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불출석 물의 권경애 "면목 없다"... 대한변협 징계 착수
[김종훈 기자]
▲ 2020년 9월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최인아책방에서 열린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기자간담회에서 공동 저자인 진중권 동양대 전 교수(왼쪽부터), 권경애 변호사, 서민 단국대 교수, 김경율 경제민주주의21 대표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
ⓒ 연합뉴스 |
대한변호사협회 관계자는 6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번 사안에 대해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협회장 직권으로 조사위원회 회부를 준비하고 있다. 유족들에게 깊은 위로를 표한다"라고 밝혔다.
'조국흑서'(<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공동저자인 권경애 변호사는 학교폭력 피해자 유족을 대리해놓고서 지난해 9월 22일, 10월 13일, 11월 10일 총 세 차례에 걸쳐 열린 항소심 재판에 모두 출석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유족이 청구한 항소심 소송이 지난해 11월 취하됐고, 1심에서 유족이 승소한 부분도 패소로 뒤집히게 됐다. 민사소송법에 따라 재판 양쪽 당사자가 3회 이상 출석하지 않거나, 출석하더라도 변론하지 않으면 소를 취하한 것으로 간주한다.
하지만 권 변호사는 유족에게 해당 사실을 5개월간 알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실은 권 변호사를 면담한 유족이 지난 5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알려지게 됐다.
학교폭력 피해자인 박주원양(사망 당시 16세)은 2015년 극단적 선택을 했다. 유족은 가해학생 부모와 서울시교육청, 학교법인 등 38명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손해배상 소송 대리는 권 변호사가 맡았다. 권 변호사는 지난해 2월 1심에서 가해 학생 중 1명의 부모를 상대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1심 판결 후 유족은 배상 책임이 인정되지 않은 이들에게도 책임을 묻겠다면서 지난해 5월 항소했다.
하지만 권 변호사의 불출석으로 결국 1심에서의 원고 일부 승소가 패소로 변경되고, 나머지 가해자에 대해선 항소가 취하됐다. 유족은 가해자를 포함한 피고 소송비용까지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 2020년 9월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최인아책방에서 열린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기자간담회에서 공동 저자인 진중권 동양대 전 교수(왼쪽부터), 권경애 변호사, 서민 단국대 교수, 김경율 경제민주주의21 대표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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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에서는 권경애 변호사의 재판 불출석 등 무책임한 행태에 대해 '상상하기 힘든 일'이라며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학폭 관련 사건을 여러 차례 맡아 진행한 법무법인 중심 소속 류재율 변호사는 6일 <오마이뉴스>에 "변호사로서 이런 업무처리는 상상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과실"이라면서 "이 정도로 몰랐다는 건 '사건이 진행된다'는 사실 자체를 아예 잊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류 변호사는 또 권 변호사에 대해 대한변협의 중징계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변호사법에는 징계의 종류와 관련해 제명과 정직 등이 명시돼 있다"며 "이 경우는 3년 이하의 정직 이상 징계가 나올 정도로 사안이 중대하다"라고 말했다.
변호사법 91조에는 ▲소속 지방변호사회나 대한변호사협회의 회칙을 위반한 경우 ▲직무의 내외를 막론하고 변호사로서의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한 경우 영구제명, 제명, 3년 이하의 정직, 3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견책 등의 징계를 받을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대한변호사협회 회칙에도 "변호사는 그 사명에 따라 성실하게 직무를 수행하고 직업윤리를 준수하여 품위를 보전하여야 한다"라는 규정이 있다.
교사 출신의 법률사무소 이유 소속 박은선 변호사도 <오마이뉴스>에 "권경애 변호사가 재판에 불출석해 소취하 간주가 된 것은 위법성이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며 "도의적 수준을 넘어 민형사상 책임까지 부담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 변호사는 재심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권 변호사에 대한 손해배상은 당연하고 변협의 징계 역시 마찬가지"라며 "담당 변호사의 업무상배임죄로 인해 판결에 영향이 있었음을 입증해 재심이 고려돼야 한다"라고 밝혔다.
박 변호사는 "재심을 위해서는 권 변호사에 대한 업무상배임 유죄 확정판결이 필요해 보인다"며 "현재 상황에서 미필적 고의는 인정될 가능성이 있어도 재산상 이익 등 입증이 쉽지 않지만, 재심을 위해 업무상배임죄 고소도 검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라고 말했다.
권경애 변호사는 현재 재판 불출석으로 인한 학폭 손해배상 소송 취하를 초래한 것에 대해 본인의 책임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그는 기자들의 전화를 받고 있지는 않지만 지인에게 "변명의 여지가 없는 사안"이라며 "면목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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