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1호 선고'는 대표 집행유예…책임 처벌 잣대 되나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회사 대표에게 6일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회사 대표에게 중대재해법을 적용해 1심 결과가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형사4단독 김동원 판사는 이날 오전 10시 중대재해법 위반(산업재해 치사) 혐의로 기소된 온유파트너스에 벌금 3000만원을, 회사 대표에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공사현장 안전관리자에게 벌금 5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또 온유파트너스 하청업체인 아이코닉에이씨 법인에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0만원,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원·하청 현장소장 두 명에게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지난해 5월 이 회사가 진행하던 고양시의 한 요양병원을 증축 공사현장에서 하청업체 노동자가 추락사고를 당했다. 이 회사 대표 등은 안전보건 관리 체계 구축·이행 의무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점이 드러나 기소됐다. 검찰은 지난 2월 법인에 벌금 1억 5000만원, 회사 대표에 징역 2년, 현장소장에 징역 8월, 안전관리책임자에 금고 8월을 각각 구형했다.
“업무상 의무 중 일부만 이행했더라면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 가능성”
김 판사는 “회사가 안전대 부착, 작업계획서 작성 등 안전보건 규칙상 조치를 하지 않아 근로자가 추락해 사망했다”며 “피고인들이 업무상 의무 중 일부만 이행했더라면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 판사는 이어 “다만 건설노동자 사이에서 만연한 안전 난간 임의적 철거 등의 관행도 사망사고의 원인이 됐을 수 있다”며 “이 책임을 모두 피고인에게만 돌리는 것은 가혹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또 유족에게 진정 어린 사과와 함께 위로금을 지불하고, 유족이 처벌을 원치 않는 점 등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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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기존 산업안전법 위반 선고 형량과 큰 차이 보이지 않아”
법원의 판결에 대해 피고인 측은 “법원 판단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피고인들이 혐의를 대부분 인정했고, 유족 측과 합의했기 때문에 항소 여부에 대해 천천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시민단체에서는 실망스럽다는 반응이다. 중대재해넷 공동대표인 권영국 변호사는 “중대재해법이 만들어진 것은 원청 대표이사에게 엄중한 책임을 묻기 위한 것인데, 기존의 산업안전법 위반 선고와 형량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은 중대재해 발생에 따른 회사 대표 등에 대한 처벌 요건과 수위를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 검찰은 중대재해법상 경영책임자의 범위를 그룹 회장에게까지 확장하는 추세다.
의정부지검 형사4부는 지난달 31일 중대재해법 1호 사고였던 양주시 채석장 붕괴사고와 관련해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을 불구속기소 했다. 정 회장은 지난해 1월 29일 중대산업재해를 대비한 매뉴얼 마련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근로자 3명을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다. 검찰은 정 회장이 안전보건업무에 대해 구체적으로 보고받으며 실질적이고 최종적 결정권을 행사한 점 등을 고려해 ‘경영책임자’ 범위에 포함됐다·
지난해 1월 27일 시행에 들어간 중대재해법은 상시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사고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경영책임자를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지금까지 중대재해법 위반으로 14건이 재판에 넘겨졌다.
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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