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PD가 출연 안 시키겠다고..." 성시경이 밝힌 방송계 비화
[이준목 기자]
▲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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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그것으로 세상의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남다른 인내와 뚝심, 용기가 필요하다. 세상이 정해놓은 기준과 편견을 뛰어넘어 자신만의 길을 개척한 사람들은 존중받을 자격이 있다.
4월 5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188회는 '선을 넘는 사람들' 특집으로 한복 디자이너 김영진, 외국인 기관사, 회계사 출신 경찰, 가수 겸 유튜버 성시경이 출연하여 자신들만의 인생철학을 전했다.
김영진 디자이너는 연극배우와 패션계 MD를 거쳐 34살이라는 다소 늦은 나이에 한복 디자이너의 세계에 뛰어든 이색적인 경력의 소유자였다. 김영진은 일적으로 어느 정도 성공했음에도 건강문제와 함께 "내가 정말 원하는 게 뭘까?"라는 고민을 하다가 오래전부터 관심이 있었던 한복의 세계에 눈을 돌리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김영진의 한복은 전통을 깨고 서양식 레이스와 체크 등을 결합시킨 새로운 해석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프랑스 레이스-이탈리아 코모 프린트 등 전 세계의 다양한 소재와 한복을 믹스 앤 매치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김영진은 "시대가 변했다. 그 세대의 한복만 생각하시는 분들은 내 한복을 전통이 아니라고 생각하시는데, 시대마다 한복도 변화했다. 패션은 항상 혁신이 필요하고 전통도 변한다"고 주장하며 "우리가 샤넬 자켓에 열광하듯, 사람들이 제 옷을 보고 한복을 열망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이어 김영진은 "훗날 또다른 디자이너가 나와서 또다른 한복을 만들지도 모르지만, 저는 '이 시대의 제 한복'을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계적인 스타들도 김영진의 한복에 반했다.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 <옥자>에 출연한 틸다 스윈튼도 김영진 디자이너가 만든 한복을 입고 이태원 거리를 걷고 화보촬영을 하여 화제가 된 바 있다. <보그> 촬영 당시 다른 옷을 입고 여벌로 준비한 한복인데 한복이 너무 멋있다며 연락해 구매해 갔다고.
김영진은 유명인이라도 할인이나 협찬을 가급적 주지 않고 정가 구매를 고수한다는 철칙을 밝히며 "소리꾼이나 일반인처럼 한복을 입고 싶어서 돈을 차곡차곡 모아오시는 분들이 있다. 그분들을 위해서라도 특혜를 주지 않으려 한다"고 설명했다. BTS, 정호연, 김태리 등도 김영진의 한복을 입은 유명인들이다.
김영진은 한복으로 인정받았다고 느낀 대표적인 순간으로 영국 런던의 세계적인 미술관인 '빅토리아 앤 알버트 뮤지움'에 자신의 작품이 전시된 것을 꼽았다. 디자인-문화적으로 시대를 대표한다는 상징성을 인정 받아야만 전시가 가능하다고. 김영진은 그 시대의 한복을 가장 잘 표현하는 디자이너로 인정받았다는 데 자부심을 드러냈다.
김영진은 한복을 만들며 뿌듯한 순간으로 아기의 배냇저고리에서부터 임종을 앞둔 노인들의 수의까지 "한복을 통하여 한 사람 인생의 시작과 끝을 함께한다는 것이 감동스럽다. 한복이 매력적인 건 탄생부터 죽음까지 함께 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고백하며 보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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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의 외국인 기관사인 안드레스 알비올(아르헨티나) 김포골드라인 기관사가 출연했다. 2010년 펌프와 K팝에 빠진 것이 인연이 되어 관광으로 찾았던 한국에 정착하게 됐다는 안드레스는, 이제 한국인보다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더 능숙한 모습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안드레스는 아르헨티나에서 대학을 다니던 중 현지 열차기관사가 됐지만, 직장에 정을 붙이지 못 하고 퇴사했다. 한국에 온 후 서울대에 편입해 조선공학과를 졸업한 뒤 2014년 국내 대형 조선업체에 취업했지만, 꿈을 포기할 수 없어 5년 만에 퇴사하고 다시 열차기관사에 도전했다.
법적으로 제약 규정은 없지만 이전까지 외국인 기관사가 한 번도 없었던지라 관계기관에서는 처음엔 안드레스의 지원에 난색을 표시했다. 기관사가 되는 과정은 내국인들도 혀를 내두를 만큼 어렵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입교 시험에서부터 6개월간의 기초교육을 거쳐 필기-기능시험 통과, 면허 발급, 회사 입사 시험까지 험난한 과정을 통과하는 것은 외국인에게는 몇 배로 더 힘든 과정이었다.
하지만 안드레스는 이 모든 과정을 극복하고 국내 철도인 면허에 최초로 이름을 새긴 외국인이 됐다. 안드레스는 "한국인이 받는 모든 과정을 똑같이 거쳤다. 그 과정이 바로 나의 경쟁력"이라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안드레스는 기관사로 근무하면서 난처한 상황으로는 '민원'을 꼽으며 "모든 노선 공통으로 춥다, 덥다는 민원이 꼭 동시에 들어온다"고 밝혔다. 안드레스는 "무전을 옆의 사람들도 듣고 있기에 민원이 들어오면 모른 척할 수가 없다. 뭘 하는 척하고 조치했습니라고 둘러댄다"는 노하우를 털어놓아 폭소를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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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사 출신인 이진아 경제범죄수사대 범죄수익추적팀 수사관이 다음 자기님으로 출연했다. 경찰은 2018년 다양한 분야의 범죄에 대응할 수 있는 전문가들을 모아 전담팀를 신설했다. 이진아 수사관도 특채 제도를 통하여 전국에 단 3명에 밖에 없는 회계사 출신 경찰이 됐다.
이진아 수사관은 연봉이 3분의 1로 줄어드는 것을 감수하면서 경찰 이직을 결심한 이유로 이전 회사에서 횡령 규모를 파악하던 작업 중 "돈의 흐름을 파악하는 게 너무 재미있더라"던 일화를 밝혔다. 이런 일만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이진아 수사관은 자신의 적성에 맞는 경찰을 선택하게 된 것.
그녀가 일하는 범죄추적수익팀은 혐의가 입증된 범죄수익금을 추적하고 회계자료를 조사하거나 관련 장부를 압수수색하는 업무 등을 담당한다. 이진아씨는 기업 내 횡령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이유에 대하여 "한 회사나 팀에 오래 있으면 그 시스템의 허점이 보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하며 "책임자에게 알림이 가게하는 것처럼, 기본적인 통제 시스템만 갖춰도 예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진아씨는 맡았던 사건 중 가장 규모가 컸던 범죄로 불법도박 사건을 꼽았다. 회원 2000명이 판돈으로 입금한 금액만 900억 원에 달했다고. 가장 피해자가 많았던 사건은 다단계 사기로, 원금보장-고수익을 내세워 현혹된 피해자가 무려 26만 명에 달하기도 했다.
최근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사기수법는 SNS와 온라인을 이용한 고수익 재테크 알바 광고다. 또 가상화폐나 첨단기술을 미끼로 접근하는 신종사기도 범람하고 있다. 이진아씨는 "사기꾼이라는 직업은 고대부터 있었다. 그게 장판이냐 코인이냐 아이템만 바뀔뿐, 수법은 다 비슷하다"면서 인간과 범죄의 속성을 꼬집었다.
이진아씨는 회계사로 일할 때보다 경찰 일에 만족한다며 "범죄인들의 재산을 추적해오면 그 보람이 돈으로 비교할 수 없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경찰에서 제 롤(역할)을 구축해나간다는 개척자의 정신이 있다. 마지막 하나까지 피해자들에게 돌려주기 위해서 끝까지 추적한다"며 사명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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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고막남친'인 가수 성시경이 마지막 자기님으로 출연했다. 성시경은 등장하자마자 "여기는 훌륭한 분들만 나오시는 곳 아니냐"며 자신이 섭외된 데 의구심을 드러냈다. 유재석은 "성시경이 오면 다 좋은데 피곤하다. 여러 가지를 설명해야 해서, 늘 의문점을 제시한다"고 폭로했다. 성시경은 굴하지 않고 "제 묘비명에도 물음표를 쓸 거다. 궁금하니까"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성시경은 최근 가수 본업을 넘어서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요리-맛집 소개-반려견 성장기-일본어 강의 등 다양한 분야를 다루며 1년 만에 약 125만 구독자를 보유한 파워 크리에이터의 신흥 강자로 떠올랐다. 소탈한 식성과 현실적인 먹방, 차분하고 세심한 화술은 많은 시청자들의 호평과 공감대를 자아내고 있다.
성시경은 "제가 사실 남자팬이 좋아하는 가수는 아니었다. 오히려 가장 싫어하는 가수 중 한 명이었다. 내 여친이 좋아하니까"라고 고백하며 "상대가 정해인이나 박보검이면 그냥 포기한다. 근데 성시경이 좋다고 하면 절대 인정하지 못 한다. 재수없어 한다"고 셀프 팩폭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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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시경은 소신과 철학이 뚜렷한 성격 때문에 연예계에 적응하는 게 쉽지 않았던 젊은 시절을 회상했다. "예전에는 가수와 연예인이라는 일을 별개로 생각했다. 가수가 되고 싶었지만 연예인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는 성시경은, 데뷔 초기에 예능을 유독 어려워했고 방송에 출연해도 심드렁해보이는 표정 때문에 건방지거나 무성의하다는 오해도 자주 받았다.
당시 화제를 모았던 연애예능인 <강호동의 천생연분>에서 내내 특유의 어색하고 시큰둥한 표정과 달리 승부욕을 발휘하여 비(정지훈)와 여자출연자+쌀포대 들어올리기 대결을 펼쳐 무승부를 일궈낸 에피소드는 전설로 회자된다.
심지어 성시경은 가요순위 프로그램에서 1위를 했을 때도 울지 않았다고 밝히며 "시상 프로그램이 싫었다. 당시는 예능을 안 하면 음악프로그램에 못 나갔다. 음악프로듀서가 저를 출연 안 시키겠다고도 했다"던 일화를 언급했다. 이어 성시경은 "거기서 1위를 했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저는 오히려 첫 콘서트할 때 울었다"고 고백하며 스스로 논리적으로 납득이 되어야만 받아들이는 성향임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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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시경은 "신인 가수는 왜 음향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면 안 되지? 왜 방송에서 립싱크를 해야 하지?"라고 자신이 젊은 시절 겪었던 의문점을 토로하며 "저는 립싱크를 연습해본 적이 없고 그냥 노래하고 싶었다. 그럴 때 저는 '못하겠는데요'라고 이야기하는 성격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수가 되어 노래할 수 있다는건 가장 큰 행복이니까, 충분히 감당할 수 있었고 큰 문제는 없었다"며 담담하게 지나온 시간들을 돌아봤다.
젊은 시절 달콤한 발라드 황태자였던 성시경은 이제 좀더 친근하고 편안한 발라드 아저씨로 진화했다. 성시경의 댄스 퍼포먼스 영상은 지금도 유튜브에서 끊임없이 레전드 짤로 소환되며 '모다 시경'이라는 희대의 별명을 만들어냈다. 콘서트에 여장을 하고 걸그룹 댄스에 도전하기도 한다.
성시경은 "공연장에서는 뭐든 한다. 돈 내고 와주신 분들인데 노래도 하고 춤도 추고 웃기고 다 해야 한다. 관객들이 즐거워하신다면 BTS든 여자 아이돌이든 다 한다"는 자신만의 철학을 밝혔다.
성시경은 "누군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한 가지 하려면 싫어하는 일을 아홉 가지 해야 한다고 하더라. 그말에 공감했다. 모든 걸 다 할 수 있다는 사치는 어릴 때나 가능하다"라고 이야기하며 "내가 좋아하는 가수를 하려면 내가 좋아하는 몇 개를 포기해야 되는구나라는 것을 요즘 많이 느낀다"며 자신이 터득한 인생의 교훈을 떠올렸다.
그럼에도 성시경은 "콘서트 때는 하나도 떨리지 않는다. 너무 행복해서. 나를 보러와준 관객들을 위해 무대에 서는 가수의 기분은 야구로 치면 홈런을 치는 순간과 같다"고 애정을 드러내며 "그만큼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직업이란 건 되게 특별한 거다. 할 수 있는 한 계속하고 싶다. 제게는 히트곡을 내는 게 팬들에게 보답하는 것"이라는 바람을 드러냈다.
40대의 성시경은 젊은날의 꼿꼿함은 조금 줄었지만 대신 더 유연하고 여유로워졌다. 팬들이 즐거워할 만한 일이라면 도전과 망가짐을 두려워하지 않는 성숙한 아티스트로 진화한 모습이야말로 그가 다시 재조명되고 과거보다 더 폭넓은 사랑을 얻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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