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도, 김기현도 간 울산 남구... 민주당 승리 배경은?
[박석철 기자]
▲ 최덕종 더불어민주당 4.5 울산남구의원 재보궐선거 후보가 선거기간 남구 수암시장에서 주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개표 결과 최덕종 후보가 국민의힘 신상현 후보에게 승리했다.중앙에서 박주민 민주당 의원도 지원유세에 합류했다. |
ⓒ 민주당 울산시당 |
<2022년 선거 울산 남구 지역 현황>
2022년 3월 9일 대통령선거 : 윤석열(국힘) 58.43% - 이재명(민주) 37.46%
2022년 6월 1일 울산광시장 선거 : 김두겸(국힘) 63.70% - 송철호(민주) 36.29%
2022년 6월 1일 울산남구청장 선거 : 서동욱(국힘) 66.16% - 이미영(민주) 33.83%
2022년 6월 1일 울산남구의원 선거(나선거구) : 김부열(국힘) 33.96% - 이지현(국힘) 29.21% - 최덕종(민주) 26.75% - 김우성(민주) 10.07%
2023년 4월 5일 울산남구의원 보궐선거(나선거구) : 최덕종(민주) 50.60% - 신상현(국힘) 49.39%)
보수 성향이 우세한 울산 남구에서 '이변'이라고 평가할 만한 선거결과가 나왔다. 지난 5일 치러진 울산 남구의원(나선거구) 보궐선거에서 최덕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50.60%(6450표)의 득표율을 기록해 신상현 국민의힘 후보(49.39%, 6297표)를 1.21%p 차이로 따돌리고 당선했다. 비록 투표율이 33.8%로 낮았다는 한계는 있지만, 민주당의 승리로 민심의 변화가 감지된다는 평가도 뒤따른다.
게다가 울산 남구를 지역구로 둔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가 신상현 후보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가 최덕종 후보를 지원유세하면서 여야 대리전의 양상도 보여 선거 결과에 관심이 컸다.
국민의힘에 손 들어줬던 울산 남구
울산 남구 옥동은 한때 울산 지역 학부모들이 손꼽는 주거지였다. 울산의 '대치동'으로 불릴만큼 학원들이 대거 모여 있는 데다가 법원과 검찰청이 자리잡고 있어 교육열이 높고 주거환경이 좋은 곳으로 평가된다. 또한 보수성향을 보이는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지난 대선 때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울산 남구에서 58.43%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당시 윤석열 후보의 울산 평균 득표율은 54.41%였다. 반면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는 이 선거구에서 37.46%의 득표율을 보였다. 이 후보의 울산 평균 득표율이 40.79%인 점을 감안했을 때 이 지역의 보수 성향이 강하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지방선거 때도 울산 남구의 선택은 국민의힘이었다. 울산광역시장, 남구청장, 남구의원 2명 모두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했다.
그러나 1년 여가 흐른 2023년 4월 5일 남구의원 보궐선거 결과는 달랐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3위를 기록해 낙선한 최덕종 후보는 50.60%의 득표율을 보여 당선했다.
개표 결과, 153표의 근소한 차이로 승부가 갈리자 국민의힘의 요구로 재검표가 진행되기도 했다. 재검표가 승부를 뒤엎진 않아 최덕종 후보의 당선이 확정됐다. 기초의회 선거는 대통령선거, 광역지자체장선거와 같지 않지만 보수 우세 지역에서 민주당 당선인이 나온 것이라 의미를 두기 충분하다는 평가다. 1년 사이 울산 남구, 옥동·신정4동 지역엔 어떤 변화가 있었던 걸까?
▲ 2023년 3월 24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울산시 남구 수암시장 앞에서 울산 남구 나 기초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최덕종 후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이번 선거기간 아내와 함께 옥동과 신정4동 구석구석을 돌며 최덕종 후보 지지를 호소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대선과 지방선거 때와 확연히 달라진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난해엔 인사를 하면 손으로 엑스(X)자를 그리거나 애써 외면하는 유권자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오히려 손뼉을 쳐주시고 인사를 받아주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울산 남구를 지역구로 둔 손종학 민주당 남구갑위원장의 말이다. 그는 "지역 민심이 바뀌고 있는 것을 몸소 체험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손 위원장은 "지난해엔 이재명 후보에게 욕을 하던 사람이 있었는데, 최근에 그런 사례는 보지 못했다"면서 "오히려 '이재명 대표 압수수색이 기네스북감이네'라고 말하는 등 분위기가 크게 바뀌는 것을 보고 듣는다"고 말했다.
이는 손 위원장만의 평가는 아니다. 선거를 치른 민주당 울산시당 쪽 사람들의 이야기도 비슷했다.
윤덕권 전 시의원은 "지난해 선거운동을 다녀보면 묻지마식으로 민주당 욕을 하던 사람들이 많았는데 요새는 타깃이 정부와 여당 쪽으로 흘러간 거 같다"고 말했다. 윤 전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한일 굴욕외교,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임박 소식 등이 알려지고, 여당이 민생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모습 때문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최덕종 당선인도 선거 과정에서 이 점을 공략했다. 최 당선인은 기자회견 등을 통해 "윤석열 정권의 일방적 독주를 막기 위해선 주민 여러분의 한 표가 필요하다"면서 지지를 호소했다.
▲ 2023년 3월 31일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울산시 남구 옥동에서 울산 남구 나 기초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신상현 후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반면 국민의힘 쪽에서는 '전략 부족' '후보자 인지도 문제' 등을 거론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한 남구의원 보궐선거가 울산시교육감선거와 함께 치러지면서 상대적으로 인기가 높았던 고 노옥희 교육감 배우자 천창수 후보의 영향 때문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최신성 울산 남구의원(국민의힘)은 "김기현 당대표를 비롯해 국회의원, 시의원, 구의원들이 대거 선거를 지원했지만 아쉽게 패했다"며 "지난해에 비해 지역 분위기가 바뀌었다기보다는 우리 측 전략이 다소 미흡했기 때문으로 본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밖의 국민의힘 쪽 의견을 종합해보면, 교육감선거와 함께 치러진 보궐선거라는 변수가 있었고 후보자의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아 주민들에게 어필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그렇지만 '내년 총선에서 보수 우위의 지역 분위기가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함께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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