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 가진 것으론 경쟁 안돼”…70년 떠받친 SK 철학, 이 책에 담겼다
“도전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한다.”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이 1970년대 초 오일쇼크 위기를 겪으면서 ‘석유에서 섬유까지’ 수직 계열화를 제시하면서 구성원들에게 외친 말이다. 최 선대회장의 이 같은 선구안은 SK가 현재 ‘BBC(바이오‧배터리‧반도체) 사업’을 성장 동력으로 삼는 원천이 됐다.
6일 SK그룹이 창립 70주년을 맞아 고(故) 최종건 창업회장과 최종현 선대회장 형제의 어록집 『패기로 묻고 지성으로 답하다』을 펴냈다. 선경직물(현 SK네트웍스)을 세워 저돌적인 추진력을 보여준 형과 경제학 이론으로 무장한 지략가 동생의 ‘쌍두마차 경영’을 되돌아보는 내용이다.
최종건 ‘추진력’ + 최종현 ‘지략’
최종건 창업회장은 28세 때 1953년 한국전쟁 뒤 잿더미를 헤쳐 흩어졌던 부품들로 직기 15대를 재조립해 지금 SK그룹의 밑거름이 된 선경직물을 세웠다.
그는 “남이 가진 것으론 경쟁이 안된다”며 1955년 빨아도 안감이 줄지 않는 ‘닭표’ 안감을 개발해 국내 시장을 석권했다. 닭표 안감은 ‘선경’의 알파벳 머릿글자이자, ‘서울코리아’의 약자라는 뜻에서 ‘SK’가 새겨진 다이아몬드마크를 붙이고 해외에서 명성을 얻었다. 최 회장은 투병 중에도 선경석유를 세우는 집념을 보였지만 1973년 11월 47세의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
최종현 선대회장은 1980년 대한석유공사(유공·현 SK이노베이션)를 인수하면서 선경을 에너지 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유공 인수 후 한 직원이 다음 신규 사업을 묻자 최 회장은 “반도체와 이동통신”이라고 답할 정도로 미래 사업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그는 1994년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을 인수했고, 당시 비싼 값에 샀다는 여론이 일자 “우리는 회사가 아닌 미래를 샀다”며 산업 변화에 대한 통찰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돈을 죽여도 사람을 죽여선 안 된다’는 최 회장은 사람 중심의 철학으로 1970년대 서양의 합리적 경영 이론과 동양의 인간 중심 사상을 결합해 SK그룹 고유의 경영관리체계 SKMS(SK Management System)를 정립했다. 특히 “유(You)가 알아서 해”라는 어록처럼 자율성에 기반한 과감한 위임을 실천했다. “기업의 힘은 사람으로부터 나온다”고 믿었기에 국내 최초의 기업 연수원인 선경연수원 개원(1975년), 회장 결재란과 출퇴근 카드 폐지, 해외 경영대학원(MBA) 프로그램도 도입했다.
최태원 “‘패기와 지성’은 SK만의 DNA"
최 선대회장의 아들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발간사를 통해 “끊임없는 위기 속에서도 도전과 혁신을 거듭하며 오늘에 이르렀다”며 “앞으로도 ‘패기와 지성’이라는 SK만이 DNA를 되새기는 기업이 될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SK는 10개월에 걸쳐 최종건·종현 회장의 발간물·사사·업무 노트 등 기록물 약 1만5000장을 분석, 대표 어록 250개를 선별했다. 창업부터 선대회장 시기 1500여 장의 사진 자료를 디지털로 복원해 대표 이미지 170장도 책에 담았다. 오는 7일엔 경기도 이천 SKMS연구소에서 주요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로 그룹 창립 70주년 기념식을 열 예정이다.
김수민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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