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70돌’ 선대회장 어록으로 보는 SK그룹 발전사

김혜원 2023. 4. 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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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부러진 것은 펴고 끊어진 것은 잇는다." 최종건 SK그룹 창업회장은 1953년 전쟁으로 잿더미로 변한 공장에서 손수 부품을 주워 재조립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SK그룹은 오는 8일 창립 70주년을 앞두고 최 창업회장과 최종현 선대회장 형제의 어록집 '패기로 묻고 지성으로 답하다'를 6일 발간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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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창립 70주년 맞아 창업회장·선대회장 어록집 발간
약 250개 대표 어록을 일화와 함께 다뤄… 1만 5000장에 달하는 기록물에서 발췌
1967년 아세테이트 공장 기공식에서 최종건 창업회장(왼쪽에서 다섯번째)과 최종현 선대회장(왼쪽에서 여섯번째)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SK그룹 제공

“구부러진 것은 펴고 끊어진 것은 잇는다.” 최종건 SK그룹 창업회장은 1953년 전쟁으로 잿더미로 변한 공장에서 손수 부품을 주워 재조립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SK그룹이 글로벌 ‘BBC(바이오·배터리·반도체) 기업’으로 성장하는 70년 역사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SK그룹은 오는 8일 창립 70주년을 앞두고 최 창업회장과 최종현 선대회장 형제의 어록집 ‘패기로 묻고 지성으로 답하다’를 6일 발간했다고 밝혔다.

이 책은 약 250개의 어록을 일화와 함께 다루면서 국가 경쟁력 강화를 고민했던 두 회장의 유지가 SK그룹에 계승한 과정을 조명한다.

1969년 폴리에스터 원사 공장 준공식에서 최종건 창업회장(오른쪽 세번째)과 최종현 선대회장(오른쪽 두번째)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SK그룹 제공

최 창업회장은 1953년 버려진 직기를 재조립해 선경직물을 창립했다. 그는 이후 우리나라를 가난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메이드 인 코리아’를 새긴 인견 직물을 최초로 수출했다. “회사 발전이 곧 나라의 발전”이라며 자신 세대의 노력이 후대를 풍요롭게 한다는 확고한 철학을 입버릇처럼 말하면서도 “우리의 슬기와 용기로써 뚫지 못하는 난관은 없다”며 맨바닥에서 '한강의 기적'을 이룬 임직원을 격려하는 최 창업회장의 모습이 어록집에 그려진다.

그는 발전만이 미덕이었던 시대에 “돈으로 사람을 살 수 없다. 마음을 주고 사야 한다”며 인간의 가치와 구성원 복지에도 관심을 기울였다고 SK그룹은 전했다.

창업회장인 형의 유지를 이어받은 최 선대회장은 미국에서 수학한 지식을 기반으로 1970년대 서양의 합리적 경영 이론과 동양의 인간 중심 사상을 결합해 SK그룹 고유의 경영관리체계 SKMS(SK Management System)를 정립했다.

폐암 수술을 받은 최종현 선대회장(가운데)이 IMF 구제금융 직전인 1997년 9월, 산소 호흡기를 꽂은 채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 참석해 경제위기 극복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SK그룹 제공

최 선대회장은 “첫째도 인간, 둘째도 인간, 셋째도 인간”, “You가 알아서 해”라는 어록처럼 자율성에 기반한 과감한 위임을 실천했다.

국내 최초의 기업연수원인 선경연수원을 1975년 개원했고 회장 결재란과 출퇴근 카드 폐지, 해외 MBA 프로그램 도입 등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행보로 SK그룹만의 기업문화를 만드는 데 애썼다.

1994년 한국이동통신(SK텔레콤) 인수 시 비싼 값에 샀다는 여론이 일자 “우리는 회사가 아닌 미래를 샀다”며 뚝심과 통찰력을 보이기도 했다.

두 회장의 경영철학은 최태원 현 회장에게 이어졌다. 최 회장은 2021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에 추대됐을 때 “국가 경제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2030 부산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지원과 글로벌 경제협력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최 회장은 발간사를 통해 “창업회장과 선대회장의 삶과 철학은 단지 기업의 발전에 머무르지 않았고 국가와 사회의 발전을 향해 있었다”며 “선대의 도전과 위기 극복 정신이 앞으로 SK 70년 도약과 미래 디자인의 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어록집은 비매품이며 대학·국공립도서관과 SK 홈페이지에서 열람할 수 있다.

김혜원 기자 ki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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