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보우 리포트] 트라웃 잡은 오타니 결정구...'스위퍼'의 시대가 왔다

차승윤 2023. 4. 6.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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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2일(한국시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결승에서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아낸 오타니 쇼헤이가 환호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지난달 치러진 제5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전 세계 야구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런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인지 역사적인 장면으로 대회가 마무리되었다.

바로 일본 대표팀 오타니 쇼헤이와 미국 대표팀 마이크 트라웃의 투타대결이었다. 둘은 메이저리그(MLB) LA 에인절스에 함께 소속되어 있는 만큼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진검승부를 펼쳤다. 승자는 풀카운트 승부 끝에 트라웃을 삼진으로 잡아낸 오타니였다.

삼진을 뽑아낸 결정구는 시속 140.3㎞의 변화구였다. 작년까지만 해도 슬라이더로 불릴 구종이었는데, MLB 공식 홈페이지 산하 스탯 사이트인 베이스볼서번트(Baseball-Savant)에서는 이 공을 스위퍼(Sweeper)로 분류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베이스볼서번트는 연초 스위퍼를 새로운 구종으로 추가하면서 2022년 오타니가 던졌던 슬라이더 1041개 중 94.3%에 해당하는 982구를 스위퍼로 변경했다.

슬라이더와 스위퍼. 제작=야구공작소 이찬희


오타니만이 스위퍼를 즐겨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같은 WBC 일본 대표팀으로 나왔던 다르빗슈 유 역시 작년에 던졌던 슬라이더 계열의 변화구 중 3분의 1을 스위퍼로 던지고 있다. 리그 전체로 보아도 스위퍼의 비율은 2019년 0.4%에서 2022년 1.9%로 4배 이상 상승했다.

투수들은 왜 스위퍼를 많이 던지게 되었을까? 스위퍼의 모체인 슬라이더와 비교하면서 그 이유를 파악해볼 수 있다.

슬라이더와 스위퍼는 크게 세 가지 관점으로 구분할 수 있다. 그립, 공의 움직임, 그리고 그 공에 대한 타격 결과가 다르다.

스위퍼란 구종을 슬라이더에서 끄집어낸 만큼 이 둘의 그립 차이는 크지 않다. 굳이 차이점을 찾자면 공을 구종 이름처럼 더 옆으로 쓸어(sweep) 던질 수 있게끔 검지와 중지를 슬라이더보다 솔기에 더 걸리게끔 잡고 엄지를 위치시킨다는 점이다. 던지는 법 역시 슬라이더와 대동소이하다. 다른 말로 하면, 완전히 새로운 구종이 아닌 변형에 가깝기 때문에 슬라이더를 던지던 투수들 입장에선 더욱 접근이 쉽다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

그립과 달리 공의 움직임에서는 두 구종의 차이점이 두드러진다. 2021년부터 2022년까지 MLB에서 기록된 모든 슬라이더와 스위퍼를 살펴보자. 스위퍼는 슬라이더 대비 종적(위아래) 움직임이 적었지만, 횡적(좌우) 변화는 슬라이더의 두 배 이상에 달할 정도로 컸다. 회전수 역시 슬라이더보다 스위퍼가 분당 약 140회가량 많았다. 반면 공의 속도는 스위퍼가 슬라이더 대비 시속 5㎞ 정도 낮았다.



타격 결과 역시 둘의 차이점을 잘 보여준다. 슬라이더 대비 스위퍼를 타격했을 때 뜬공은 6% 이상 더 나왔다. 땅볼은 8% 가까이 덜 나왔다. 뜬공은 땅볼보다 아웃될 확률이 높다. 지난해 두산 베어스에서 뛰었던 로버트 스탁은 인터뷰를 통해 “어디서 뛰든 뜬공을 더 많이 유도하려고 노력한다. 뜬공이 땅볼보다 아웃으로 연결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14년 팬그래프닷컴의 통계에 따르면 뜬공의 타율이 땅볼 타율보다 0.03 이상 낮았다. 

타율이 낮다고 무조건 덜 위험한 건 아니다. 인사이드 더 파크 홈런을 제외한 모든 홈런은 뜬공에서 나온다. 하지만 뜬공 중에서 홈런이 절대 나올 수 없는 타구인 내야 팝업의 비율 역시 스위퍼가 3% 이상 높다. 반면 강한 타구 허용률(HardHit%·시속 153㎞ 이상 타구 허용 비율)에서 스위퍼는 슬라이더보다 6% 낮은 결과를 보여줬다. 그만큼 홈런을 비롯한 장타 억제에서도 슬라이더보다 스위퍼가 이점이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슬라이더와 스위퍼는 그립에서 나오는 자그마한 차이로 상당히 다른 공의 움직임과 타구 결과를 보인다. 투수들이 가장 쉽게 배우는 구종이 커브와 슬라이더다. 스위퍼가 슬라이더에서 나온 만큼 스플리터나 체인지업 등 다른 구질들에 비해 접근성이 좋다. 또한 기존의 슬라이더와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구종 점유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LA 에인절스 오타니 쇼헤이. 사진=게티이미지


오타니는 MLB 입성 때부터 다른 투수들과 다른 궤적의 슬라이더를 결정구로 던졌다. 그것이 최근에 와서 스위퍼로 인정받게 된 것이다. 그와 반대인 경우도 있다. 지난겨울 토론토 블루 제이스로 이적하며 류현진의 동료가 된 크리스 배싯은 최근 미국의 스포츠 전문 언론 매체인 디 애슬래틱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두 가지 타입의 슬라이더를 던지는데, 느린 슬라이더는 베이스볼서번트에서 스위퍼로 분류하는 거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배싯은 2014년 MLB에 데뷔했다. 당시만 해도 슬라이더를 주 무기로 하는 투수였다. 이후 2019년까지 준수한 활약을 펼쳤지만 뛰어난 선발투수라고 하기엔 부족한 면이 있었다. 그러다 단축 시즌이었던 2020년부터 커브의 비중을 늘이는 대신 슬라이더의 구속을 달리해 던지기 시작했다. 두 슬라이더는 구속뿐 아니라 궤적도 달랐다. 

2020년 평균자책점 아메리칸리그 3위(2.29)를 기록하며 잠재력이 폭발한 배싯은 이후로도 승승장구했다. 슬라이더와 스위퍼의 구사 비율 합계가 2015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 시즌엔 커리어 처음으로 규정 이닝을 채웠고, 내셔널리그 다승 5위(15승)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시대가 흘러갈수록 야구 기술은 발전하고 그에 따른 새로운 무기들이 등장하고 있다. 타자들이 발사각을 들고나왔다면 투수들은 하이 패스트볼을 꺼내들었다. 스위퍼는 투수들에게 또 하나의 무기가 될 전망이다. 공식적으로 스위퍼가 인정되는 올해부터 이 새로운 구종이 리그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그 효과가 기대된다.

김동민 SPOTV 기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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