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피플] 가오슝이면 어때, 위기를 기회로 만든 '커브남' 최원태

배중현 2023. 4. 6.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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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태 미국 아닌 대만에서 캠프 소화
주력 1군 선수들과 분리돼 시즌 준비
롱토스로 구속 올리고 커브까지 장착
5일 LG와 시즌 첫 등판서 6이닝 1실점
지난 2월 대만 가오슝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에서 투구하는 최원태의 모습. 키움 히어로즈 제공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키움 히어로즈 오른손 투수 최원태(26)의 얘기다.  

키움은 지난 2월 스프링캠프를 미국 애리조나와 대만 가오슝으로 이원화해 진행했다. 미국이 기술 훈련, 대만이 실전 위주라는 걸 고려해 선수단을 나눴다고 발표했지만, 애리조나 캠프에 1군 선수가 쏠렸다. 최원태가 향한 곳은 대만이었다.

의외였다. 최원태는 통산 61승을 기록 중인 토종 에이스다. 안우진이 등장하기 전까지 히어로즈 선발진을 이끈 핵심 자원이었다. 2017년부터 3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따냈다. 하지만 2020년부터 잔부상에 시달리며 한 번도 규정이닝(144이닝)을 소화하지 못했다. 지난해 골반 통증 탓에 8월 2군으로 내려갔다. 한 달 뒤 1군에 복귀했지만, 그의 역할은 불펜이었다. 포스트시즌도 불펜으로 소화해 "선발 경쟁에서 밀린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공교롭게도 대만 캠프까지 치렀다.

최원태는 조용히 칼을 갈았다. 주목이 덜한 대만에서 차근차근 몸을 만들었다. 그는 "대만 날씨가 좋아서 송신영 투수 코치와 롱토스나 피칭을 많이 했다. (그런 훈련들을) '루틴'으로 정해서 하고 (투구 시) 팔 동작을 줄이면서 구속도 올라온 거 같다"고 흡족해했다. 선발 자리를 지킨 최원태는 5일 LG 트윈스전에 시즌 첫 등판해 6이닝 1실점 쾌투로 승리를 따냈다. 결과만큼 눈에 띄는 건 구속이었다. 이날 직구 최고 구속이 151㎞/h. 투심 패스트볼도 스피드건에 150㎞/h까지 찍혔다. 지난해 144㎞/h였던 직구 평균 구속이 LG전에선 147.6㎞/h로 상향했다.

2023 KBO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5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키움 선발 최원태가 투구하고 있다. 고척=김민규 기자


대만에서 준비한 '비밀 무기'도 적재적소 섞었다. LG전에선 커브가 14개로 전체 투구 수 104개의 13.5%였다. 최원태의 커브 비율은 2021년 8.2%, 지난해 11.5%였다. 비율이 소폭 상승했는데 자신감이 붙었다는 게 더 중요하다. 최원태는 LG전 3회 홍창기 타석에서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으로 2스트라이크를 선점한 뒤 3구째 커브로 루킹 삼진을 뽑아냈다. 타격 상승세였던 홍창기가 배트를 휘두르지 못할 정도로 허를 찔렀다.

최원태는 "(대만에서) 커브를 만들려고 했다. 그래서 경기를 많이 나갔다"며 "타자들한테 커브를 던지면서 어디에 던지면 스윙이 나오는지 (그런 부분을) 파악했다. 경기랑 연습이랑 다른데 많이 던지면서 구종이 하나 더 생겨 좋은 거 같다"고 웃었다.

최원태에게 지난가을은 '아픔'이었다. SSG 랜더스와 2승 2패로 맞선 한국시리즈(KS) 5차전. 4-2로 앞선 9회 등판해 김강민에게 끝내기 스리런을 맞았다. 키움은 2승 4패로 KS 준우승에 머물렀다. 최원태는 "지난해 포스트시즌을 하면서 많이 느꼈다. 그게 터닝포인트가 돼 밸런스가 좋아진 거 같다"며 "불펜 투수들의 고충을 많이 느꼈다. 나 때문에, 공 하나 때문에 졌다. 그걸 생각하면서 겨울에 열심히 했다. 경기마다 최선을 다해서 던지려고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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