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만난 사람]“우울한 마음도 습관…3주면 '긍정 습관' 가질 수 있어”

서믿음 2023. 4. 6. 14:4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모든 답은 내 안에 있다. 치유자는 내 자신이다. 인생에서 의미만 잘 찾아도 살 이유가 생긴다.”

어릴 적부터 지독한 마음의 아픔에 시달렸던 박상미(46) 심리상담사가 유난히 출렁였던 삶을 통해 얻어낸 교훈이다. 유독 아버지를 의지했던 다섯 살배기 소녀에게 아버지의 암투병으로 가족과 흩어졌던 6개월의 기억은 성인이 돼서까지 분리불안과 우울감으로 자리했다. 병원에서 받은 약도 효과가 없었다. 삶이 너무 힘겨워 20대의 어느 날에는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다시 살기로 결심한 건 나치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빅터 프랭클의 ‘로고테라피’를 접하면서다. 박사과정의 길을 앞두고 ‘과연 문학이 나를 살리고 있는가’라는 근원적 질문을 자신에게 던졌다가, 답을 찾지 못해 심리학을 방향을 틀었다. 당시 서른여섯. 그길로 독일로 날아갔는데, 그곳에서 빅터 프랭클의 심리학을 접하고 ‘삶의 의미’를 발견했다. 은사의 따스한 말은 온갖 노력에도 벗어날 수 없었던 우울의 늪에서 그를 건져 올렸다. “너는 정말 자신을 사랑하는구나. 정말 많은 노력을 해왔구나. 너처럼 어려움을 겪어 본 치료자가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단다. 너의 미래가 무척 기대되는구나.”

우울감을 걷어낸 세상에 다시 태어난 그는 이 경험을 자신만 독점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우선 주변부터 정돈했다. 만나는 이들에게서 우울을 걷어내고 그 자리에 의미와 삶의 이유, 행복을 채워 넣었다. 독일에서 만난 한인들이 시작점이었는데, 알고 보니 그들 상당수는 한국에서 건너온 고아였다. 그때부터 그들의 뿌리 찾기를 돕기 시작했고, 부모 다수가 미혼모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부터는 미혼모에도 관심을 쏟았다. 그런 관심의 확장은 아이 아빠를 찾는 과정에서 교도소에까지 이르렀다. 불안정한 존재로 자녀에게 고통스런 삶을 대물림하는 악순환을 끊어야겠다는 생각에 재소자 상담을 시작했다. 청취율 100%인 교도소 내 ‘보라미 방송’에서 고민상담 코너를 운영하는데 ‘살찐 이영애’란 애칭을 얻을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출소 후 찾아오는 이들 때문에 수없이 이사를 해야 했던 고충도 적지 않았지만 9년째 교육을 이어오고 있다. 재소자 자녀 상당수가 보육원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부터는 그들과도 연을 맺고 있다. 특히 보육원에서 ‘보호종료’로 사회로 나온 이들의 홀로서기를 돕고 있다. 삶을 지탱하는데 무엇보다 중요한 건강한 마음을 심어주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우울한 마음도 습관입니다.” 그가 내담자와 마주할 때마다 전하는 충고다. 마음 습관을 다잡아야 비로소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 동명의 책(저녁달) 박상미 심리상담가를 지난 3일 그가 학장으로 있는 심리교육기관 ‘힐링캠퍼스 더 공감’에서 만났다.

'우울한 마음도 습관입니다'를 출간한 '힐링캠퍼스 더 공감' 대표 박상미 교수.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 현재 심리상담가로 활동하고 있지만, 그전까지 깊은 우울의 늪에 빠져 힘든 시기를 통과했다고.

▲아버지의 암 수술로 다섯 살 때 잠시 외가에 맡겨져 분리불안이 생겼고, 청소년기에 우울증을 앓았다. 청소년 우울증이 정말 억울한 게 본인은 정말 힘든데 어른들은 사춘기로 치부한다. ‘다 겪는 걸 유난스럽다’고 혼을 내기도 한다. 사실 이런 아이들이 굉장히 많다. 게으르고 한심한 아이로 치부하면서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무기력하게 잠만 잔다고 나무랄 일이 아니다.

- 다만 약을 먹어도 치료를 받아도 효과를 못 얻는 경우도 많은 듯한데. 32세에 심리학 대학원에 진학하고 하고, 이후 독일로 떠나 전문적인 치료법을 공부하기 전까지 계속 우울과 씨름했던 것인가.

▲청소년기 우울을 방치하면 우울한 마음이 평생 습관으로 자리 잡는 경우도 많다. 나 역시 그랬다. 대학 4학년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땐 증세가 심해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우울이 극심한 사람은 자살을 생각했을 때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진다. 치료를 안 한 건 아니다. 심리학 서적도 많이 읽었고, 취업 후에는 심리치료도 받았다. 정신분석 상담을 오래 받았는데, 저랑 잘 맞지 않았다. 모든 게 공허하고 살 이유를 모르는 상황에서 들춰낸 과거는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 그럼 어디서 해결의 실마리를 얻게 된 건가.

▲과거에 의미를 부여하면서부터 놀랍게 달라졌다. 우울의 가장 큰 증상은 ‘공허감’이다. ‘왜 사는지 모르겠어요’라고 삶이 무의미해서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에게 의미를 발견할 수 있게 안내하는 게 ‘로고테라피(의미치료)’다. 내 삶의 의미를 발견할 때 비로소 과거에 의미를 부여하고 미래를 향해 발을 내딛는 성장 동력이 된다. ‘세상에서 가장 의미 있고 귀한 존재인 나를 치유하는 힘은 내 안에 있다’가 로고테라피의 핵심이다.

- 다만 그 힘을 스스로 발견하는 건 쉽지 않은 일 아닌가.

▲많이 힘들 때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다. 저 역시 전문가의 도움으로 고통을 재해석해 과거를 의미 있게 저장하는 법을 배웠다. 독일에서 만난 은사는 ‘이렇게 노력했는데 왜 안 나을까요’라고 하소연하는 저를 전적으로 지지해줬다. ‘자신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므로 오히려 더 성장할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해주고 박수를 쳐 줬다. ‘아~ 내가 우울, 불안, 공황으로 고생했던 게 치료자로서 더 많은 이들을 이해하는 자산이 되겠구나’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실제로 자살이나 자해 경험자가 많이 찾아오는데, 전 그들에게 말해준다. “당신과 다를 바 없던 내가 이렇게 좋아졌다. 내가 당신의 미래다. 같이 연습해 보자.”

'우울한 마음도 습관입니다'를 출간한 '힐링캠퍼스 더 공감' 대표 박상미 교수.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 우울감이 정말 심한 경우에는 상담실을 찾는 것조차 어려운 것으로 안다.

▲맞다. 진짜 힘들면 신발 신는 것조차 버거워서 세상과 단절된다. 우울, 무기력으로 고통 겪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몇 년 전부터 유튜브 방송(‘박상미 라디오’)을 시작했다. 우울감, 불안감을 자주 느끼는 것도 습관이다. 긍정 감정을 많이 느끼는 습관을 익힐 수 있도록 안내한다. 뇌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비록 유튜브 방송일지라도 본 내용을 21일간 꾸준히 실천하면 뇌는 평생 습관으로 받아들일 준비를 한다.

- 근심거리가 다양하겠지만, 최근에 유독 두드러지는 내담자들의 고민이 있을까.

▲대인기피가 심해졌다. 특히 인간관계가 가장 중요한 시기에 코로나 3년을 보낸 청소년 중에 자퇴를 고민하는 친구들이 많다. 친구들에게 다가가는 것 자체가 어렵다고 하더라. 대학생도 마찬가지다. 대학 4년 중 3년을 코로나로 보낸 친구들은 취업의 공포가 크다. 최근 사회적응 과정에서 우울, 불안, 대인기피를 호소하는 친구들이 정말 많아졌다.

- 보육원을 나온 보호종료 청년들의 사회적응에도 몰두하는 것으로 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좋은 부모 밑에서 사랑받으며 자란 아이들은 자신을 지키며 살아가는 힘이 있다. 반면 보호종료 아동들은 심각한 수준의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어디서 죽는지 사는지 관리 자체가 안된다. 보육원 나올 때 받은 1000만원도 쉽게 사기당해 이후 노숙하는 친구도 적지 않다. 만나보면 대개 우울, 화, 불안장애 등 마음의 병이 많다. 함께 일하는 심리상담사들과 함께 무료 상담도 제공하고, 자주 모여서 가족처럼 지내는 연습을 하는데 38명이 모인다. 상당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의외로 ‘이러면 안 된다’고 엄마 잔소리를 하면 좋아한다. 진심 어린 관심은 다 느끼는 거다.

- 실질적인 효과가 있는지.

▲주목할 점은 그 안에서 좋은 모델이 나오고 있다는 거다. 사업가로 성공하고, 취직 잘하고, 결혼해서 잘살고 있는 선배들이 함께 어울리면서 ‘나도 너희랑 똑같아, 너도 할 수 있어’라는 걸 보여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개인 상담을 신청한 친구들은 10회기 상담으로 주 1회 만나는데, 나를 귀하게 여기는 습관 훈련으로 효과를 보고 있다.

- 책 제목이 ‘우울한 마음도 습관입니다’이다. 습관을 바꾸는 팁을 전하자면.

▲‘핵심감정’을 돌보는 게 중요하다. 재소자 상담을 예로 들면 고민 1위가 ‘왜 저는 같은 죄를 반복할까요’이다. 마음에 화, 불안이 가득하다. 쉽게 분노하고 열등감이 심한 경우가 많은데, 어린 시절 양육자로부터 받은 상처에서 기인한 경우가 많다. 살인범을 만나서 왜 죽였냐고 물어보면 ‘상대가 나를 무시했다’가 1위다. 작은 자극에도 아주 민감하게 반응한 경우가 많다. ‘분노도 습관’이라는 것을 자각하고 핵심감정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돕는다. 핵심감정을 파악하면 ‘무엇 때문에’ 분노했는지를 알 수 있다. 핵심감정을 없앨 순 없지만 그 감정을 인지하고 감정이 생성된 경험을 파악하고 나면 핵심감정을 자신에게 유익하게 사용할 수 있다.

- 어쩔 도리 없이 우울에 직면했을 때 빠르게 탈출할 수 있는 응급요법이 있을까.

▲‘숨 쉬는 기술’만 잘 익혀도 감정을 잘 다룰 수 있다. 바른 자세로 숨을 3초간 ‘후’하고 길게 내뱉고 3초간 들이마시기를 3~4회 반복하는 게 좋다. 본능과 정서, 행동을 관장하는 뇌의 편도체가 자극받은 대로 행동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3초다. 자극이 ‘본능적 뇌’를 지나 ‘이성적 뇌’에 도착하는 시간 6초를 버는 게 중요하다. 불안할 때는 글쓰기로 막연한 불안을 구체화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감정의 실체를 명확하고 확실하게 묘사하면 고통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된다.

박상미 심리상담가 한양대학교 일반대학원 협동과정 교수로 재직 중이며, 심리치료 교육기관 ‘힐링캠퍼스 더공감’의 학장을 맡고 있다. 독일에서 빅터 프랭클의 ‘의미치료’(로고테라피)의 효과를 경험하고 의미치료 교육에 앞장서고 있다. ‘국민건강 멘토’로 알려진 이시형 박사가 회장을 맡은 한국의미치료학회에서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박상미의 가족상담소’, ‘내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등 열권의 책을 출간했고, 수익금으로 보육원 보호종료 청년 등을 돕고 있다.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