, 라자 크리시나무티 미·중공 전략경쟁 특별위 민주당 수석 의원 등 19명이 참석했다.

영국 BBC는 이날 “대만이 사랑과 죽음 사이의 위험한 삼각관계의 한가운데 놓였다”며 “매카시 의장이 대만을 방문해 중국을 다시 자극하는 대신 이번 ‘환승지 외교’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매카시 의장과 차이 총통의 만남에 강하게 반발했다. 중국의 대만 주무기구인 중공중앙 대만판공실은 6일 새벽 규탄 성명을 내고 “중화아녀의 ‘독립’에 반대하고 통일을 촉구하는 강대한 역량 아래 뼈도 못 추릴 것(粉身碎骨·분신쇄골)”이라며 비난했다. 중국 외교부도 성명을 내고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이익 중의 핵심이자 중·미 관계에서 넘을 수 없는 레드라인”이라며 미국에 항의했다. “‘대만을 이용한 중국 통제’를 멈추고 잘못과 위험한 길에서 더 멀리 나아 가지 말라”고도 덧붙였다. 중국 국방부도 “중국 인민해방군은 시시각각 고도의 경계를 유지해 국가 주권과 영토 통일[完整·완정]을 굳게 수호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미국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매카시 의장 회담 직후 기자들을 만나 “대만 총통의 경유는 오랜 미국이 전통의 일부”라며 “중국은 이에 과잉반응할 이유가 없다”고 회담의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대만과 필리핀 사이 바시 해협을 통과해 서태평양에서 훈련 중인 중국 항모 산둥함. 사진=대만 국방부 트위터
대만과 필리핀 사이 바시 해협을 통과해 서태평양에서 훈련 중인 중국 항모 산둥함을 대만 함정이 관측하고 있다. 사진=대만 국방부 트위터


한편 대만 국방부는 6일 중국 항모 산둥(山東)함 편대가 대만 동부 서태평양 해역에서 첫 훈련을 전개하고 있다고 관측 사진과 함께 트위터에 공개했다. 국방부는 “외부 압력은 세계로 나아가는 우리의 결심을 막을 수 없다”며 “충돌을 고조시키지 않고, 분쟁의 실마리를 주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어떤 도전에도 대응할 능력과 결심, 믿음을 갖고 안보를 수호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별개로 전날 오전 6시부터 6일 오전 6시까지 대만군이 대만 주변 공역·해역에서 인민해방군 소속 군용기 1대와 군함 3척을 각각 포착했다고 타이완뉴스가 국방부 발표를 인용해 보도했다. 다만 지난해 펠로시 방문 때와 같은 ‘봉쇄 훈련’ 수준의 시위는 벌어지지 않았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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