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차이잉원, 반중 美의원 우르르 만났다…하푼미사일도 논의
미국을 경유한 중미 순방 여정을 마무리 중인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5일(현지시간) 미국 권력 서열 3위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과 공식 회동했다. 1979년 양국 단교 이후 미국에서 이뤄진 양측 최고위급 만남이다. 차이잉원 총통은 이 밖에도 이번 방미 기간에 미 입법부의 주요 인사들을 만나 중국 견제 방안을 논의하는 등 광폭 행보를 보였다.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에 따르면 차이 총통과 매카시 하원의장은 이날 LA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도서관에서 만나 대만에 미국의 무기를 보다 신속히 조달하는 방안 등을 논의했다. 지난해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이후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우선 지원하고 있어, 대만이 미국에서 구입하기로 한 무기를 제때 받지 못하고 있어서다.
주목할 점은 이날 회동에 매카시와 동석한 미국 하원의원 10여 명이 공화당과 민주당 가릴 것 없이 대부분 대(對)중 강경파였단 점이다. 마이크 갤러거 하원 미·중 전략경쟁 특위 위원장(공화당)을 비롯해 카를로스 기메네즈(공화당), 세스 몰턴(민주당) 등 하원 중국문제특위 소속 의원들이 다수 참석해 미 정치권의 초당적인 중국 견제 의지를 보여줬다.
마침 지난달 대만을 방문해 무기 조달과 관련한 대만의 우려를 잘 알고 있던 갤러거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하푼 미사일을 대만에 먼저 배치할 방법을 모색하고 싶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하푼 미사일은 중국 함정을 원거리에서 타격할 수 있어 대만에 특히 중요한 무기이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인도가 미뤄져 대만이 애를 태우고 있는 상황이다. 갤러거는 대만 방문 당시 "중국의 대만 침공을 막기 위해선 대만의 실질적 군사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차이 총통은 매카시 회동에 앞서 지난달 31일 뉴욕에서 상원 군사위원회 소속 상원의원들도 만난 것으로 파악됐다. 전날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를 만난 데 이은 일정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차이 총통은 댄 설리번(공화당), 조니 언스트(공화당), 마크 켈리(민주당) 등 상원의원 3명을 롯데 뉴욕 팰리스호텔에서 1시간여 만났다. 모두 퇴역 군인 출신인 이들 역시 중국에 강경한 입장으로, 차이 총통은 설리번과 언스트 의원과는 여러 차례 만난 바 있지만 켈리 의원과는 첫 만남이었다고 한다.
WSJ는 이 만남에서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3일 이내에 미 정부가 중국 공산당원과 금융기관 전반에 제재를 가하고, 미국 기업이 중국 공산당 계열 기업에 투자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또 미국 무기를 신속하게 조달할 수 있는 방안과 반도체 산업 협력 강화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다고 WSJ는 전했다.
미 언론들은 이번 순방이 중국의 압박 속에서 진행됐음에도 차이잉원 총통이 꽤 알찬 성과를 거뒀다고 분석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차이잉원의 미국 방문은 대만의 국제적 위상을 높였다"며 "미국 고위급 인사들과의 교류를 늘리려 한 대만의 노력이 '정점'에 이른 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NPR 방송은 린잉유 대만 담강대 전략연구소 교수를 인용해 "차이잉원의 이번 순방은 대만의 외교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순방 직전 온두라스가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를 맺는 등 '수모'를 겪었지만, 대만의 존재감을 충분히 보여줬단 설명이다.
차이 총통은 LA 일정을 끝으로 9박 10일에 걸친 순방 여정을 마무리 짓고 7일 대만으로 돌아간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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