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상골 골절 : 치료가 늦으면 불유합의 확률이 높아진다 [곽상호의 손·손목 이야기]

헬스조선 편집팀 2023. 4. 6.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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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는 8개의 손목뼈가 있다. 엄지손가락 바로 밑에 있는 대다각골(Trapezium)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소다각골(Trapezoid), 유두골(Capitate), 유구골(Hamate), 두상골(Pisiform), 삼각골 (Triquetrum), 월상골(Lunate), 주상골(Scaphoid), 모양에 따라 서로 다른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이 중 주상골(舟狀骨; Scahpoid)은 boat라는 어원에서 유래한, 타고 다니는 배 모양의 뼈라는 뜻인데 이 주상골의 골절은 상당히 많은 문제를 일으킨다. 

주상골은 다른 7개의 손목뼈보다 더 빈번하게 골절이 되는 데다가 처음 진료에서 간단한 X-ray만으로는 진단이 쉽지 않은 경우가 있고 초기 증상이 크지 않아서 병원을 방문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게다가 방치했을 경우 다른 뼈는 모양이 어긋나서라도 유합은 되는 편인데(부정 유합) 주상골은 관절 내부에 위치하고 혈관이 적게 분포하기 때문에 잘 붙지 않는(불유합) 경향이 높은 뼈이다. 또한 주상골의 불유합이 일어나면 15~20년 정도 뒤에 손목 퇴행성관절염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은 관절 내부 골절이다. 

이처럼 주상골은 초기 진단이 안 되는 경우도 있고, 불유합도 잘 생기고, 관절염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보니 각종 연구나 매체에서도 자주 언급되고 있다. 국내외 수부외과학회에서는 주상골의 골절 치료뿐 아니라 불유합 혹은 관절염이 생겼을 때에 대한 치료까지 다양하게 논의되고 있다.

주상골 골절로 내원한 대부분의 환자는 땅을 짚고 넘어진 이후 가벼운 염좌 정도 증상으로 생각하며 방문하게 된다. 손목의 부기(종창)와 불편감을 동반하기 때문에 병원을 방문하여 X-ray를 시행하게 되는데, 세심하게 해당 부위를 진찰하고 X-ray를 최소 세 각도 이상 시행해서 주상골이 가장 잘 보이는 영상에서 골절이 있는지 여부를 파악해 봐야 한다. 

하지만 주상골은 정면에서는 45도 정도 손바닥 쪽으로 기울어져 있고 측면에서는 다른 손목뼈와 겹쳐 보이기 때문에 여러 각도에서 찍는 X-ray에서 골절이 보이지 않는다고 골절이 없다고 확신할 수는 없다. 따라서 주상골을 눌렀을 때 뼈의 통증(압통)이 있고 손목의 부기가 심하여 해당 골절이 여전히 의심된다면 손목의 CT, 뼈 스캔, 혹은 필요하다면 MRI까지 시행하여 주상골 골절 여부를 확인하기도 한다. 

때로 추가 영상 검사가 어려울 경우에는 골절을 의심하면서 반깁스 혹은 보조기를 착용한 채로 1~2주 간격으로 X-ray를 검사하며 증상이 호전될 때까지 골절선이 보이지 않는지 확인하여야 하고, 그 이전에 골절선이 나타난다면 골절에 대한 치료를 시작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주상골 골절선 사이의 간격이 1mm 이하의 비전위〮소량의 전위된 골절이 있다면 석고붕대(통깁스) 고정을 시행하여 치료를 시작하게 된다. 비록 골절선 사이의 거리가 1mm 이하라도 3개월 이후에도 골절이 치유되지 않거나 골절선이 보다 뚜렷해지는 양상이 관찰된다면 주상골 골절을 단단히 고정할 수 있는 무두 나사못을 이용한 수술을 시행하게 된다. 

또한 골절선 사이의 간격이 1mm 를 넘어가거나 골절이 어긋난 채로 유지되고 있다면 수술을 시행해야 한다. 최근에는 1mm 이하의 전위라 하더라도 긴 고정 기간에 따른 합병증을 줄이고자 수술을 조기에 시행하고 간단한 보조기를 착용한 채로 일상생활에 복귀하는 환자들도 많아지고 있다.

만약 주상골의 불유합이 발생했다면 자기 뼈의 일부를 채취하여 불유합 부위에 채워 넣고 고정하는 방법을 통해 치료할 수 있다. 

하지만 불유합이 생긴 기간이 길거나 불유합이 비교적 근위부인 경우에는 유합 성공률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두 번 이상 수술을 하고도 주상골이 유합 되지 않는 경우도 간혹 발생한다. 이 경우에는 주상골 일부를 제거하면서 나머지 뼈를 고정하는 방법을 사용하거나 아니면 주상골을 포함한 근위부 수근골을 모두 제거하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불유합이 오래되면 주상골이 관절 내부에서 심하게 움직이면서 관절염이 발생하게 되는데, 관절염이 심할 경우에는 관절염이 발생한 부위를 포함하여 주상골을 제거하고 나머지 뼈를 유합 하는 방법을 사용하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은 관절 운동 범위가 감소하거나 손의 악력이 감소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결국 주상골 골절은 얼마나 빨리 해당 골절을 진단하고 고정 치료 혹은 수술을 바로 시행하여 불유합이 발생하기 전에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넘어진 이후 손목의 통증이 발생한다면 병원을 방문하여 X-ray를 시행하는 것을 추천하고, 일차적으로 골절이 아니라고 진단받았더라도 증상이 지속된다면 다시 추가 영상 검사를 시행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또한 진단이 늦어 불유합으로 진행하였더라도 되도록 빠른 시간 안에 수술을 하여 유합을 시도하는 것이 수술의 실패율을 줄이고 향후 발생할 관절염, 그리고 이차적인 수술의 가능성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기고자: SNU서울병원 곽상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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